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속 감귤 동장군이 감귤원을 엄습했습니다. 가격폭락으로 아직수확하지 않은 감귤은 눈속에 덮여 있네요. ⓒ 제주의소리 김강임

무자년 새벽녘 동장군이 엄습해 왔습니다. 아침이 일어나 커튼을 젖히니 도시가 하얗습니다. 밤새 눈이 내린 것입니다. 그런 줄도 모르고 밤새 일출을 꿈꿨습니다.   
  

일출진통 동트기전 바다는 진통입니다. ⓒ 제주의소리 김강임

꿈속에서 그린 일출

꿈속에서 나는 일출봉에 올라 금으로 타는 해를 보았고, 서귀포시 표선 바닷가에서 진통하는 붉을 해를 만나기도 했습니다. 하도리 해변에서는 금으로 타는 동그란 해를, 서우봉 봉우리에서는 두 손을 모아 소원을 빌기도 했지요. 그런데 무자년 아침 눈을 떠 보니 꿈입니다.

다만 일출은 내 가슴에 남아 있을 뿐입니다. 눈보라가 창을 흔듭니다. 마치 365일을 달려온 지난해 우리들의 아우성 같습니다. 생각해보니 지난 한 해는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너무 힘든 한해였던 것 같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떡국을 끊였습니다. 떡국을 먹으면 나이를 한살 더 먹는다지요? 그런데 어찌합니까. 자연의 순리이니 받아들여야지요.   
  

항공요금인하 제주민의 손발이 되어주는 교통수단은 항공편입니다. 앞으로 요금이 현실화 됐으면 합니다. ⓒ 제주의소리 김강임

“엄마, 항공요금 인하했으면 좋겠어요!”

비록 해맞이를 볼 수 없었던 우리가족 아침식탁에서 소원을 말해 봅니다. 방학으로 집에 온 딸아이에게 소원을 물었습니다. 

“항공요금을 인하했으면 좋겠다”고 말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제주도민들의 발이 되고 있는 항공요금이 너무 비싸니 육지를 자주 다니는 사람들에겐 경제적으로 부담되기 때문이지요. 

더욱이 주말요금이다 성수기 요금이다 해서 항공요금을 차별화시키니 제주민들에겐 많은 부담이 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게요. 올해는 항공요금이 인하됐으면 좋겠네요.  
  

더불어 사는 사회 소외계층없이 더불어 사는 사회가 됐으면 합니다. ⓒ 제주의소리 김강임

“모두가 다 잘 살아야지 뭐!”

주말도 없이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남편에게 새해 소망을 물었습니다.

 “그야 물론, 내 주변사람들이 다 잘살았으면 좋겠지 뭐!”

남편의 소원은 참 애매모호하지만 뜻 깊은 소원입니다. 우리 모두가 잘 사는 길은 내 이웃 내 주변이 모두 잘살아야하니까요.  
  

감귤파동 감귤파동으로 시름을 앓고 있는 제주농가, 감귤값 올랐으면 좋겠어요. ⓒ 제주의소리 김강임

“감귤파동 없기를...”

“그럼 당신 소원은 뭐야?”

이번에는 남편이 나를 빤히 쳐다보며 소원을 묻습니다.

“소원요? 내 소원은요. 올해는 감귤파동이 제발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내 소원을 듣는 딸아이와 남편은 반응이 없습니다. 그건 왜 그럴까요? 아마 그것은 해마다 내가 빈 소원이었지만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입니다. 풍년이 들면 풍년이 든 대로, 흉년이 들면 흉년이 든 대로, 주말 감귤원 점수는 해마다 마이너스입니다. 그러니 농부의 마음은 어떻겠습니까? 사실, 주말농원을 하고 있는 나는 아직 감귤 수확을 다 하지 못했거든요. 가격 급락에 인건비도 나오지 않으니 말입니다.
  

표선해수욕장 일출 동트기 전 진통은 개벽을 의미합니다. 무자년 한해는 모두가 행복했으면 합니다. ⓒ 제주의소리 김강임

동트기 전 바다는 진통...그리고 개벽

송구영신, 지난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는 아침. 이맘때 사람들은 아쉬움과 흥분이 교차하는 순간이지요. 덕담을 주고받으며 활기차게 시작하는 새해 첫날, 지난해 보았던 바닷가의 일출을 기억해 냅니다.

동트기 전 바다는 붉은 핏빛으로 물들었지요. 그때 일출의 진통이 그토록 아픈지 나는 처음으로 느꼈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그 진통마저 없으니 허전합니다. 하지만 그 진통은 우리들의 소원 같습니다. 간절하면 모든 것이 이루어진다고 했던가요? 딸애의 소원도 남편의 소원도 그리고 내 마음속 소원도 모두 간절합니다.

사진 속에 묻어든 일출을 보며 학창 시절 암시했던 ‘박남수님의 아침이미지’를 기억해 냅니다. 동트기 전 바다는 진통이었지요. 그리고 그 진통은 개벽을 의미하지요.  
   

성산일출봉 지난해 성산 일출봉의 해맞이처럼, 어둠은 만물을 깨워줍니다. ⓒ 제주의소리 김강임

어둠은 새를 낳고, 돌을
낳고, 꽃을 낳는다.
아침이면,
어둠은 온갖 물상을 돌려주지만
스스로는 땅 위에 굴복한다.
무거운 어깨를 털고
물상들은 몸을 움직이어
노동의 시간을 즐기고 있다.
즐거운 지상의 잔치에
금으로 타는 태양의 즐거운 울림.
아침이면,
세상은 개벽을 한다.  

- 박남수의 아침 이미지 중에서

※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에도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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