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허창호·허창식 하사, 73년 만 유해로 상봉
국방부, 28일 국립제주호국원서 안장식 엄수

73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온 6.25 참전용사 형제

 

국방부는 28일 오전 국립제주호국원에서 신범철 국방부 차관 주관으로 故 허창호·허창식 하사의 안장식을 엄수했다.ⓒ제주의소리
국방부는 28일 오전 국립제주호국원에서 신범철 국방부 차관 주관으로 故 허창호·허창식 하사의 안장식을 엄수했다.ⓒ제주의소리

“전쟁으로 두 형을 잃은 아버지가 평생을 품고 살아온 한서린 설움을 이제 풀 수 있게 됐습니다. 큰아버지와 셋아버지의 명예, 그리고 유해를 찾기까지 힘써준 많은 분들께 누가 되지 않도록 열심히 살겠습니다”

6.25 전쟁 참전 중 전사한 호국의 형제 故 허창호·허창식 하사. 10대 꽃다운 나이에 한반도 최남단 제주에서 함께 전쟁터에 뛰어들어 장렬히 전사한 두살 터울 형제가 73년 만에 넋으로 만나 국립제주호국원에 나란히 잠들었다. 

국방부는 28일 오전 국립제주호국원에서 신범철 국방부 차관 주관으로 유가족, 군 주요 인사, 김성중 제주도 행정부지사, 제주 보훈청장과 보훈단체 등이 참석한 가운데 故 허창호·허창식 하사의 안장식을 엄수했다.

이번 안장식은 이들 형제의 희생과 헌신을 기리기 위해 ‘호국의 형제’라고 명명됐다.

행사는 고인에 대한 경례, 경과보고, 추모사, 종교의식, 헌화와 분향, 영현 봉송, 하관과 허토, 조총과 묵념 순으로 진행됐다.

28일 국립제주호국원에서 진행된 故 허창호·허창식 하사 안장식에서 허창화씨(사진 가운데)가 묵념하고 있다.ⓒ제주의소리
28일 국립제주호국원에서 진행된 故 허창호·허창식 하사 안장식에서 허창화씨(사진 가운데)가 묵념하고 있다.ⓒ제주의소리
28일 국립제주호국원에서 진행된 故 허창호·허창식 하사 안장식에서 유가족이 눈물을 훔치고 있다.ⓒ제주의소리
28일 국립제주호국원에서 진행된 故 허창호·허창식 하사 안장식에서 유가족이 눈물을 훔치고 있다.ⓒ제주의소리

유가족들은 안장식이 엄수되는 내내 감정이 북받치는 듯 눈시울을 붉혔다.

3남1녀 중 막내로 14살의 나이에 두 형과 생이별한 허창화씨(88)는 백발의 노인이 돼서야 70여 년 전 헤어진 두 형의 넋을 조우하게 됐다.

형제 중 첫째인 故 허창호 하사는 1931년생으로 6.25전쟁 발발 직후 1950년 9월 제주도에 있는 5훈련소에 입대해 국군 11사단에 배치됐다.

이후 고인은 1951년 1월, 11사단이 전북 순창 지역에서 후방을 교란한 공비들을 소탕하는 호남지구 공비토벌 잔전에서 만 19세의 젊은 나이로 전사했다. 그의 유해는 전사 직후 수습돼 1958년 제주 충혼묘지에 안장됐다.

둘째인 故 허창식 하사는 1933년생으로 형을 뒤따라 같은 달 제주 5훈련소에 입대해 국군 11사단에 배치됐다.

이후 전남 영암에서 호남지구 공비토벌 작전에 참전한 고인은 형을 잃은 슬픔도 뒤로한 채 강원 양양으로 이동해 1951년 5월 동해안으로 진격하던 중 강원 인제 저항령 일대에서 북한군과 치열한 전투를 벌이던 중 만 18세의 꽃다운 나이로 전사했다.

허창식 하사는 그로부터 60여 년이 흐른 2011년에야 세상의 빛을 볼 수 있었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과 육군 12사단 장병 100여 명이 험난한 산악 암석지대인 강원 인제 저항령 해발 1100m의 정상에서 허창식 하사의 유해를 발굴한 것.

그로부터 다시 10년의 세월이 흐른 2021년 4월 허창식 하사의 조카 허만영씨가 서귀포시 서부보건소를 찾아 6.25 전사자 유가족 DNA 시료 채취에 참여했고, 올해 3월 허창식 하사의 신원이 최종 확인됐다.

28일 국립제주호국원에서 진행된 故 허창호·허창식 하사 안장식에 참석한 유가족의 친인척이 눈물을 훔치고 있다.ⓒ제주의소리ⓒ제주의소리
28일 국립제주호국원에서 진행된 故 허창호·허창식 하사 안장식에 참석한 유가족의 친인척이 눈물을 훔치고 있다.ⓒ제주의소리ⓒ제주의소리
故 허창식 하사의 유품. 사진=국방부.<br>
故 허창식 하사의 유품. 사진=국방부.
故 허창식 하사 유해의 전체 골격. 사진=국방부.<br>
故 허창식 하사 유해의 전체 골격. 사진=국방부.

허창식 하사의 유해를 발굴했던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류수은 상사는 “유해가 발굴된 설악산 저항면은 올라가는 데 4시간이 걸리고 내려오는 데도 4시간이 걸린다”며 “병력이 8시간을 이동해 2시간씩 유해를 발굴했는데, 처음 현장에 갔을 때 유해가 땅에 묻히지도 않고 바위같은 곳에 끼어있는 모습을 보고 굉장히 가슴 아팠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다행히 유족들을 찾게 돼 정말 뿌듯하고 참전용사를 제주도 고향에 모실 수 있게 돼 영광”이라고 말했다.

허창식 하사가 험난한 산악지대에서 고향 제주로 돌아오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한 조카 허만영씨(62)도 “큰아버지와 작은아버지께서 치열한 전투 과정에서 장렬히 전사하셨다는 사실을 생각할 때마다 가슴이 너무 미어지고 아팠지만, 이제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두 분을 함께 국립묘지에 모실 수 있게 돼 감격스럽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두 형을 한자리에 모시게 된 막내 허창화씨는 “이제 고향에서 마음 편히 서로가 손잡고 깊은 잠에 드실 수 있을 것 같다”며 “죽기 전 두 형님을 나란히 모실수 있어 정말 다행이고 고생하신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28일 국립제주호국원에서 진행된 故 허창호·허창식 하사 안장식에서 장조카&nbsp;허만영씨가 감사의 뜻을 전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28일 국립제주호국원에서 진행된 故 허창호·허창식 하사 안장식에서 장조카 허만영씨가 감사의 뜻을 전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28일 국립제주호국원에서 진행된 故 허창호·허창식 하사 안장식에서 신범철 국방부 차관이 허토하고 있다.ⓒ제주의소리
28일 국립제주호국원에서 진행된 故 허창호·허창식 하사 안장식에서 신범철 국방부 차관이 허토하고 있다.ⓒ제주의소리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