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희의 노동세상] (95) 건설 현장에 ‘WBGT’ 온도계 설치해야

온열질환 예방의 핵심인 물, 그늘, 휴식을 기억하며 올 여름 폭염에 대비하자! / 사진=픽사베이
온열질환 예방의 핵심인 물, 그늘, 휴식을 기억하며 올 여름 폭염에 대비하자! / 사진=픽사베이

제주섬이 폭염으로 달아올라있다. 일주일째 폭염경보가 이어지면서 온열질환자 발생도 속출하고 있다. 코로나 상황을 알리던 재난 문자는 연일 폭염경보를 알리기에 바쁘다. 하지만 이런 폭염의 상황에서도 야외 작업을 해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 제주소방본부에 따르면, 지난 1일에만 야외작업 중 6건의 온열질환 의심 신고가 접수되었고 7월 한 달 동안 발생한 온열질환자는 30명에 달한다고 한다. 기록적인 폭염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체감온도를 기준으로 하는 폭염특보 

폭염특보는 기상청에서 발효하는데, 일 최고 체감 온도가 33도 이상인 상태가 2일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거나 급격한 체감 온도의 상승 또는 폭염 장기화 등으로 중대한 피해 발생이 예상되는 경우에 폭염주의보가 내려지고 있다. 그보다 한 단계 위인 폭염경보는 2일 이상 기온이 35도 이상인 상태가 예상되거나 급격한 체감 온도 상승 또는 폭염 장기화 등으로 광범위한 지역에서 중대한 피해 발생이 예상될 때 발표된다. 과거에는 폭염특보에 있어 기온을 기준으로 발효했는데, 2020년부터 폭염특보를 결정할 때 체감 온도 개념을 포함하여 기준으로 삼고 있다. 

체감 온도는 사람이 실제 느끼는 온도를 의미하는데 이는 공기 상의 온도뿐만 아니라 습도, 풍속 등의 다른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특히, 여름철의 경우에는 기온과 습도가 중요한 변수가 된다. 온도가 높아지면 사람은 땀을 배출하면서 열을 증발시켜 체온을 조절하는데 공기 중의 습도가 높으면 땀이 증발되지 않아 체온 조절이 잘 되지 않는 것이다. 따라서 폭염은 습도에 매우 민감하며, 습도가 높은 제주는 폭염에 더 취약하다. 

폭염에 대비하는 방법...물, 그늘, 휴식

고용노동부는 여름철 폭염으로 인한 노동자의 온열질환 예방 가이드를 각 현장에 배포하여 권고하고 있다. 매년 5월 20일부터 9월 30일까지를 여름철 폭염 대책 기간으로 상정하고 대응한다. 폭염 속 작업자를 온열질환으로부터 예방하는 대책은 크게 3가지다. 물, 그늘 그리고 휴식이다. 야외 작업을 하는 경우 작업장 가까운 곳에 시원하고 깨끗한 물을 두고 작업 중 규칙적으로 섭취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 두 번째로는 일하는 곳과 가까운 곳에 그늘진 공간이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건설 현장과 같이 휴게 시설을 설치하기 여의치 않은 경우라면 간이 휴게실로 천막과 차양막 등을 치고 아이스박스에 얼음물을 비치하더라도 그늘진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마지막으로는 작업 중지 혹은 잦은 휴식 시간의 제공이다. 노동부 가이드라인을 기준으로 하면 폭염주의보가 발효된 경우 매 시간 10분 이상의 휴식을 보장해야 하며, 폭염경보의 경우 1시간에 15분 이상의 휴식을 보장해야 한다. 또한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라면 무더운 시간의 옥외작업을 중지해야 한다. 체감 온도 38도 이상의 폭염 위험 상태의 경우라면 무더위 시간인 14시에서 17시까지의 옥외 작업을 전면 중지하게끔 하고 업무 담당자를 정해 노동자의 건강 상태를 확인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또한 기저질환이나 고령자 등 온열질환 민감군의 경우에는 특히 휴게시간을 추가 배정할 것 등 더 강한 보호를 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작업장을 기준으로 한 폭염 여부 판단 필요 

고용노동부의 가이드라인을 준수한다고 하더라도 그 기준은 지역 별로 발효되는 폭염특보를 기준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구체적인 작업장의 상황을 반영하기 힘든 경우들이 있다. 예컨대 제주공항 활주로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경우 끓어오르는 아스팔트 위에서 하루 종일 일을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여름 내내 폭염경보 상태에 놓여있다. 각 작업장 마다 다른 체감 온도의 측정은 어떻게 할 수 있을까. 

관련해 건설노조는 각 건설 현장에 ‘WBGT’ 온도계를 설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WBGT(더위지수)란 ‘Wet-Bulb Globe Temperature’의 약칭으로 인체의 열 수치에 영향을 주는 습도, 복사열, 기온 등 3가지의 지표를 통해 현장의 열사병 위험도를 측정하고 예방할 수 있도록 개발된 수치다. 각 사업장에 WBGT 온도계를 설치하고 작업의 내용에 맞게 폭염특보 여부를 결정한 후, WBGT에 따른 노동부 가이드라인을 적용한다면 각 현장에서 적절한 수준의 폭염 대처를 하는 것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어지러움, 저림증상, 고열 등 발생 시에는 작업 중단해야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에는 열사병, 열 탈진, 열 경련 등이 있다. 온열질환의 흔한 증상은 어지러움, 발열, 구토, 고열 등이다. 열사병은 신체가 극단적인 고온 환경에 노출되었지만 신속하게 열을 방치하지 못한 경우 체온 조절에 실패하여 발생한다. 체온이 40도 이상까지 올라가는 열사병은 치사율이 매우 높기 때문에 초기 증상이 발현된 경우 즉각적인 작업 중지와 조치가 필요하다. 

지난달 19일, 경기 하남의 대형마트에서 카트 담당 직원으로 일하던 20대 노동자가 온열질환으로 사망하는 일이 발생했다. 지난 주말 전국 곳곳에서 고령의 어르신들이 논밭에서 작업 중 온열질환으로 사망하는 일도 발생하고 있다. 살인적인 폭염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기후위기 시대에 대해 함께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다. 온열질환 예방의 핵심인 물, 그늘, 휴식을 기억하며 올 여름 폭염에 대비하자!


#김경희

‘평화의 섬 제주’는 일하는 노동자가 평화로울 때 가능하다고 생각하면서, 노동자의 인권과 권리보장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공인노무사이며 민주노총제주본부 법규국장으로 도민 대상 노동 상담을 하며 법률교육 및 청소년 노동인권 교육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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