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21일 제주 한림서 축산폐수가 농지로 쏟아져, 제주시 시료 채취 검사中

돼지 '똥물' 폭탄에 감귤농사 망쳤다

김정춘 할머니가 축사폐수가 흘러나오기 시작한 장소를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춘 할머니가 축사폐수가 흘러나오기 시작한 장소를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있다. ⓒ제주의소리
21일 축산폐수로 침수된 제주시 한림읍 금악리 한 농지. 농지와 인접한 양돈장에서 흘러나온 것으로 추정된다. ⓒ제주의소리
21일 축산폐수로 침수된 제주시 한림읍 금악리 한 농지. 농지와 인접한 양돈장에서 흘러나온 것으로 추정된다. ⓒ제주의소리

차에서 내리자마자 역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익숙해질 수 없는 악취로 인해 혓바닥 끝도 얼얼해졌고, 20여 분이 지나자 두통까지 오기 시작했다. 

현장에 있던 모두가 코를 막을 정도로 심한 악취 속에서 80대 할머니는 축산분뇨로 뒤덮인 자신의 농지 곁을 쉽사리 떠나지 못했다. 할머니는 해당 농지를 모두 갈아엎을 예정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21일 제주시 한림읍 금악리에 위치한 한 양돈장에서 정화되지 않은 축산분뇨가 인접 토지로 방류되는 일이 발생했다. 

행정당국과 마을주민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부터 양돈장 경계 돌담 사이로 악취를 풍기는 폐수가 쏟아졌다. 멈추지 않고 폐수가 흘러나오면서 인접 농지가 침수되기에 이르렀다.

농지 도랑이 축산폐수로 가득 차 있다. ⓒ제주의소리
농지 도랑이 축산폐수로 가득 차 있다. ⓒ제주의소리
침수된 농지에 악취를 풍기는 축산폐수가 고여있는 모습. ⓒ제주의소리
침수된 농지에 악취를 풍기는 축산폐수가 고여있는 모습. ⓒ제주의소리

기자가 현장을 방문한 오후 2시30분께 농지 주변은 코를 찌르는 악취로 가득했다. 축산폐수는 더 이상 흘러나오지 않았지만, 이미 흘러나온 폐수가 농지를 가득 채웠다. 

침수된 토지는 김정춘(81) 할머니가 평생을 일궈온 농지다. 500평 규모로, 김 할머니는 해당 농지에서 양배추와 무 등을 키워왔다. 2년 전에는 1년생 감귤나무 묘목 200그루를 심었다. 

김 할머니는 “내년부터 감귤 열매를 맺기 시작하고, 좀 더 키우면 귤을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라며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을 잇지 못했다. 

김 할머니의 농지 물 도랑은 폐수로 가득 차 있었다. 이날 오전 성인 남성 무릎 높이까지 차올랐던 폐수는 시간이 흐르면서 종아리 높이 정도로 수위가 낮아졌다. 

마을주민들이 문의하자 양돈장 측은 “축사를 청소한 물이 그대로 흘러나간 것 같다”며 실수라고 해명했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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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 있던 주민 등은 “잠깐이라 하더라도 옷에 냄새가 밴다. 제대로 씻지 않으면 몸에서도 냄새가 날 것”이라고 취재진에게 조언했다. 

폐수가 흘러나오기 시작한 시작점을 취재진에게 설명하던 김 할머니는 향후 몇년간 해당 농지에서 아무것도 키울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김 할머니는 “돼지 분뇨 독성이 강해 묘목이 서서히 썩어갈 것”이라며 “감귤 묘목을 모두 폐기해야 한다. 80 평생 이런 일은 처음”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다른 작물이라도 심을 수 있으면 모르겠지만, 몇 년은 저 땅을 쓰지도 못한다. 땅을 모두 갈아엎고 5년 정도는 지나야 농사를 지을 수 있다”며 “그나마 여기 농지에 도랑이 있어 다행이다. 도랑이 없었으면 폐수가 다른 토지로도 흘러 들어갔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춘 할머니가 밭을 다 갈아엎어야 한다며 한숨을 내쉬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춘 할머니가 밭을 다 갈아엎어야 한다며 한숨을 내쉬고 있다. ⓒ제주의소리

축산분뇨가 그대로 방류된 현장에서 제주시 환경지도과 관계자들도 시료 등을 채취했다.

행정은 채취한 시료에 대한 부숙도 검사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부숙도에 따라 살포 가능한 액비인지, 액비가 아닌 가축분뇨인지에 따라 처분 정도가 달라진다. 현재로서는 액비가 아닌 가축분뇨로 추정되나 액비라 할지라도 처분 대상이다.

행정은 양돈장 가축분뇨 처리 배관 노후화가 원인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가축분뇨가 맞다면 가축분뇨 배출시설 3개월 영업정지 처분이 내려진다. 사실상 영업정지와 다름 없는 조치다. 

또 고의성을 가지고 가축분뇨를 배출했다면 양돈장 허가 취소와 함께 자치경찰단에 고발 조치까지 이어진다. 이날 자치경찰단도 현장을 둘러본만큼 인지수사할 가능성도 있다. 

제주시 관계자는 “채취한 시료를 토대로 검사를 진행할 예정이며, 검사 결과에 따라 행정처분 정도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행정 당국이 축산폐수 시료를 채취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행정 당국이 축산폐수 시료를 채취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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