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희의 노동세상] (93) 중대재해처벌법 구속 1명...모든 국민, 법 앞에 평등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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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이 판치는 건설현장에 건설노동자의 최소한의 울타리였던 건설노조를 치우는 것이 목적인 아닌것이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지난 주 건설노조 탄압을 호소하며 분신한 故 양회동 노동자의 장례가 치러졌다. 그에 따라 지역에서도 마지막 추모집회를 개최하고 시청 어울림마당에 차려졌던 시민 분향소를 거두었다. 장례식이 끝난 다음날인 22일, 경찰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건설노조 제주지부장을 비롯하여 전국의 8명의 건설노동자에 대하여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서울, 대전, 대구, 제주까지 마치 날짜를 맞춘 것처럼 같은 날 구속영장이 청구되었고, 같은 날 영장실질심사가 진행되었다. 법원은 23일 제주지역 4명 중 1명을 제외한, 전국 총 7명의 건설노동자에게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상식이 통하는 건설현장, 안전한 일터를 만들기 위해서 최선을 다해 노력해온 건설노조 간부들의 활동에 공갈혐의를 씌우는 윤석열 정권에 항의하며 양회동 열사가 분신한지 2달이 채 되지 않는 시점에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경찰의 200일 작전, 같은 기간 102명 송치 → 1484명 송치된 이유는?

지난해 12월 8일, 경찰은 건설현장의 불법행위를 근절한다며 200일간의 특별단속기간을 선포했다. 작년 말 화물연대의 안전운임제 파업에 대하여 불법프레임을 씌우고 눌려앉힌 윤석열 대통령은 그 다음 대상을 건설노조로 옮겨간 듯 했다. “건설 현장에서 불법․폭력행위가 판을 치고 있다”고 대통령이 발언한지 사흘만에 경찰은 200일 특별단속계획을 발표했다. 이후 검경은 일사분란하게 전국의 건설노조 사무실을 압수수색 하기 시작했다. 

지난 3월 초,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특별단속을 통해 업무방해와 폭력, 조합원 채용 강요, 금품갈취 등의 혐의로 102명이 검찰에 송치되었으며 29명이 구속되었다고 중간발표를 진행했다. 중간발표 이후 윤석열 대통령의‘건폭’발언이 이어졌고, 경찰에서는 50명 특별승진을 내걸었다. 원희룡 국토부장관은 민주노총 건설노조 전․현직 간부 실명이 명시된 신고양식을 만들어 건설현장에 나눠주며 건설사들에게 신고할 것을 독려했다. 

그 결과, 엊그제 발표한 결과는 놀라웠다. 

같은 기간 진행한 수사임에도 3월 중간결과 이후에 검찰 송치인원이 무려 14배가 늘어났다. 구속자 수도 29명에서 132명으로 증가했다. 마구잡이식 수사가 일어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경찰은 아직 건설현장의 불법행위가 근절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특별수사기간을 50일 더 연장한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지난 달 경찰 특진 인원을 90명으로 대폭 늘렸다. 마약류 범죄단속 수사 특진인원 50명보다 훨씬 많은 수치다. 

그들이 원하는 것, 노동조합이라는 울타리를 치우는 것

경찰의 특별단속과정에서 가장 많은 불법행위로 지목된 것은 전임비․월례비등의 명목으로 금품을 갈취했다는 것이다. 월례비는 타워크레인 기사에게 지급되는 명목의 금원이다. 하지만 월례비가 생겨나게 된 배경 자체가 타워크레인 노동자의 모순된 고용구조 (타워크레인 임대사와 근로계약을 체결하지만 현장에서는 건설업체로부터 지휘감독을 받음)안에서 공사기간을 줄이기 위해 건설업체가 타워크레인 기사에게 장시간 노동과 위험한 노동에 대한 대가로 지급하기 시작한 금원이다. 때문에 건설노조는 이미 2018년도에 월례비의 전제가 되는 한 장시간 노동과 위험 작업을 중단할 것을 건설협회에 공문으로 접수하고 월례비를 근절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노동조합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월례비가 계속 존치하고 있는 것은 노동자의 노동안전보다 공사기간을 줄이는 것이 더 중요한 건설업체의 이윤추구 때문이 아닌가. 최근 광주고등법원은 타워크레인 기사의 월례비는 “임금”이라고 판시했다.  

