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회 청년의원의 사건·사고로 본 대한민국 젊은 정치의 자화상

지난 3월 29일 오전 10시 열린 제414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강경흠 제주도의원(아라동을, 더불어민주당)이 징계 건에 대해 공식 사과하고 있는 모습.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지난 3월 29일 오전 10시 열린 제414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강경흠 제주도의원(아라동을, 더불어민주당)이 징계 건에 대해 공식 사과하고 있는 모습.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최근 한 현직 제주도의원이 음주운전에 이어 성매수 의혹으로 지역사회 구설수 올랐다. 작년 지방선거에서 역대 최연소 제주도의원으로 당선된 더불어민주당 소속 강경흠 의원이다.

현직 지방의회 의원이 윤창호법 이후 음주운전을 했다는 것만으로도 경악할 일인데 연이어 성매수 의혹까지 받는다니 참으로 탄식이 나온다.

강 의원의 등장은 제주 정치판에 신선한 충격이었다. 연장자 우선주의와 친인척 중심 정치 네트워크 이른바 ‘궨당정치’로 물든 제주의 정치문화에 처음 출사표를 던진 20대 후반의 청년이 덜컥 당선됐으니 말이다.

강 의원이 당선된 제주시 아라동을 선거구는 제주지역 내 인구가 급증한 곳으로 2022년 최초로 선거구가 분구된 곳이다.

강 의원은 작년 지방선거 직후 당선자 신분으로 한 KBS제주와의 대담에서 ‘젊은 유권자층의 지지는 부담이 아닌 막중한 책임’이라며 본인이 ‘더 많은 젊은 세대의 목소리를 세상에 전하는 젊은 정치의 이정표’가 되고 싶다는 정치 포부를 밝힌 바 있다.

그런 강 의원은 의정 활동을 한 지 불과 반년이 조금 넘는 지난 2월에 면허취소 수치인 혈중알코올농도 0.183%로 음주운전을 했다. 더불어민주당 제주도당은 강 의원의 당원자격정지 10개월 처분을 내렸다.

또한, 최근 강 의원의 성매수 의혹이 불거지자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7월 12일에 ‘심각한 품위 손상’을 명목으로 강 의원을 제명했다. 제주 지역사회에선 강 의원의 의원직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강 의원의 성매수 유무를 떠나 제주 지역민으로서 제주 정치에 혜성처럼 등장한 젊은 피의 정치적 고립을 보는 게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다.

요즘 정치는 정치인의 다양성을 강조하는 반면 예전만큼 전문성과 경험이 부족해서 박식하지 않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되곤 한다. 특히 나이가 어린 젊은 정치인일 경우 ‘전문성과 경험 부족’이라는 꼬리표가 늘 따라다니기 마련이다.

국민의힘 초대 당 대표를 지낸 이준석 전 대표를 보는 시각도 그러했다. 이 전 대표는 정치 입문할 때부터 ‘하버드 출신 엄친아’에 ‘박근혜 키즈’라는 화려한 수식어가 붙었던 반면 자신의 저서 제목처럼 ‘어린 놈이 정치를’ 한다며 당 내외로부터의 공격에 시달렸다.

일부 청년층을 제외하곤 이 전 대표를 정치 유망주로 보기보단 이단아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결국 이 전 대표는 신당 창당 이후 여러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도 불명예스럽게 당대표직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오늘날 젊은 정치는 물리적 나이가 문제가 아니라 ‘정신 연령’이 근본 원인이다.

고 김영삼 대통령은 만 26세에 국회의원에 당선돼서 9선 의원을 지냈다. 최연소·최다선 국회의원이라는 고인의 기록은 헌정 이후 아직 깨지지 않고 있다. 젊은 정치인으로서 김 전 대통령의 나이는 걸림돌이 아닌 디딤돌이었다.

고 김대중 대통령 역시 청년 시절 정치에 입문해서 대통령으로 당선된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대한민국 정치사에서 좌절을 극복한 성공의 아이콘으로 아직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청년 정치가 중 한 명으로 회자된다.

일찍이 고대 그리스시대에 ‘철인(哲人) 통치’를 주창한 플라톤조차 ‘지도자는 지도자 수업을 받아야 한다’라고 강력히 주장했다.

이준성 제주대 평화연구소&nbsp;특별연구원<br>
이준성 제주대 평화연구소 특별연구원

국민과 소통하고 행정부를 견제하는 입법부 정치인이라면 자고로 많은 의혹과 논란에 휘말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훌륭한 정치인일수록 자신의 과오를 진심으로 속죄하고 책임지는 모습이 중요하다. 만약 그것이 정치적 공격일 경우 ‘정치 수업’으로 여기고 뚝심 있게 버티는 게 진정한 정치가의 자질이자 덕목일 것이다.

우리나라의 여러 청년 정치인과 미래 세대를 응원하며 대한민국의 젊은 정치가 정가에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기를 기대해본다. / 이준성 제주대 평화연구소 특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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