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농수축산업·시민단체 모인 日 핵오염수 투기 저지 범도민본부, 13일 집회
윤석열 정부, 오영훈 도정 행동 촉구...총영사관 문 닫으며 항의문 전달 무산

제주 농어민들이 일본총영사관 앞에 모인 이유는?

“바당에 오염수를 버린댄 허는데, 그 물을 먹으멍 살 수 없으니 나온거주게. 그렇게 이상이 없고 안전하다고 허믄 바당에 버리지 말고 자기 나라 안에서 처리하면 되지, 무사 바당에 뿌리는거라.”

16세부터 물질을 하며 살아온 서귀포시 대정읍 일과1리 해녀 양만월(65) 씨는 목청을 높였다. 그는 ‘저지! 핵오염수 해양투기, 사수! 국민생명권’ 피켓을 손에 들고 “우리나라 정부도 그 나라 말만 믿어선 안돼. 방사능이 얼마나 위험한 물질인데 걸러낸다고 해도 걸러지겠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성산부터 가파도까지, 해녀를 포함해 제주 전지역 농수축산업 종사자들이 13일 신제주 노형오거리에 모였다. 이들은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발전소 핵오염수를 자국 안에서 처리해야 한다고 성토했다.

윤석열 정부에는 ‘일본 정부 국제해양법 재판소 제소’를, 오영훈 도정을 향해서는 ‘민관협력을 통한 적극 반대운동’을 촉구했다.

‘일본 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투기 및 CPTPP 저지 제주범도민운동본부(이하 핵오염수 투기 저지본부)’는 13일 오후 2시 노형오거리 도로에서 ‘일본 핵오염수 해양투기 저지 제주 범도민대회’를 개최했다. ⓒ제주의소리 한형진 기자
‘일본 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투기 및 CPTPP 저지 제주범도민운동본부(이하 핵오염수 투기 저지본부)’는 13일 오후 2시 노형오거리 도로에서 ‘일본 핵오염수 해양투기 저지 제주 범도민대회’를 개최했다. ⓒ제주의소리 한형진 기자

‘일본 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투기 및 CPTPP 저지 제주범도민운동본부(이하 핵오염수 투기 저지본부)’는 13일 오후 2시 노형오거리 도로에서 ‘일본 핵오염수 해양투기 저지 제주 범도민대회’를 개최했다.

뜨거운 햇빛이 내리쬐는 오후 시간이지만 범도민대회 현장에는 제주 전역에서 모인 농수축산업 종사자들로 북적였다. 노형오거리에서 제주시오일시장으로 올라가는 방향 도로 한 쪽을 모두 채울 만큼, 많은 인원들이 참가했다. 애초 주제주일본국총영사관 앞에서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100m 이상 떨어져 개최하라는 경찰 결정에 따라 도로 한 면을 차지하게 됐다.

이날 집회는 제주지역 50여개 농수축산업과 시민사회 단체가 모였다.ⓒ제주의소리
이날 집회는 제주지역 50여개 농수축산업과 시민사회 단체가 모였다.ⓒ제주의소리
집회는 노형오거리에서 길게 이어졌다. ⓒ제주의소리
집회는 노형오거리에서 길게 이어졌다. ⓒ제주의소리
맨 왼쪽부터 고광성 양용찬열사추모사업회장, 정성조 한국수산업경영인제주도연합회장, 김덕문 제주도농업인단체협의회장. ⓒ제주의소리
맨 왼쪽부터 고광성 양용찬열사추모사업회장, 정성조 한국수산업경영인제주도연합회장, 김덕문 제주도농업인단체협의회장. ⓒ제주의소리
집회 현장 모습. ⓒ제주의소리
집회 현장 모습. ⓒ제주의소리

이날 집회에 참여한 단체는 제주도 해녀연합회, 어촌계장협의회, 제주도수산업중도매인연합회 등을 비롯해 농업단체, 축산단체와 시민사회단체-정당까지 50여개에 달했다.

범도민대회에서 발언에 나선 원자력 안전과 미래 이정윤 대표는 “저는 30년 간 원자로를 설계한 종사자다. 그런데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를 보고 생각이 바뀌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사고가 나기 5년 전에, 후쿠시마 핵발전소가 사고가 날 확률은 1000만년에 세번이라고 발표했다. 정부가 나서서 안심해도 된다고 했지만 결과는 우리가 아는 그대로”라며 “그런데 일본 정부가 거짓말하지 않고 정직하다고 믿는 사람이 우리나라에도 있다. 대체 누구냐”라고 윤석열 정부를 지목했다.

원자력 안전과 미래 이정윤 대표. ⓒ제주의소리
원자력 안전과 미래 이정윤 대표. ⓒ제주의소리

핵오염수 투기 저지본부는 결의문을 통해 “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투기는 국제범죄”라고 규탄했다.

결의문에서는 “일본 내부에서조차 신뢰를 받지 못하는 후쿠시마 핵오염수 안전성이 타국에서 신뢰받는다는 것 자체가 애초에 무리였다. 하지만 유독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은 전세계적 상황과 달리 신뢰를 보내는 기이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심지어 핵오염수 문제에 대한 공포와 불안, 우려를 괴담에 기인한다며 핵오염수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처럼 포장하기 바쁘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후쿠시마 핵오염수가 중립적으로 공정하고 적합한 과학적 검증방법에 따라 검토가 됐다면, 그래서 정말 안전성이 입증됐다면 해양투기를 막을 이유도 명분도 없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시료의 채취와 분석 전반에 허점과 기만이 지속적으로 노출되고 있다”면서 “게다가 정말 안전하고 그것을 믿을 수 있다면 자국 내에서 처리하면 될 일이지 왜 먼바다로 흘려보내려 하는 지 이유를 알 수가 없다”고 비판했다.

