[김길웅의 借古述今] (329) 까마귀도 어머니야 한다

차고술금(借古述今), 옛것을 빌려 지금을 말한다. 과거가 없으면 현재가 없고, 현재가 없으면 미래 또한 없지 않은가. 옛 선조들의 차고술금의 지혜를 제주어와 제주속담에서 찾는다.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MZ세대들도 고개를 절로 끄덕일 지혜가 담겼다. 교육자 출신의 문필가 동보 김길웅 선생의 글을 통해 평범한 일상에 깃든 차고술금과 촌철살인을 제주어로 함께 느껴보시기 바란다. / 편집자 글


*가마귀 : 까마귀
*어멍아 : 어머니야 (엄마야 혹은 어머님아) 

사진=픽사베이.<br>
사진=픽사베이.

텃새인 까마귀는 예로부터 영리한 새로 알려졌다. 떼지어 다니기도 하거니와 서로 협동으로 공동살이를 한다고 한다. 먹잇감을 포획할 때, 한 놈이 전방에서 주위를 살피며 망을 볼 정도로 영리하다.

반포조(反哺鳥), 까마귀를 가리키는 말이다. 

되돌릴 ‘反’, 밥 ‘哺’, 새 ‘鳥’. 새끼 때 어미로부터 받아먹은 밥을 커서 그 어미에게 되갚는 새라 함이다. 그래서 자고로 까마귀를 효성을 상징하는 새로 일컬어 온다.

효(孝)는 백행지본이라고 말은 하면서도 실천이 어려운 게 부모에 대한 효도다. 가슴 치며 후회하는 것이 부모에게 효도하지 못해 가슴에 맺히는 한이다. 사람도 제대로 행하지 못하는 효를 실행하니 얼마나 기특한 새인가. 까마귀를 보며 자신의 행실을 돌아보게 한다.

‘가마귀도 어멍아 헌다’라 함은 ‘까마귀도 어머니를 찾는데 하물며~’의 뜻이 담겼다. 두어 번 중얼거리노라니, 이 속담 속의 ‘어멍아’라 부르는 말에 생각이 멈춘다.

‘어멍’은 표준어로 바꿔, 엄마 혹은 어머니, 존칭어로 어머님이다. 

1950년대까지만 해도 시골 아이들은 다들 어머니를 ‘어멍’이라 불렀다. (나는 아잇적에 엄마라 불러보지 못한 세대다.) 아방(아버지)과 함께 평소 입에 오르내리던 정겨운 방언이었다. 

“어멍, 배고프우다”, “어멍, 혹교에 갔다 오단 길에서 삼촌 만난마씸게.” 

얼마나 다정다감한 말이었는지. 그 시절을 생각하니 ‘우리 어멍’이 그리워 눈물이 날 지경이다.

새끼 까마귀, 무슨 화급한 일로 “어멍아!” 하고 제 어미를 불렀을꼬. 혹여, “어멍아. 예, 이거 맛있는 거우다, 먹어봅써” 하는 건 아닐까.

‘가마귀도 석 돌 열흘이 지나면 부모 공을 가픈다.’

새만 못한 사람이 많은 세상이다. 엊그제 40대 아들이 60대 어머니를 살해했다는. 끔찍한 뉴스를 들었다. 

인면수심(人面獸心), 사람의 탈을 썼지 어찌 사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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