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길웅의 借古述今] (334) 갑인년에 콩 볶아 먹은 얘기한다

차고술금(借古述今), 옛것을 빌려 지금을 말한다. 과거가 없으면 현재가 없고, 현재가 없으면 미래 또한 없지 않은가. 옛 선조들의 차고술금의 지혜를 제주어와 제주속담에서 찾는다.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MZ세대들도 고개를 절로 끄덕일 지혜가 담겼다. 교육자 출신의 문필가 동보 김길웅 선생의 글을 통해 평범한 일상에 깃든 차고술금과 촌철살인을 제주어로 함께 느껴보시기 바란다. / 편집자 글


* 갭인년 : 갑인년(甲寅年)
* 여왁 : 이야기

어떤 일을 추진함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는커녕 지난날 이야기라고 장황하게 늘어놓는 사람이 한두 사람 끼어 있게 마련이다. 왜 그런 사람을 일컬어 콩팔칠팔한다고 하지 않는가. / 사진=픽사베이
어떤 일을 추진함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는커녕 지난날 이야기라고 장황하게 늘어놓는 사람이 한두 사람 끼어 있게 마련이다. 왜 그런 사람을 일컬어 콩팔칠팔한다고 하지 않는가. / 사진=픽사베이

갭인년은 갑인년, 60갑자(甲子)의 하나다. 어느 특정한 시기나 해(연도)를 가리키지 않고 막연한 ‘언제, 어느 때’를 지칭하고 있다.

“사름도 참, 그 사름은 자리에 아잤다 허민, 옛날 했던 히어지렁헌 여왁을 허더라. 어느 해에 이녁 콩 볶아 먹은 게 무슨 소용이라게.” 
(사람도 참, 그 사람은 자리에 앉았다 하면, 어느 해에 자기 콩 볶아 먹은 게 무슨 소용이냐고.)

어떤 일을 추진함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는커녕 지난날 이야기라고 장황하게 늘어놓는 사람이 한두 사람 끼어 있게 마련이다. 그런다고 “그런 말랑 이제 그만하시오”하고 막아 나서는 것도 예도가 아니라, 말을 다할 때까지 참고 기다려야 한다. 인내해야 하는 일이다.

왜 그런 사람을 일컬어 콩팔칠팔한다고 하지 않는가. 자기 생각만 했지 상대는 인중에도 없거나 지금 왜 자리를 함께했는지조차 모르는 외골수다. 그런 작자는 자연히 주위로부터 소외당해 사회생활에서 배제될 수밖에 없다.

그렇게 외고집이라 자기주장이 의외로 강한 성향을 지닌다. 답답한 노릇이다.

어떤 모임에서 쓸데없는 지난 얘기만 하면서, 그렇게 분위기를 해치고 있다는 것 자체를 모르는 사람을 나무랄 때 하는 말이다.

누가 시원하게 한소리 해야 할 일이 아닌가?

“어이, 이 사름아. 아까부터 무신 여왁이라. 그때 콩 볶아 먹언 어떵했댄 말이라?”
(어이, 이 사람아, 아까부터 무슨 얘긴가? 그때 콩 볶아 먹고 어떻게 했단 말인가?)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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