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스타트플러스] 꿈꾸는 공부방 지역아동센터 제현우 사관

▲ 꿈꾸는 공부방 지역아동센터 ⓒ제주의소리 고문기 시민기자
2001년 봄비가 내리던 어느날 여자애들 몇몇이 비를 맞으며 교회(구세군 제주교회)로 찾아왔다.

교회의 사관님은 '어떻게 왔냐?'고 물었고 아이들은 전에도 이 교회에 다녔다고 했다.

이 아이들은 그 때부터 학교가 끝나면 교회에 와서 사발면이나 빵을 같이 나누어 먹으면서 즐겁게 놀다가곤 했다.

어느 날 아이들이 숙제를 한다고 해서 사관님이 숙제를 봐 주다가 아이들이 공부를 너무 못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숙제 내용도 당연히 배워서 알고 있어야 할 내용인데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익히고 오라고 내준 것 같았다. 3·4학년인데 세자리 수의 덧셈과 뺄셈이 안 되고 있었다.

'안되겠다' 싶어 10여명의 아이들과 같이 숙제도 하고, 예습과 복습도 하면서 지내기 시작한 것이 바로 '꿈꾸는 공부방 지역아동센터'의 시작이 되었다.

▲ 사무실에서 제현우 사관님 ⓒ제주의소리 고문기 시민기자
"저는 참 행복합니다. 제가 하는 일은 참 행복한 사업입니다"

무더운 여름날 제현우 사관님이 땀을 뻘뻘 흘리며 봉고차를 몰고 아이들을 태우고 다니던 모습을 떠올리며 지난해 12월27일 문을 연 '찬란한 미래 청소년 공부방'까지 하시려면 너무 힘들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말씀 드렸더니 사관님은 이렇게 대답했다.

"아이들은 어른들과는 달리 애정을 쏟으면 그 만큼 눈에 띄게 변화한다"고.

처음에 공부방에 다니던 초등학교 5학년 아이가 성장하여 지금은 고1이 되어있는 걸 보면 아이들과 함께 하는 일이야말로 '미래예측이 가능한 행복한 사업'이라는 것이다.

"알고 보면 아이들이 처해있는 개개의 상황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입니다"

그러한 처지의 아이들이 공부를 제대로 못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싶고 아니, 매일매일 공부방에 빠지지 않고 나오는 것만도 대단해 보인다고 했다.

아이들이 가정에서 겪는 일들이나 환경을 들여다보면 정말 심금을 울린다고도 했다.

▲ 아이들의 놀이방 ⓒ제주의소리 고문기 시민기자
"오히려 아이가 어른을 걱정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저는 이 아이들을 통해서 우리 사회가, 현실이 세상의 힘없는 이들에게 왜 이렇게 무성의한 것인가! 하고 탄식하게 됩니다. 공부방은 교육적 대안이 아니라 가정의 연장입니다"

그래서 공부가 제대로 안되던 아이들도 가정의 품처럼 따뜻한 공부방에서 애정으로 감싸안아주고 평온을 되찾게 되면 실력이 부쩍 향상된다고 했다.

"평균 30점이 오르는 아이도 있어요. 본인도 놀라워합니다"

따라서 학교 밖 아이들도 세상에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공부만이 아닌 잠재력과 재능을 찾아내고 키워주는 대안학교 교육이 적절하다고 했다.

제현우 사관님은 사관이 되기 전에 야학에서 가르치기도 했었다.

당시에 사관님은 아이들에게 동기를 가지게 하고 집중력을 키워주려고 애썼다고 했다.

기왕에 청년기를 지낼 거라면 대학생활도 하며 멋있게 지내는 게 좋지 않은가.

'조금만 노력하면 되는데 왜 불량 학생 소릴 듣느냐' '할 것은 다 하고 놀자' 면서 아이들에게 동기부여를 해주려고 했었다.

그러나 기성세대들은 그런 아이들에게 '낙인' 찍는 것은 잘하지만 가능성을 찾아 주려고는 잘 안하는 것 같다고 했다.

잘못 됐다고 단정하기는 쉬운 일이지만 건강한 시민으로 만드는 일도 고민해보면 많다.

