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채식문화원 고용석 공동대표

유엔은 21세기 새로운 보건 정책 목표로 만성질환을 설정했다. 세계 인구 20억명이 비만이고 그중 10억명이 만성질환으로 죽어가는 상황에서 인류 보건 최대 목표가 ‘전염병 퇴치’에서 ‘만성질환 관리’로 바뀐 것이다. 국내에서도 당뇨병 고혈압 같은 만성질환으로 고통받는 환자가 이미 1천만명을 넘어섰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3명 중 1명 이상이 암에 걸릴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여러 나라에서 만성질환의 원인으로 ‘서구식 식단’을 지목하고 대국민 식생활지침을 실행하고 있다. 서구식 식단은 ‘생명과 산업의 충돌’로 압축된다. 과도한 육류와 정제 가공식품이 범람하고 자연과 종의 다양성을 완전히 무시한 식단이다. 식용으로 3000가지의 동·식물종이 널리 쓰여 왔는데 오늘날 기업농들은 곡물은 쌀·밀·콩·옥수수 4종만을 재배한다. 저비용 대량생산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식품의 질 대신 양, 즉 칼로리를 얻는 대신 미량영양소는 포기한 식단이다. 1970년대 중반 이후 세계의 식품 정책은 싼 가격에 대량의 칼로리를 공급하는 것으로 요약된다. 예전에 1개의 사과가 갖던 철분을 얻으려면 이제 사과 3개를 먹어야 한다. 과체중이거나 비만이면서 영양실조가 흔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 서구식 식단을 극복하기 위한 각 나라 정부의 권장 식단은 사실 의외로 유사하다. 통곡물, 과일, 채소 등 식물성 자연식품을 많이 먹고 고기와 유제품을 줄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식습관을 바꾼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혹자는 식습관을 언어에 비유한다. 모국어는 자연적이고 쉽게 배우지만 결정적 시기가 지나면 외국어를 배우기란 상당이 어려워진다. 새로운 식단을 받아들이는 것도 외국어를 배우는 것과 같다. 

대부분 식습관은 어릴 적부터 문화나 환경, 즉 부모나 사회가 강제하여 길들어진다. 어릴 적부터 이 음식을 둘러싼 문화의 전제나 가치를 스펀지처럼 흡수한 나머지 너무나 당연하고 자연스러워 마치 자신의 선택인양 착각하고 살아간다. 사실상 식습관이 무의식의 영역에 속하는 이유이고 이런 연유로 기존 식단 외에 다른 대안이나 다른 선택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닫기 어렵다. 이것이 정부가 국민 건강을 외치며 식단을 바꾸려 해도 식생활지침이나 영양지침이 실패하는 이유이다.

식습관 전환의 어려움을 보여주는 사례

식습관 전환이 얼마나 어려운 일이지 정치적 예를 들어보자. 미국이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후인 1917년 훗날 미국의 대통령이 된 허버트 후버는 ‘고기 먹지 않는 날’을 제정해 쇠고기 소비를 줄여보자고 했다가 노동자들의 거센 반발에 직면했다. 그 결과 쇠고기 소비가 줄기는커녕 오히려 17%나 상승하는 역효과까지 나왔다. 노동자들이 인상된 급여로 두둑한 지갑을 고급 비프스테이크 구입에 열었기 때문이다. 

1946년엔 쇠고기에 대한 전시 가격 통제를 해제하자 쇠고기 가격이 70% 급등한다. 트루먼 대통령은 대중적 지지 확보를 위해 재차 가격 통제를 실시했지만 축산농가는 시장에 소를 내놓지 않는 것으로 맞섰다. 이로 인해 공급 부족이 심각해지자 언론매체들은 ‘쇠고기 기근’이라는 헤드라인을 쏟아내며 대중의 분노를 촉발시켰다. 트루먼 대통령은 즉각 백기를 들고 가격 통제를 해제했지만 민주당은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만 했다. 쇠고기 부족이 전 유권자들 사이에서 최대 이슈가 됐던 이른바 1946년 11월의 ‘비프스테이크 선거’에서 대패한 것이다.