전임비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여기서 전임비는 노동조합법(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의 근로시간면제제도와 관련되는데 노동조합 활동을 전임으로 하는 자에 대하여 단체교섭을 통해 사용자가 노동조합 활동에만 전담하는 유급 전임을 인정하는 제도이다. 일반적인 사업장의 경우 조합원수 규모에 따라서 근로시간면제시간이 정해져있어 그 범위 내에서 유급 전임자를 운영한다. 건설노조도 마찬가지다. 건설현장이 개시되면 조합원들이 일하는 현장의 업체와 단체협약을 체결하고 여러 가지 내용 중 노동조합 전임자에 대한 유급 전임비 보장이 포함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조합원이 여러 현장에 나뉘어져있기 때문에 일반 사업장처럼 안정적으로 보장이 되고 있지는 않다. 

노사관계에 대한 이해 없이, 노동법에 무지한 경찰들이 주축이 되어 법상 지급의무가 발생한 금원에 대하여 불법행위라는 프레임을 씌워 건설노조를 때리고 있다. 건전한 노사관계 발전에 이바지해야 할 고용노동부는 이러한 사실을 묵과하면서 중대재해처벌법 개악, 노동시간 유연화 개악에 앞장서고 있다. 작년 말부터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민주노총 건설노조를 향해 “없는 법도 만들어서 처벌하겠다”는 망말을 하며 노조혐오를 드러내고 있다. 건설현장에서 건설노조를 뿌리 뽑는 것이 마치 건설현장을 정상화 하는 것인냥 이야기한다. 

건설노동자의 집회에 항상 나오는 발언이 있다. “건설노조가 생기고 나니 현장이 바뀌었습니다”,“우리는 과거로 돌아갈 수 없습니다”. 혹시 지금의 건설노조에 대한 대대적인 탄압이 건설노조가 없던 시절로 회귀를 바라는 세력에 의한 것은 아닌지. 끔찍한 상상을 해본다. 불법이 판치는 건설현장에 건설노동자의 최소한의 울타리였던 건설노조를 치우는 것이 목적인 아닌것이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그런데 왜!?

형사소송법은 피의자에 대한 수사는 불구속 수사를 원칙으로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범죄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인신구속은 상당히 제한적으로 집행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흔히 아는 주거가 일정치 않다거나,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망갈 염려가 있는 경우가 제한적으로 구속수사를 하게 되는 경우다. 하지만 노동자가 죽어가는 건설현장의 사망사고에서, 시시각각 증거가 인멸해가는 사고 현장의 책임자에 대하여 경찰이 나서서 구속영장을 청구한 경우는 극히 드물다. 

헌법 제11조는 모든 국민은 법 앞에서 평등하다고 했다. 하지만 법 집행에 있어서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건설현장에서는 지금도 재래식 산업재해(추락, 충돌, 넘어짐)로 매일 사망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중대재해 사고 조사를 위해 관계자를 구속수사하는 경우는 극히 이례적인 경우에 한한다. 2020년 경기도 이천의 냉동창고 건설현장에서는 화재로 인해 한꺼번에 36명의 건설노동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공사 기일을 맞춘다는 이유로 함께 작업하면 안되는 위험 작업들을 동시 작업하다가 발생한 사고였다. 경찰은 그동안 이와 같이 사회적인 참사 규모의 사고에 대해서만 구속영장을 신청해왔다. 아이러니 하게도 현재 구속된 건설노동자들의 구속사유에는 “업체들이 산업안전보건법을 위반한 것을 이유로 진정을 제기하는 방법으로 건설사를 압박했다”는 것이 포함되어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1년반이 되어간다. 그사이 수천 건의 중대재해가 발생했지만,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법정구속된 사업주는 현재까지 단 1명이다. 산업안전보건법을 위반하여 노동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건설사업자, 산업안전보건법을 지키라고 요구하며 현장의 노동안전을 강조한 건설노동자. 과연 법 앞에 모든 국민은 평등한가. 


#김경희

‘평화의 섬 제주’는 일하는 노동자가 평화로울 때 가능하다고 생각하면서, 노동자의 인권과 권리보장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공인노무사이며 민주노총제주본부 법규국장으로 도민 대상 노동 상담을 하며 법률교육 및 청소년 노동인권 교육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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