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체제 개편-하원단지 등 우선순위 밀려...지방재정 악화에 기약 불투명

민선8기 제주도정이 추진중인 제주형 행정체제 개편, 하원테크노밸리 등 핵심 과제로 인해 별개로 추진중이던 청사 관리계획 역시 줄줄이 멈춰섰다.

제주도청, 제주시청, 제주도의회 등 도내 핵심 행정기관이 청사 노후와와 사무공간 부족 등 고질적인 문제를 안고 있지만, 기약없는 기다림에 빠지면서다.

제주시 연동에 위치한 현 제주도청사는 1980년 준공돼 43년이 지나 노후화 문제를 떠안고 있다. 현 도청사는 제주시청사를 제외하고는 제주지역 공공청사 중 가장 오래된 건물이다. 

사무 공간도 부족해 본관 외에 2개의 청사, 3개의 별관 등이 분산돼 있다. 심지어 특정 부서는 수십미터 떨어진 제주건설회관에서의 셋방살이까지 감내하고 있다.

제주도는 2018년 일찌감치 도청사 타당성 조사 용역을 실시하고, 통합청사 신축 계획을 수립했다. 가장 유력한 대안으로는 노형동으로 옮겨간 옛 제주경찰청 부지를 매입해 해당 부지에 신청사를 신축하는 대안이 제시됐다.

그러나, 옛 탐라대학교 부지 등을 두고 진행되던 제주경찰청과의 논의가 무산된 후에는 사실상 추가적인 협의는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옛 제주경찰청 부지를 매입할만한 마땅한 대안도 없을 뿐더러, 한창 논의중인 행정체제 개편 결과에 따라 청사계획 역시 요동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같은 맥락으로 이미 10여년 전부터 신축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던 제주시청사 신축계획 역시 사실상 무산되는 수순이다.

제주시청사 본관은 한국전쟁 중인 1952년 근대양식으로 건축된 대표적 관청 건물로, 2005년 4월 근대문화유산 등록문화재로 지정된 바 있다. 등록문화재 지정에 따라 현실적으로 증개축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근 70여년 간 제주시의 규모는 급증했고, 현재 제주시청은 본관 등 6개 별관에 12개 동으로 분산돼 있다. 민원인의 동선이 너무 긴 문제를 비롯해 비가 오는 날이면 천장에서 물이 새는 웃지 못할 상황까지 반복되고 있다.

고질적 문제를 탙피하기 위해 제주시는 옛 한국은행 제주본부 부지를 사들였고, 750억원을 투입해 지상 10층 규모의 신청사 건립을 추진했다. 신청사 계획은 행정안전부의 지방재정 중앙투자심사까지 통과했지만, 제주도의회 심사의 벽을 넘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현 시점에서는 제주형 행정체제 개편이라는 변수가 남아있어 청사 신축 계획을 밀어붙일 수 없게 됐다. 그 사이에 중투심사 기한이 만료되면서 행정체제 개편 이후 청사를 신축하려면 백지장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

제주도의회 역시 유탄을 맞았다. 제주도의회 청사는 1991년 의사당 신축과 2008년 의원회관 증축 이후 의원 수와 직원 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사무공간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실제 의원 정수는 2010년 31명에서 2023년 45명으로 늘었고, 사무처 직원도 2010년 137명에서 올해 179명으로 증가했다.

도의회 사무공간 확충의 필요성은 이전부터 꾸준히 제기돼왔다. 지방의회의 면적은 공유재산법시행령에 따라 일괄적으로 적용하도록 돼있는데, 기준이 현실적이지 못할뿐더러 기초의회와 광역의회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는 제주도의회는 더 큰 어려움이 있었다는 주장이다.

이에 도의회는 사업비 60억원을 들여 부지 내 지상 4층 규모의 별관을 신축하는 사업을 검토했지만, 올해 실시설계 예산 3억5000만원까지 불용 처리하며 계획을 멈춰 세웠다. 제주도 소방본부 이전계획, 행정체제 개편 등의 불확실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에 직면했다.

결과적으로 제주도청, 제주시청, 제주도의회 등의 청사 신축은 행정체제 개편을 비롯한 일련의 행정절차 이후로 미뤄지게 돼 추후 2~3년간 추가로 표류할 수 밖에 없게 됐다. 

제주의 지방재정 역시 급격하게 악화되면서 수백억 단위의 청사 신축 계획을 다시 떠올릴 수 있을지조차 불투명한 상황이다.

주택경기 부진과 관광객 증가세 둔화로 지방세 자체재원 규모도 크게 줄어들고, 정부의 내국세 수입이 급격히 감소하며 교부세 역시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제주도 관계자는 "필요에 따라 논의는 진행하고 있지만, 급하게 처리해야 할 문제는 아니지 않나. 보다 신중하게 접근하고 논의의 폭을 넓혀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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