비건채식인들의 지구살리기 켐페인- 개인이 고기를 먹느냐 마느냐 하는 겉보기로는 사소한 문제가 이제 지속가능성 논의에서 중심을 차지하게 되었다. 환경과학이 발달함에 따라, 동물의 고기에 대한 욕망이야말로 지금 인류의 미래를 위협하고 있는 거의 모든 환경피해 즉 삼림 소멸·표토 소실·청정수 부족·대기오염과 수질오염·기후변화·생물다양성 감소·사회적 부정의·공동체 파괴와 새로운 전염병 창궐 등의 저변에 있음이 뚜렷해졌기 때문이다. (사진=한국 채식문화원 제공)
비건채식인들의 지구살리기 켐페인- 개인이 고기를 먹느냐 마느냐 하는 겉보기로는 사소한 문제가 이제 지속가능성 논의에서 중심을 차지하게 되었다. 환경과학이 발달함에 따라, 동물의 고기에 대한 욕망이야말로 지금 인류의 미래를 위협하고 있는 거의 모든 환경피해 즉 삼림 소멸·표토 소실·청정수 부족·대기오염과 수질오염·기후변화·생물다양성 감소·사회적 부정의·공동체 파괴와 새로운 전염병 창궐 등의 저변에 있음이 뚜렷해졌기 때문이다. (사진=한국 채식문화원 제공)

대대적 식습관 전환을 보여주는 각 나라 음식문화

반면에 식습관 전환에 성공한 역사적 사례도 없지 않다. 국내에도 잘 알려진 미국의 문화인류학자 마빈 해리스는 전 세계의 음식문화가 차이를 보이는 것은 지역마다 ‘생태학적 제약과 기회’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즉, 먹기 좋은 음식이란 영양과 맛 등의 생각하기 좋은 음식보다는 생태적 한계를 고려한 선택의 누적된 결과라는 것이다.

예컨대 돼지는 먼 거리를 이동하지 못하기 때문에 유목 생활에 적합하지 않다. 잡식성 동물인 까닭에 같은 먹이를 두고 인간과 경쟁 관계를 형성하기도 한다. 더군다나 돼지는 더운 날씨를 견디지 못한다. 중동의 고온건조한 날씨 속에서 돼지가 견딜 수 있도록 시설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비용이 지출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고가의 사치품인 돼지고기를 먹을 수 있는 부류는 크게 제한될 수밖에 없어 심각한 사회 갈등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이러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을 차단하는 방편이 중동이나 이슬람교의 돼지고기 섭식 금지라는 것이 마빈 해리스의 분석이다.   

그리고 쇠고기를 좋아했던 힌두교와 인도의 육식 금지 또한 인구 증가와 육식으로 인한 경작지 부족 등 생태학적 압력의 증가가 주요 원인이 된다. 소는 인간이 먹을 수 없는 풀을 뜯기에 식량 경쟁을 하지도 않고 소똥은 비료와 에너지원으로 사용된다. 쟁기질은 트랙터를 대체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암소는 가난한 농민에게 보배 같은 존재다. 암소는 먹일 땅이 없어도 생활쓰레기를 먹어치우니 빈농에게 부담이 없다는 것이다. 적어도 3~4년마다 새끼를 낳아주고 하루에 2~3ℓ의 우유를 공급받으니 가계에도 도움이 된다. 쇠고기를 금기시한 덕분에 더 많은 단백질을 섭취하게 된 것이다. 생태 환경의 압력으로 식문화 전통에 변화가 일어난 힌두교도는 이제 쇠고기 스테이크만 봐도 인육을 접한 것처럼 토기를 느낀다.

식습관 전환에 필요한 조치들

이미 2010년부터 유엔은 각종 보고서를 통해 세계가 기아와 에너지 빈곤, 기후변화의 영향에서 살아남기 위해 채식 위주 식단으로의 전환이 필수적이라고 역설한다. 2050년 전 세계 인구가 91억명으로 증가한다고 전제할 때, 육류와 유제품 위주로 짜인 서구식 식단은 더 이상 지속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럼 지속가능한 식습관 전환을 위해 어떤 게 필요할까. 법률과 보조금 및 인센티브 그리고 식생활 교육과 외부비용에 대한 지구적 관리체제 등 동시다발적이고 강력한 조치가 요구된다. 

