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자 모과 부부가 쓴 라면 에세이 ‘둘이서 라면 하나’ 발간

/ 사진=한그루
/ 사진=한그루

한국인에게 빠질 수 없는 음식 ‘라면’에 대한 소소하면서 흥미로운 시선을 만나보자.

필명 유자, 모과 부부가 쓴 에세이 ‘둘이서 라면 하나’(한그루)가 최근 발간됐다. 책 소개에 따르면 이 책은 책 읽기가 취미인 유자와 그림 그리기가 취미인 모과 부부가 함께 만든 라면 에세이다. 

라면은 이럴 때 먹는 거다. 한 해의 마지막 날 송구영신 예배를 드리러 가기 전 먹는 라면의 맛, 비바람이 치는 오후 창밖을 바라보며 먹는 라면의 맛, 열대야로 잠 못 이룰 때 에어컨을 틀어놓고 먹는 라면의 맛, 봄바람을 맞으며 자전거를 타고 몇 시간을 달린 후 먹는 라면의 맛. 라면은 한 끼 식사로 먹을 때보다 든든한 간식으로 먹을 때 더 맛있다. (10쪽)

삼양에서 만든 쇠고기면을 살펴보니 100% 횡성 한우를 사용한다고 표지에 적혀 있다. 왼쪽 하단에는 ‘횡성 군수가 품질을 인증한 횡성 한우고기입니다’라고 적힌 동그란 인증마크 모양까지 있다. 라면이 담긴 그릇 위로 ‘한우의 고장 횡성군이 인정한’ 문구도 있다. 라면 표지가 온통 횡성 한우 얘기뿐이군. 오른쪽에는 소 한 마리가 바지도 없이 흰 저고리만 입고 똑바로 서서 엄지를 치켜세우며 미소 짓고 있다. 이 소의 이름은 횡성군 마스코트인 한우리라고 작은 글씨로 적혀 있다. 한우리야. 너에게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고는 있는 거니? (124-125쪽)

아빠는 중학생 때 처음 라면을 먹어 봤는데 그 맛이 ‘환상적’이었다고 했다. 그렇게 라면이 먹고 싶었는데도 집이 가난해 자주 사먹지 못했다고 한다. 엄마 역시 라면 한 봉지를 사면 거기에 미역과 소면을 잔뜩 넣어 오빠 두 명과 나눠 먹었다고 하니, 1960년대만 해도 라면 한 그릇은 정말 정말 귀한 음식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현재 나는 각종 라면을 수십 봉지 사서 내키는 대로 골라 먹으며 맛있네 맛없네 품평이나 하고 앉아 있다. 심지어 인스턴트 식품은 되도록 절제하고 신선한 야채와 과일을 먹으려 노력하니 부모님과 나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다른 세계를 살아온 것이다. (137-138쪽)

1번 신라면부터 30번 쇠고기미역국까지 서른 가지의 라면 제품과 관련한 이야기를 담았다.

출판사는 “이 책은 라면마다 담긴 소박하고 따뜻한 이야기를 함께 전한다. 부부가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려 만든 책인데, 그에 앞서 부부가 한 그릇의 라면을 함께 나눈 다정한 시간이 담겨 있다. 다양한 라면에 담긴 재미있는 정보도 덤으로 얻을 수 있다”면서 “사랑스러운 부부의 이야기를 찬찬히 따라 읽어가다 보면 어느새 출출해진 우리의 마음을 달랠 따뜻한 라면 국물이 몹시 그리워진다”고 소개했다.

저자는 “나와 남편은 마트에 장을 보러 가면, 새로 출시된 라면이나 과자가 있는지 살펴본다. 새로 나온 상품을 발견하면, 감탄하며 그 향과 맛을 상상해본다. 포장지 디자인을 품평하고, 어떤 첨가물이 들어갔는지 꼼꼼히 읽어본다. 건강상 매일 먹을 수는 없으니, 시각적으로라도 즐기려는 마음 때문이다. 때로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만족을 느낀다. 그러나 도저히 유혹을 이길 수 없을 때, 라면 하나를 끓여 남편과 나눠 먹는다. 역시 맛있다. 라면은 힘이 세다”라는 라면 예찬을 밝혔다.

이 책은 제10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에서 특별상을 수상한 글을 묶은 작품이다.

한그루, 188쪽,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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