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라마다호텔에서 제주 갈옷 전승 양상과 문화유산 가치 학술대회가 열렸다. ⓒ제주의소리
10일 라마다호텔에서 제주 갈옷 전승 양상과 문화유산 가치 학술대회가 열렸다. ⓒ제주의소리

제주도 세계유산본부(본부장 고영만)와 제주학연구센터(센터장 김순자)는 10일(월) 오후 1시부터 제주시 탑동 라마다호텔에서 학술대회 ‘제주 갈옷 전승 양상과 문화유산 가치’를 개최했다. 

이번 학술대회는 지난해부터 진행하는 문화재청 공모사업 ‘제주 갈옷 미래무형유산 발굴·육성 사업’의 일환이다. 의류학, 민속학, 국어학 등 전공자들이 참여해 제주 갈옷의 역사와 변천 양상, 제주 갈옷에 담긴 전승지식, 지속가능한 친환경 생활문화로서 갈옷의 특성, 문화유산적 가치 등을 살펴봤다.

기조 강연은 고부자 전 단국대 교수가 ‘제주 갈옷의 전통과 계승 발전 방향’에 대해 발표했다. 1부는 현승환 교수(제주대)가 좌장을 맡아, 홍희숙 교수(제주대), 김순자 센터장, 허북구 운영국장(한국천연염색박물관), 고광민 선임연구원(제주섬문화연구소)이 각각 발표했다.

2부는 종합토론으로 현진숙 제주도 무형문화재위원장이 좌장을 맡아 ▲황경숙 외래교수(부경대) ▲이애순 회장(제주천연염색협회) ▲박지혜 회장(제주전통문화감물염색보존회) ▲조정현 전문연구위원(제주학연구센터)이 참여했다.

학술대회장에서는 갈옷 제품들도 전시했다. ⓒ제주의소리
학술대회장에서는 갈옷 제품들도 전시했다. ⓒ제주의소리

고부자 전 교수는 “갈옷은 건강한 삶을 추구하는 현시대의 요구에 가장 알맞은 옷이다. 노동복으로, 일상복으로 활용하기에도 그 어느 옷보다 탁월하다. 또한 감물염은 다양한 생활용품이나 실내장치물에도 무한한 무공해자원으로 활용성을 가진 자원”이라며 “서양 광부의 노동복이었던 ‘진(jean)’은 1970년대 이후 세계가 ‘진 패션’의 절정을 이뤘고, 아직도 그 기세가 대단하다. 그러나 그 염액은 공해거리인 화학염료이다. 제주 갈옷, 이에 대적해 볼 만하지 않은가”라고 피력했다.

홍희숙 교수는 “제주에서 행해진 감물들이기 문화와 감물 들인 옷의 역사는 객관적으로 조선시대 후기 이전으로 볼 수 있으며, 약 300년 이상의 역사를 갖는다. 현재 우리가 부르는 ‘갈옷’ 이란 명칭 또한 적어도 일제강점기인 1931년 이전부터 92년 이상 사용돼 온 명칭”이라며 “제주의 농업이 자본집약적이고 기술집약적인 구조로 변화된 1980년대에는 제주에서의 갈옷 착용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 갈옷 제작자는 개인에서 마을의 생활개선회나 전문 생산업체로 변화해 전승됐다. 2000년 이후에는 상품화된 감물들이기 체험 프로그램이나 체험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제주지역 주미들과 학생들에게도 전승되고 있다”고 역사를 소개했다.

김순자 센터장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제주에서 진행한 갈옷 문화 관련 구술 채록 결과를 보고했다. 조사는 27개 마을에서 42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김순자 센터장은 “갈옷의 명칭은 지역과 구술자에 따라서 ‘갈옷’이 ‘감옷’과 ‘감든옷’으로도 다양하게 불린다”면서 “제주의 갈옷 종류는 지역에 따라서 다르게 불리고 있다. 남자들이 주로 입는 ‘갈중의’를 남원읍 지역에서는 ‘갈점벵이·갈점벵이’로 불리고, 이 지역의 ‘갈중의’는 ‘갈굴중의’ 의미로 사용하고 있어서 지역차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산도록허다, 솔그랑허다, 사락사락하다 등의 다양한 표현은 갈옷 문화가 만들어낸 또 다른 제주의 무형자산”이라면서 “갈옷의 첫 착용 시점은 밭일 등을 할 수 있는 성년기나 결혼 이후가 대부분이었다. 갈옷은 중산간 마을 사람들이 해안 마을 사람들보다 더 많이 입었고, 남자보다 여자들이 더 많이 입고 있었다. 갈옷은 쉽게 변하는 성질이 있어서 젖었을 때는 빨리 말려야 하고, 세제를 사용해서 빨거나 젖으면 색이 변하는 경향이 있다”고 조사 결과를 밝혔다.