첫째, 관련 산업의 이해에서 벗어나 나쁜 식품과 좋은 식품을 분명히 해야 한다. 고기나 유제품, 정크푸드를 줄이자는 직접적 메시지는 회피하고 채소, 과일을 더 먹자는 정책은 상대적으로 그 효과가 떨어진다. 행동경제학에서 보여주듯 나쁜 음식을 줄일 때 그만큼 좋은 음식을 선택할 가능성이 커진다. 전 세계가 단지 채소, 과일 가격을 낮추는 정책에서 효과를 보지 못해 광고 규제나 정크푸드 등에 비만세와 육류세를 부과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그 이유다. 그러함에도 조세부과에 대한 거부감과 정부가 개인의 식생활에 개입해도 되느냐 등의 저항이 만만치 않다. 물론 장기적으론 식생활교육을 통한 문화적 접근이 반드시 병행돼야 효과적이다.

둘째, 각 정부의 오랜 역할인 ‘선택편집’을 활용해야 한다. 좋은 선택은 장려하고 나쁜 선택은 억제하는 쪽으로 인센티브와 보조금 전환을 활용해야 한다. 전 세계적으로 로비단체의 압력 때문에 환경뿐만 아니라 경제적 측면에서 매우 불합리한 지원이 세계 경제 규모의 2.5%에 달한다는 연구가 있다. 예로 환경부 예산에 비해 환경파괴에 지원한 보조금만 수십 배 많은 것이 오늘날 현실이다. 특히 농업과 먹거리 분야에 그 모순이 심각하다. 

셋째, 환경 비용을 감안하면 햄버거 하나의 실제 가격이 3만원이 넘는다. 근본적으로 시장가격이 환경이나 건강 비용을 반영하지 못하는 현실이다. 생산 비용에 포함되지 않는 환경에 미친 부수적 피해를 원칙적으로 무시하는 것이다. 국제적으로 보편적 연대와 협력을 통해 외부비용을 내부화하고 환경과 새롭게 관계를 맺는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그에 따른 급격한 정치 경제적 변화도 감내해야 한다.

산업형 축산과 단일 경작, 만성질환과 환경파괴의 악순환 

현대의 식품분야는 한때 그것이 영감을 준 산업경제, 즉 저비용 대량생산 시스템의 축소판이 되어 성공을 일구었다. 다른 소비제품과 마찬가지로 공급과잉을 전제하기에 수요 창출에 목맨다. 특히 육식은 칼로리를 상당히 비효율적으로 얻는 방식(단백질 15%를 얻기 위해 세계농지 83% 사용)으로 식품전반에 대한 수요를 기하급수적으로 늘리는 핵심연료다. 현대의 고기 소비는 거대 단일 경작으로 인한 곡물의 과잉생산 즉 GMO(유전자조작식품)콩과 GMO옥수수를 기반으로 하는 축산업, 거기에 대량 지원되는 보조금 때문에 증가했다. 좁은 공간에 가축을 대량으로 길러 이윤을 극대화하는 집약적 생산구조가 부른 소비이다. 이런 시스템이 고기 소비를 자동적으로 부추기고 있다. 

유엔에 따르면 외부 효과가 1·2위인 축산업과 화력 발전이 가장 보조금이 많다. 축산업이나 화학농의 보조금을 소농 위주의 유기농에, 화력 발전의 보조금을 재생에너지를 장려하는 방향으로 쓰면 우리의 건강과 기후, 자연 세 가지를 모두 보호할 수 있다. 가축을 사육하는 사람들도 일종의 희생자다. 환경 및 건강 등 더 큰 사회적 비용을 불러오는데도 불구하고 이들에게 보상을 해주는 시스템이 문제다. 사육자들은 그저 더 많은 생산에 보상을 주는 이런 시스템에 갇힌 것뿐이고 이를 개선하고 전업을 돕는다면 이들의 선택도 달라질 것이다. 