핵오염수 투기 저지본부는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투기를 포기하고 자국 내에 보관하라 ▲윤석열 정부는 해양투기를 단호하게 반대하고 국제해양법 재판소에 제소하라 ▲오영훈 도정은 윤석열 정부의 미온적인 대응에 강력히 항의하고 민관협력을 통해 해양투기 반대행동에 적극 나서라 등을 요구했다.

집회 현장. ⓒ제주의소리
집회 현장. ⓒ제주의소리
해녀들이 피켓을 들고 일본의 핵오염수 해양방류를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해녀들이 피켓을 들고 일본의 핵오염수 해양방류를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테왁을 불태우는 모습. ⓒ제주의소리
제주도해녀협회 고송자 사무국장(고내어촌계)이 제주해녀들을 대표해 후쿠시마 핵오염수 방류에 반대한다는 퍼포먼스의 일환으로 테왁을 불태우는 모습. ⓒ제주의소리
드럼통에 불을 피우면서 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방류에 대한 반대 의지를 보여줬다. ⓒ제주의소리
드럼통에 불을 피우면서 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방류에 대한 반대 의지를 보여줬다. ⓒ제주의소리

한편, 이날 범도민대회에서는 해녀들이 물질에 사용하는 테왁을 불태우며 핵오염수 방류의 심각성과 반대 의지를 천명했다. 주최 측은 범도민대회가 끝난 뒤, 일본정부에 대한 항의 서한을 주제주일본국총영사관에 전달하기 위해 찾았다. 그러나 영사관 측이 경찰에 시설 보호 요청을 하면서 직접 전달은 무산됐다.

특히 최소한 문서를 직접 받아달라는 핵오염수 투기 저지본부 측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나서지 않으면서 공분을 샀다. 영사관 입구를 막아선 경찰과의 실랑이 끝에 항의 서한을 문 아래로 집어넣는 것으로 대체하고, 입구에 항의문을 붙였다.

핵오염수 투기 저지본부 측은 항의문을 붙이고 나서 “나와서 문서조차 받지 않고 마치 쥐새끼처럼 숨어버린 일본국총영사관의 행동은 매우 유감”이라고 힐난했다.

집회 현장. ⓒ제주의소리
집회 현장. ⓒ제주의소리
집회 주최 측은 주제주일본국총영사관에 항의서한을 전달하는 모습. ⓒ제주의소리
집회 주최 측은 주제주일본국총영사관에 항의서한을 전달하는 모습. ⓒ제주의소리
영사관 입구를 지키고 있는 경찰과 대치하는 모습. ⓒ제주의소리
영사관 입구를 지키고 있는 경찰과 대치하는 모습. ⓒ제주의소리
영사관 사무실 입구에서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영사관 사무실 입구에서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맨 왼쪽부터 김윤천 전국농민회총연맹 제주도연맹 의장, 정성조 한국수산업경영인제주도연합회장, 임기환 민주노충 제주본부장. ⓒ제주의소리
맨 왼쪽부터 김윤천 전국농민회총연맹 제주도연맹 의장, 정성조 한국수산업경영인제주도연합회장, 임기환 민주노총 제주본부장. ⓒ제주의소리
영사관 사무실 입구에 붙여진 항의문.ⓒ제주의소리
영사관 사무실 입구에 붙여진 항의문.ⓒ제주의소리

다음은 일본 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투기 및 CPTPP 저지 제주범도민운동본부에 참여한 단체 명단. (순서 무순)

제주특별자치도 해녀연합회, 어촌계장협의회, 제주특별자치도수산업중도매인연합회, 사)제주특별자치도 한라봉연합회, 사)한국농촌지도자 제주도연합회, 사)한국생활개선 제주도연합회, 사)제주특별자치도4-H본부, 사)전국농업기술자 제주도연합회, 사)한국유기농업협회 제주도지부, 전국농민회총연맹 제주도연맹,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제주도연합, 사)한국여성농업인 제주도연합회, 사)한국양봉협회 제주도지회, 사)대한한돈협회 제주도협의회, 대한양계협회 제주도지회, 사)제주마생산자협회, 사)전국한우협회 제주도지회, 사)한국정보화농업인 제주도연합회, 사)농가주부모임 제주도연합회, 사)한국새농민회 제주도회, 사)고향주부모임 제주도지회, 제주특별자치도 4-H연합회, 사)한국후계농업경영인 제주도연합회, 사)한국임업후계자협회 제주도지회, 사)제주특별자치도친환경협회, 양용찬열사추모사업회, 제주주민자치연대, 제주대안연구공동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제주지역본부, 곶자왈사람들, 제주YMCA, 제주시민정치연대 제주가치, 제주평화인권연구소 왓, 제주환경운동연합, 평등노동자회 제주위원회, 제주민주민생평화통일 주권연대, 제주통일청년회, 제주아이쿱소비자생활협동조합, 제주여민회, 제주여성인권연대, 제주청소년기후평화행동, 한라아이쿱소비자생활협동조합, 한살림제주소비자생활협동조합, 제주제2공항강행저지 비상도민회의, 제주녹색당, 정의당제주도당, 진보당제주도당, 노동당제주도당, 탈핵기후위기운동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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