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부터 11월까지 맨 마지막 금~토 개최
김동만 교수 “영화제 시작 동참 영광”

ⓒ제주의소리 한형진 기자
4.3영화제가 6월부터 11월까지 열린다. ⓒ제주의소리 한형진 기자

사상 첫 ‘4.3영화제’의 막이 올랐다. 6월부터 11월까지 무려 6개월 동안 매월 마지막 주 금요일, 토요일마다 관객과 만난다. 

다큐멘터리 ‘잠들 수 없는 함성 4.3 항쟁’(1995)의 연출자 김동만 교수(제주한라대)는 영화제 개막식에 참석해 “4.3 영화제가 제주를 대표하는 평화·인권 영화제로 성장하길 바란다”고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제주4.3평화재단(이하 재단)은 6월 30일(금) 오후 6시 30분, CGV제주 6관에서 ‘2023 4.3 영화제’ 개막식과 첫 상영 일정을 소화했다.

첫 날은 영화 분야 4.3 진상규명 운동의 기념비적인 작품으로 손꼽히는 다큐멘터리 ‘잠들 수 없는 함성 4.3 항쟁’과 ‘유언’(1998)을 상영했다. 다음 날인 7월 1일에는 두 작품과 함께 영국의 거장 영화감독 켄 로치(Ken Loach)가 그려낸 아일랜드 투쟁사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2006)도 상영했다.

개막식에는 4.3 유족부터 대학생까지 다양한 관객들이 참여해 4.3영화제의 시작을 축하했다. 시작에 앞서 2023 제4회 ‘4.3과평화 영상공모전’ 대상 수상작인 박예슬의 ‘당신에게도 또 다른 제주4.3이 있지 않을까요’(2022)를 상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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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원 4.3영화제 집행위원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한형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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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막식 참가자들. ⓒ제주의소리 한형진 기자

이후 ‘잠들 수 없는 함성 4.3 항쟁’과 ‘유언’을 상영하고 난 뒤, 연출자인 김동만 교수를 초청해 관객과의 대화를 가졌다. 진행은 이정원 4.3영화제 집행위원장이 맡았다.

‘잠들 수 없는 함성 4.3 항쟁’은 4.3을 ‘민중항쟁’으로 바라본다. 해방부터 4.3 봉기, 대학살, 이후 남은 자들의 고통까지를 옛 자료 화면, 강요배 화백의 4.3연작, 생존자 인터뷰, 내레이션 등으로 살핀다. 이 작품은 1990년대 말 전국 대학가에 배포되면서 “4.3 전국화의 기반”을 다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동만 교수는 1997년 10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연행되는 등 고초를 겪었다. 

‘잠들 수 없는 함성 4.3 항쟁’은 마지막 부분이 큰 화제를 모았다. 1만5000여명의 4.3희생자 명단을 노래 ‘잠들지 않는 남도’를 배경으로 16분 동안 나열하는 파격적인 구성을 시도했다. 

‘유언’은 4.3 당시 군·경 토벌대에 의해 제주시 아라동 박성내에서 도민 100여명이 학살당한 사건을 생존자들의 증언으로 고발한다. 특히 당시 경찰, 군인이었던 이들의 증언도 담으면서, ‘가해자’들의 생생한 입장을 만날 수 있다. 같은 해 발표한 다큐 ‘무명천 할머니’(1998)에 가려 비교적 알려지지 않았지만, “4.3 진상규명 운동 역사에서는 반드시 기억해야 할 영화”로 평가 받는다. 두 작품 모두 ‘제주4.3다큐멘터리제작단’이 제작했다. 

관객과의 대화에서 김동만 교수는 “지금 내 나이가 56세 인데, 저 영상들은 20대 시절에 만들었다. 재단에서 4.3영화제 개막작으로 이 작품들을 소개하자고 제안했을 때 처음엔 고사했다. 영상에 대한 눈이 무척 높아진 지금 보면 여러모로 보기 힘들지 않을까 하는 이유에서다. VHS(비디오 홈 시스템)로 영상을 편집하던 시기”라고 말했다.