고대의 대표적 의학체계인 아유베다와 황제내경는 단지 개인의 건강뿐만 아니라 자연세계의 질서와 사회의 건강을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의학이라는 점과 건전한 마음은 건강한 육체의 선행조건이며 건전한 사회와 환경은 개인 건강의 기본적 바탕이라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생태계와 사람을 분리하며 사람을 하루에 철분 몇g을 반드시 섭취해야 하는 단순한 물질적 존재로 바라보는 현대의학과 영양학은 반성하고 나아가야 할 바가 크다. 우리는 생명에 대한 사랑과 경외심이 필요한 영적인 존재다. 그리고 지속가능한 발전은 생명의 존엄성에 기초하여 모든 생물의 공존을 추구할 때 가능한 법이다. (사진=한국 채식문화원 제공)
고대의 대표적 의학체계인 아유베다와 황제내경는 단지 개인의 건강뿐만 아니라 자연세계의 질서와 사회의 건강을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의학이라는 점과 건전한 마음은 건강한 육체의 선행조건이며 건전한 사회와 환경은 개인 건강의 기본적 바탕이라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생태계와 사람을 분리하며 사람을 하루에 철분 몇g을 반드시 섭취해야 하는 단순한 물질적 존재로 바라보는 현대의학과 영양학은 반성하고 나아가야 할 바가 크다. 우리는 생명에 대한 사랑과 경외심이 필요한 영적인 존재다. 그리고 지속가능한 발전은 생명의 존엄성에 기초하여 모든 생물의 공존을 추구할 때 가능한 법이다. (사진=한국 채식문화원 제공)

공장식 축산의 본고장인 미국에서도 공장식 축산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인식 아래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재작년 12월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코리 부커 상원의원은 엘리자베스 워렌 상원의원과 공동으로 2040년까지 대형 공장식 축산을 종식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농장체제 개혁법(The Farm System Reform Act)'이라 불리는 이 법안은 새로운 공장식 농장 건설에 대한 모라토리엄(국가의 공권력에 의해서 일정기간 채무의 이행을 연기 또는 유예하는 일)을 설정하고 2040년까지 단계적으로 공장식 농장을 폐지하고 그에 따른 보조금 전환과 인센티브의 내용을 담고 있다. 

건강과 영양에 대한 잘못된 통념과 오해

공장식 농업과 공장식 축산, 만성질환과 환경파괴 그리고 팬데믹과 식량위기 등의 자기 강화적 악순환 시스템을 개혁하는 이런 일련의 유의미한 조치들을 뒷받침하는 가장 강력한 힘은 깨어있는 소비의식이다. 생산 기술 정부 시장이 개혁해도 소비자 의식이 근본적으로 전제되지 않고는 위기가 다시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이제 맛과 영양, 싼 가격 등 생각하기에 좋아 보이는 음식에서 벗어나 ‘깨어있는’ 음식선택이 요구된다. 이러한 선택은 맛과 영양, 가격에 대한 기존의 인식에 대한 과감한 도전이자 동시에 기회가 된다. 그 한 가지 예로 건강에 대한 통념을 살펴보자. 비건채식하면 영양이 불균형해진다는 오해 말이다.

우리나라의 국민건강영양조사처럼 미국 이스턴 미시건대학 연구진은 미국에서 1990~2004년까지 진행된 조사를 바탕으로 만 19세 이상의 비건채식인들과 비채식인들을 대상으로 데이터를 분석했다. 그 결과 흔히 채식을 하면 단백질이나 영양소가 부족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와는 달리, 영양소 가운데 섬유질, 비타민A, C, E와 티아민·리보플라빈·칼슘·마그네슘·철분·폴산염 등은 비건채식인들의 식단에 훨씬 많이 들어있었다. 비건채식을 하면 비타민B12와 단백질·칼슘·아연·철분 등 주로 육류에 포함돼 있다고 알려진 영양분들의 결핍을 겪을 수 있다는 통념을 깬 것이다. 