허북구 국장은 “제주도 갈옷은 시대적 화두인 지속가능성과 탄소중립을 상징적으로 나타내 주는 매우 우수한 모델이다. 이 모델이 소비자나 섬유패션의 세계 시장에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고, 활용도 제대로 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면서 “따라서 이를 효과적으로 알리고 활용하려면 제주 갈옷의 지속가능한 생태적 특성 측면에서도 다양한 접근이 필요하다. 동시에 제주 갈옷의 지속가능한 생태적 특성을 내적으로 계량화하고 논리를 만들어 내발적 발전을 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고광민 연구원은 “제주도 이외 육지부 지역에서 평상복과 노동복은 백의(⽩⾐)였다. 백의를 입고 논밭에서 노동했을 때, ‘흙물이 옷에 묻으면 아기 셋 낳을 때까지 씻기지 않는다’라는 이야기가 전승될 수 있었다. 그러나 제주도 사람들은 평상복은 백의, 노동복은 갈옷으로 구별하는 일상적 삶 속에서, 갈옷을 입고 노동했을 때 흙물의 염려는 있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주도 갈옷 노동복의 탄생 배경은 제주도의 화산회토(⽕⼭灰⼟) 때문이다. 제주도 화산섬 땅의 흙물은 백의에 스며들면 씻기지 않음은 경상북도 질흙으로 된 땅의 천둥지기의 경우와 마찬가지다. 이것이 제주도 사람들의 의생활, 곧 평상복을 백의, 노동복은 갈옷 전통의 탄생 배경이 아닐까 한다. 그러나 제주도 갈옷은 화산섬 제주도 풍토에서 살아온 제주도 사람들의 문화유산”이라고 주장했다.

학술대회 현장. ⓒ제주의소리
학술대회 현장. ⓒ제주의소리
갈옷 제품 전시 모습. ⓒ제주의소리
갈옷 제품 전시 모습. ⓒ제주의소리

황경숙 교수는 “향후 과제로 제주도 갈옷은 시대적 화두인 지속가능성과 탄소중립을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매우 우수한 모델로, 제주 갈옷의 지속가능한 생태적 특성을 내적으로 계량화하고 논리를 만들어 내발적 발전을 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애순 회장은 “전도 학교 학생, 학부모 대상으로 감물 들이는 날, 아니면 감물 들인 티셔츠를 입어보는 날이 하루라도 있었으면 하는 제안을 해본다. 본인이 체험을 해봐야 갈옷이 얼마나 몸에 이로운지 알 수 있다. 감 염색을 접할 수 있는 다양한 기회를 만들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박지혜 회장은 “운남성(雲南省) 지역의 묘족(苗族)의 전통문화 및 염색문화를 조사해 보면 감물염색은 나타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는 운남국에서 전래됐다는 설이 재생산되고 있는데 합리적인 추론을 통해 기원이 재정립해야 할 것으로 생각되며, 이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고 제시했다.

조정현 전문연구위원은 “제주 갈옷 미래무형유산 발굴 육성 사업에서는 1차년도에 제주 갈옷에 대한 조사 연구를 통한 가치 발굴을 목표로 다양한 사업을 수행해왔다. 역사적 근거자료 확보를 위해 고문헌 25건, 근현대 신문기사 113건 등 300여건의 자료를 수집했고, 제주 전역 27개 마을 42명의 제보자를 대상으로 200자 원고지 6500매 분량의 구술채록을 했다. 또한 갈옷 업체를 포함한 제주도민 464명을 대상으로 제주 갈옷 인식도 설문조사를 수행했다. 도내 17개 박물관 미술관에서 소장하는 갈옷 관련 자료를 조사해 촬영하고 실측을 진행했다.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미래무형유산 제주 갈옷 아카이브’를 구축하고 있으며 사업이 종료되는 8월 말에 최종보고서를 간행할 예정”이리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부대행사로 ‘제주 갈옷 특별전시회’가 라마다호텔 8층 로비에서 열렸다. 전통 갈옷부터 최신 경향을 반영한 갈옷과 소품도 패션쇼로 선보였다.

갈옷 전시. ⓒ제주의소리
갈옷 전시.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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