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가 국토교통부에 제주 제2공항에 대한 도민 의견 전달을 연기하며 고심하는 가운데, 주민투표를 실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날로 커지고 있다.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는 28일 오후 7시 제주시청 민원실 앞에서 제2공항 예정 부지 인근 수산리, 난산리, 신산리 주민 등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제2공항 기본계획 검증 및 주민투표 촉구 도민대회’를 열었다.

이날 가장 먼저 마이크를 잡은 강원보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 집행위원장은 “어제 오영훈 도지사가 본인과의 대화에서 제2공항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였다. 본인의 입으로 도민의 결정권을 확보하고 도민의 의견을 집약해서 의견을 내겠다고 말한 게 얼마 전인데 아직까지도 의견수렴이 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쏘아붙였다.

이어 “부실 허점 투성인 기본계획과 예정 부지의 동굴, 철새 도래지, 숨골 문제는 하나도 해소되지 않았다. 특히 거대한 동굴로 의심되는 클링커층(clinker layer)이 나왔는데도 이것에 대한 검증 마저도 국토부에 미루고, 국토부는 본 환경영향평가에서 하면 된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이야기 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도민들이 하나같이 뭉친 결과 모든 여론조사에서 제2공항 반대 여론이 오차범위 밖에서 앞서고 있다. 제주도의 발전을 위해 제2공항, 군사공항은 안된다는 것을 도민들도 알고 있다. 우리들의 목소리가 도청, 국토부, 청와대까지 갈 수 있도록 뭉쳐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두 번째로 발언에 나선 홍영철 제주참여환경연대 공동대표는 오영훈 지사를 향해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갔다.

홍 공동대표는 “오영훈 도정이 출범한 지 1년이 되고 있는데 연일 수상한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기본 계획이 고시된다고해서 다 끝나는게 아니다. 그다음은 제주도의회에서 결정할 시간이 남아있다’며 마치 기본계획 고시를 합의한 것처럼 이야기하고 있다. 또 자신은 정치인이 아니고 행정가라고 했다. 그리고 제2공항의 모든 의혹은 시민단체가 검증할 것이라고 했다. 오영훈 지사 본인은 무엇을 하나”라고 반문했다.

또 “지금은 전략환경영향평가와 기본계획 고시 직전인 매우 중요한 시기다. 지금 고시가 되면 사업 추진이 기정사실화 된다. 도민들이 주민 투표로 결정하자고 제안했지만 오영훈 지사는 이것도 국토부 장관에게 이야기하지 않는다. 공개 검증을 국토부 장관에 요구하라 하니까 그것도 ‘안 받을 건데 뭐하라 하느냐’고 이야기 한다. 지난 1년 오영훈 지사는 도지사로서의 자격을 갖추지 못했다. 지금이라도 당장 공개 검증을 요구하고 주민투표를 받아들여라”고  목소리 높였다.

이날 도민대회에 참석한 제2공항 반대 성산읍 주민들도 손피켓을 들고 “주민투표 실시하라”고 목청껏 외쳤다.

참가자 대표로 결의문을 낭독한 강은철 수산리 청년회장과 최슬기 환경운동연합 생태보전국장은 “오영훈 지사는 제2공항 주민투표를 국토부에 요구하고 전략환경영향평가와 기본계획 공동검증에 즉각 나서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제2공항의 전략환경영향평가와 기본계획을 검증한 결과 사실상 사업 추진이 불가능한 수준의 심각한 문제들이 속속 드러났다. 환경영향평가와 기본계획에 제기된 쟁점들은 계획의 적정성과 입지 타당성 차원에서 검토돼야 하는 중대한 문제로, 그 의혹이 사실이라면 제2공항은 중단돼야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주민투표 실시 ▲전략환경영향평가와 기본계획 공동검증 계획 수립 및 즉각 이행 ▲공동검증 전까지 국토부에 의견 제출 유보 등을 거듭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