단백질은 비건채식인들이 육식하는 이들보다 적게 섭취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성인권장량을 충분히 만족시키는 수준이다. 비타민A, E와 마그네슘 등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권장량보다 적게 섭취하지만 비건채식인일수록 높은 섭취율을 보였다. 이 연구는 비건채식만 놓고 보면 환경에 좋은 것이 내 몸에도 좋다는 등식을 확인해 주고 있다.

비거니즘, 식습관을 넘어 깨어있는 삶의 방식

비거니즘 즉 비건적 삶은 되돌릴 수 없는 기후위기 자원고갈 식량부족 팬데믹 등등 지속가능성 위기 속에 서구식 식단의 대안으로 부상하며 기존 사회적 인식과 문화의 공적 담론에 담대한 이의를 제기한다. 특히 미국과 유럽의 경우 젊은 세대의 25%가량이 생명존중·생태계보호·윤리적 소비를 중요시하며 비건채식을 한다고 한다. 국내에서도 비건채식을 하는 사람이 2백만을 넘어섰다. 이 비거니즘을 주도하는 젊은 세대는 본인이 가진 자산·재능·시간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써서 최대한 긍정적 효과를 만들어내려는 사람들이다. 행복이 많고 고통은 덜한 세상을 지지하며 선의 최대화를 목표로 살아간다. 이들은 먼 곳이고 다른 종교 다른 인종이라 해서 고통을 차별하지 않으며 동물의 고통도 방관하지 않는다. 

자신과 사랑하는 사람의 이익을 넘어 생면부지의 사람들과 미래세대, 동물의 권리까지 염려하는 이들 중에는 대부분 동물의 고통 경감에 기부하는 것이 이타주의의 가장 효율적 실천으로 여긴다. 물론 인간의 고통이 아무리 경미해도 동물의 고통보다 중요하다는 사회적 인식도 적지 않다. 하지만 고통을 느끼는 능력에서 가축이 인간 보다 뒤진다 해도 고통받는 가축 수가 워낙 많고 그 고통의 수를 줄이는데 드는 비용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이다. 대체 육류 소비를 주도하고 있는 것도 이 세대다. 

비거니즘 즉 비건적 삶이 오늘날 단지 식습관을 넘어 깨어있는 삶의 방식의 대표적 상징으로 각광받고 있는 것도 이러한 연유다. 육식에 대한 과도한 탐닉이 기후위기를 비롯한 대부분의 환경파괴와 자원고갈, 팬데믹과 인류건강 등 지속가능성의 중심에서 논의되고 있는 점과 무엇보다 우리 자신과 문화에 내재한 폭력성과 미망에 대한 대대적 각성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재차 강조하지만, 식습관은 자연적으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선택’이다. 우리는 사고방식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 우리는 우리가 먹는 세 끼 식사를 투표하듯 선택해야 한다. 그 투표에 지구와 우리의 미래가 달려있다. 환경과 건강, 윤리를 생각하는 쪽에 표를 던져야 하며 그 힘은 구매력에서 나온다. 어떤 제품을 구매하는 일은 투표소 가는 것 이상으로 정치적 행위가 되었으며 ‘직접민주주의’라는 용어가 어울리는 유일한 순간이 되었다. 

서구식 식단의 극복은 음식을 넘어 삶의 방식 즉 세계관과 문화의 전환이자 인간 지구의 관계를 새롭게 정립하는 유일무이한 역사적 기회이다. 지금 우리는 절대절명의 지속가능성 위기 속에 역사상 전례 없는 그 기회에 직면하고 있다.


# 고용석
1994년, 환경·시민·종교단체가 총망라된 국내 최초의 국제 채식 심포지엄 ‘채식이 지구를 살립니다’와 미래진단 세미나 '퓨쳐비젼'을 비롯하여 3차례 세계를 연결하는 지구온난화 글로벌 컨퍼런스 등 창의적이고 선구적인 프로그램들을 기획해왔다. 세계 NGO대회와 유엔 사막화와 생물다양성, 기후변화 총회 등에 참여하며 방한 종교 및 환경 지도자들의 통역 일과 컬럼리스트와 자유기고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서울시 채식관련 자문위원과 부산 식생활교육 국민연대 공동대표를 역임했으며 현재 한국 채식문화원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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