서태지나 모 영화배우도 학력은 중졸이었지만 한 시대를 풍미하지 않았던가! 문을 열어주고, 기회를 주어야 한다.

서울 신림동이나 봉천동에 있는 청소년 쉼터들을 가보면 그 시설을 이용하는 아이들이 새로 찾아오는 아이들을 상담하고 선생님들과 함께 문제를 해결해가며 자율적으로 운영해가고 있다고 했다.

"제주는 작은 지역입니다. 방황하는 아이들을 쉽게 찾아내고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습니다. 사방이 바다인 이곳에서 아이들이 가면 어딜 가겠습니까? 동사무소만 가도 어려운 형편에 있는 아이들이 몇이나 되는지 금방 알아낼 수가 있습니다. 문제는 시설이 없습니다. 인식부족에서 오는 이러한 현실을 우리는 고민하고 해결해나가야 합니다"며 오히려 형편도 좋고 잘 자라고 있는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은 많다고 했다.

"사람이 희망입니다. 아이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세상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의 세상은 아이들의 생각이나 참여가 배제되고 있습니다. 아이들도 어른들과 함께 이 세상을 만들어 가면 좋겠습니다.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가는 세상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아이들이 어른들에게 효를 행하며 살아가게 해야 합니다. 효는 과학이아니라 사랑입니다. 노후의 삶이 보험이나 복지시설로도 도움을 받을 수는 있지만 효는 어려서부터 그런 의식을 가지고 성장해야 성인이 되었을 때 어른과 지역사회를 돌보는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제현우 사관님도 어린 시절은 순탄치만은 않았었다고 했다. 중1 때 가출을 했었고 중2 때 학교를 그만두기도 했었다. 그래서 늦어서야 공부를 다시 했다.

"저의 어린 시절 같은 환경에 있는 아이들에게 희망과 꿈을 주는 사람이 되려고 했습니다"

그래서 사관이 되기 전에 야학에서 검정고시반을 운영하기도 했던 것이다.

"국가가 어려움에 처할 때 마다 선각자들은 교육을 했습니다. 나는 끝났다고 여겨질 때 다시 시작하는 겁니다. 이에는 교육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제도권 교육에 묶어 두는 교육이 아닌 자신의 생명을 걸 수 있는 일에 다가갈 수 있는 교육, 기본 바탕을 다져주고 꿈을 키워주는 교육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것이지요. 내 아이만 행복한 세상은 행복한 세상이 아닙니다. 어떤 아이라도 행복한 세상이 행복한 세상이고, 또 내 아이의 행복을 보장 받을 수 있는 세상입니다"

제현우 사관님은 현재 두 공부방 뿐만 아니라 기초푸드뱅크와 다일사 나눔의 집 등 노숙자 급식과 재활을 위한 일에도 열정을 다하고 있다.

그렇게 많은 사회사업을 수행하면서 생기는 경제적인 어려움에 대해 묻자 사관님은 "경제적인 것은 크게 개의치 않는 편입니다. 원래 사관이 될 때 청빈한 삶에 대한 교육을 받기도 했거니와 사시사철 군복만 입으니 옷값도 안들고…. 늘상 비용이 안드는 삶을 삽니다. 쪼들려보기는 해도 아직 부도는 내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세상에는 돈이 참 많습니다"하며 웃으신다.

▲ 변진희 선생님 ⓒ제주의소리 고문기 시민기자
"내가 정직하게 살고 내가 하는 일이 바르다면 어디선가 힘이 되어주는 후원자들이 반드시 나타나곤 합니다"라며 "이런 걸 보면 이 사회는 아직 건강하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많은 일에 불철주야 뛰어다니시려면 체력은 괜찮으신가"를 물었더니 아내(변진희 선생님)의 불만사항이기도 한데 자신은 하나님의 유익한 존재로 그 분 하시는 일의 용도에 따라 쓰시니 걱정할 일이 아니라며 환하게 웃으신다.

그 환한 웃음에 잔잔한 자신감이 묻어나는 듯 했다.

다만 아직도 노숙자 재활센터에 대한 열망과 아쉬움이 많은 탓인지 제현우 사관님은 "빚진 자의 심정으로 삽니다"고 한다. <제주의소리>

<양미순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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