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가 고(故)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의 진실을 요구했다는 이유 등으로 임용에서 제외된 사건에 대해 진실규명 결정을 내렸다. 

12일 진실화해위는 교원노조에 가입할 것 같다는 이유로 10년 정도 임용에서 배제한 ‘시국사건 관련자 교원 임용제외 사건’에 대해 신청인 대부분이 10여년간 임용에서 제외돼 호봉과 승진, 연금 등에서 불이익을 받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정규옥 등 185명이 신청한 사건이며, 제주사대 학생 19명이 포함됐다.

또 전남사대 44명, 서울사대 35명, 부산사대 25명, 공주사대 23명, 전북사대 14명, 경북사대 8명, 충북사대 6명, 전주교대 3명, 강원사대 2명, 공주교대 2명, 경상대 2명, 안동사대 1명, 서울교대 1명 등이다. 

신청인들은 10여년간 임용에서 배제되다 ‘시국사건 교원임용특별법’ 시행으로 대부분 교원에 임용됐다. 다만, 위법·부당한 방법으로 임용에서 제외된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으로, 경력 등에 불이익을 받았다며 국가폭력에 대한 진상규명을 통한 명예회복을 위해 진실규명을 신청했다. 

진실화해위는 1986년 12월 시위전력이 있는 학생을 교사임용에서 제외하는 당시 문교부(현 교육부)의 일명 ‘블랙리스트’ 문서를 확인했다. 

‘사범계 학과 대학생 중 시위관련자 명단’이라는 문서에 국립 10개교 132명, 사립 23개교 93명 등의 인적사항이 기재됐다. 

문교부는 본적, 주민등록번호, 소속 대학, 학과, 학년과 함께 심지어 관련사태 등 개인 신상에 대한 내용을 상세히 기재했다. 

1989년 제주도경찰국의 신조사회보서. / 진실화해위.
1989년 제주도경찰국의 신조사회보서. / 진실화해위.

청와대와 안기부, 문교부 등 정부는 시국사건과 관련된 사람들을 교사 임용에서 제외하는 방침을 마련했고, 안기부는 1989년 8월 ‘전교조 징계조치 이후 전망과 대책 문서’를 통해 “시위전력이나 불순단체 관련자들을 적출해 대상에서 제외시키는 등 보완대책을 강구해 나가야 할 것임”이라고 기재하기도 했다. 

전국 시도교육위원회는 경찰 등 수사기관이 위법하게 수집한 정보 등을 토대로 임용대상자를 ‘성행불량자’로 지정해 임용에서 제외한 것으로 드러났다. 

1989년 8월12일 제주도경찰국은 박종철 열사 49제 등에 참여했다는 내용의 신원조사회보서를 교육당국에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탁 치니 ‘억’하고 죽었다”는 황당한 경찰의 궤변에 항의하면서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의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는 이유로 교사 임용에서 제외된 셈이다.   

심지어 폭행이나 절도 등의 범죄로 형사처벌을 받은 사람이나 면접에 불참한 사람마저 임용된 사례가 있지만, 시국사건에 관련됐다는 이유로 100여명이 임용에서 제외됐다. 

결국 진실화해위는 신청인 대부분이 교원으로 임용되기까지 10여년간 임용에서 제외돼 호봉과 승진, 연금 등에서 불이익이 있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시국사건과 관련된 교원 임용 대상자들을 제외한 것은 위법·부당해 헌법에서 보장된 행복추구권과 평등권, 직업선택의 자유 등 기본권이 침해됐다는 판단이다. 

이에 따라 진실화해위는 국가가 위법·부당하게 인사권을 남용해 중대한 인권침해가 발생한 점 등을 고려, 국가의 사과와 피해회복을 위한 실질적 조치를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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