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국 새 시화집 <자작나무 숲길에서>…“녹내장 환자에 희망 되었으면”

제주 시인 김순국씨가 새 시화집 '자작나무 숲길에서'를 펴냈다. ⓒ제주의소리
제주 시인 김순국씨가 새 시화집 '자작나무 숲길에서'를 펴냈다. ⓒ제주의소리

제주 출신 늦깎이 시인 김순국(69)이 3년만에 새 시화집을 냈다. 

<자작나무 숲길에서>(책만드는집). 50편의 시조와 시작노트, 직접 그린 다채로운 수채화들로 엮어졌다.

강아지풀, 갈대, 수국, 코스모스, 문주란, 복수초, 붓꽃, 화살나무, 자작나무, 버드나무, 산딸나무…. 이번 시화집엔 나무, 꽃, 풀 등 자연 소재들이 유난히 많이 등장한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녹내장이라 숲이 눈에 좋으니 자연 관찰 위주로 사진 찍고 메모한 것을 시로 구상해 쓰게 되었다” 작가의 설명을 접하고 나면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랬다. 작가는 녹내장 말기였지만, 이를 시심(詩心)으로 극복했다. “두통이나 팽팽해진 눈알에 눈이 저절로 감겨버렸다. 신문이나 책 읽기도 힘들었지만, 시인이 되려는 마음은 포기되지 않았다”고 했다.

시심만이 아니었다. 동병상련이랄까. 녹내장 환자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도 주고 싶었다. 불편하고 힘들지만, 소망하는 뭔가를 조금씩이라도 이루어낼 수 있다는 희망. 


이름값 나잇값 하며
추울수록 강해지는 

검은 세파 세상살이
흰빛으로 갈무리하는

얼룩진
옹이들마저 
흰빛 더욱 밝히네요

대표작 ‘자작나무…’에서는 황혼에 접어든 자신의 삶에 대한 관조와, 이만하면 잘 살았다는 감사함이 엿보인다. 

작품 속 숲길은 강원도 인제에 있는 자작나무 숲이다. 작가는 시작노트에서 원산지가 시베리아임을 굳이 밝혔다. 이주해와서도 잘 살고 있단다. 지난 8년의 타향(청주)살이를 빗댄 것은 아닌가 싶다. 

시조시인 고정국은 “결국 글쓰기란 ‘내 삶의 길 찾기’로 끝나지 않고, 자연이 나에게 건네는 ‘길’ 또는 ‘언어’ 찾기라는 점을 이 시화집을 통해 발견할 수 있다”며 “무엇보다 녹내장 말기라는 시력 장애의 벽을 두들기면서 얻어낸 결과물이어서 감동이 컸다”고 평했다. 

김순국 시인&nbsp;
김순국 시인 

김씨는 세 편의 시(화)집 발간에 대해 “평생 품었던 소중한 소망을 이룬 듯 감개무량하다”고 말했다.

50대 중반에 시 세계에 입문한 작가는 2009년 제주시조문학회 백일장에서 <다랑쉬마을 팽나무>로 장원을 차지했다. 2018년 첫 시집 <반대편에 반짝이는>, 2019년에는 시화집 <뒤뜰에 마디를 세운>을 출간했다. 

제주여중고, 서울여자간호대학을 졸업했다. 미국 코네티컷 주립대학 간호학과를 수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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