관객과의 대화를 진행하는 김동만(왼쪽) 교수와 이정원 집행위원장. ⓒ제주의소리 한형진 기자
관객과의 대화를 진행하는 김동만(왼쪽) 교수와 이정원 집행위원장. ⓒ제주의소리 한형진 기자
김동만(왼쪽) 교수와 이정원 집행위원장. ⓒ제주의소리 한형진 기자
김동만(왼쪽) 교수와 이정원 집행위원장. ⓒ제주의소리 한형진 기자

김동만 교수는 마지막 16분에 걸친 희생자 소개 장면은 “제주도의회가 파악한 희생자 목록을 아래아한글 문서로 변환했다. 그리고 스페이스바를 누르고 있으면 명단이 올라가니, 그걸 모니터를 직접 촬영하는 방식으로 만들었다”면서 “손으로 계속 누르고 있으려니 조금 아팠지만 영화를 보는 사람들이 이건 꼭 봐야한다는 열정으로 길게 넣었다. 그만큼 많이 희생됐다는 걸 보여주는 장치였다”고 설명했다.

김동만 교수는 애초 영상으로 제작하는 ‘4.3본풀이’ 시리즈를 5편으로 기획했다. ▲무명천할머니 ▲유언 ▲4.3으로 고아가 된 뒤 이산가족으로 만나는 동광마을 주민 이야기 ▲무장대에 참여한 재일동포 ▲토벌대에 참여하는 토산리 주민 이야기 등이다. 그는 “촬영도 제법 진행했고 ‘무명천할머니’와 ‘유언’은 완성해 발표까지 했다. 그러나 나머지 세 편은 당시 시대 상황 등을 고려할 때 완성하지 못하고 촬영분은 그대로 남아있다”고 밝혔다.

김동만 교수는 “전국 대학가에 다큐를 배포할 때는 당시 제주대학교 총학생회가 큰 역할을 했다. 비디오테이프 재생 기계 3~4대를 계속 돌리면서 테이프 300개를 만들어 전국에 뿌렸다. 나도 그 친구들도 4.3을 알려야겠다는 생각 하나로 움직였다”고 강조했다.

객석과 질문이 오가면서 김동만 교수는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꺼냈다. 

본격적으로 다큐를 제작하기 전, 신혼집 전세자금으로 영상 제작 장비를 구입했고, 결국 전세자금은 지인들의 보증 등으로 마련했다는 웃지 못할 에피소드를 풀어냈다. 그리고 국가보안법으로 연행된 사건은 “자칫하면 간첩사건으로 조작될 수 있었다. 그 당시 나보다는 제주도의회 4.3조사위원이었던 강덕환 같은 주변 사람들이 정말 많이 조사 받았다. 경찰은 일본에서 돈이 넘어오는 그림도 그렸었다. 그래도 결국 대법원까지 가서 무죄가 확정됐다”고 밝혔다. 본인도 속했던 4.3다큐멘터리제작단은 “어디서 조금 생기면 그때마다 (제작비로) 쓰는 노력 봉사였다"면서 추억 아닌 추억을 떠올렸다.

김동만 교수(왼쪽)와 배우자 김은희 4.3평화재단 추가진상조사단 팀장. ⓒ제주의소리 한형진 기자
김동만 교수(왼쪽)와 배우자 김은희 4.3평화재단 추가진상조사단 팀장. ⓒ제주의소리 한형진 기자

김동만 교수는 “두 다큐 작품은 영화라기 보다는 일종의 4.3 기록의 역사로 봐달라. 보기에 힘들지만 나름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면서 “앞으로 4.3영화제가 제주를 대표하는 평화-인권 영화제로 나아가길 바란다. 그 첫 발에 내가 동참할 수 있어 영광”이라는 소감을 전했다.

이정원 집행위원장은 "4.3영화제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제주에서 열 수 있는 행사다. 평화와 인권을 주제 삼아, 부천이나 부산국제영화제 부럽지 않게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 문화 브랜드로서도 충분한 자신감이 있기에 앞으로 2회, 3회 이어가길 진심으로 바란다. 첫 해인 올해를 성과지표로만 평가하기 보다는 이런 배경을 감안한 관심과 지원 부탁드린다"고 관객들에게 당부했다.

한편 다음 7월 상영작을 포함한 나머지 일정과 변동 사항은 재단 누리집( https://jeju43peace.or.kr )과 SNS를 통해 수시 공지한다. 관람료는 전체 무료이며, 사전 예약한 참석자를 위해 현장에서 특별한 굿즈(기념품) 등을 제공한다.

문의 및 사전예약 : 064-723-4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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