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현승의 중국통신] 도그 휘슬이 마구 잡이로 울리지 않기를!

중국이 무서울 정도로 급성장하고 있습니다. 일본을 제치고 미국과 세계 경제를 이끄는 G2 시대를 열고 있습니다. 동맹국인 미국, 바로 옆 이웃인 중국 사이에 낀 대한민국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제주의소리>가 급변하는 세계정세 속 글로벌 리더이자 초강대국으로 성장하고 있는 중국을 바로 알기 위해, 중국 경제전문가인 고현승 박사가 쓰는 ‘고현승의 중국통신’을 다시 연재합니다. 많은 관심 바랍니다. / 편집자 주
 

중국의 반간첩법(이하 방첩법) 개정안이 7월1일부터 시행됐다. 중국 내 한국인 커뮤니티, 외교부와 언론에서 주의 메시지를 연일 발령한다. 최근 중국입국이 많이 줄어서인지 텐션이 그리 높아 보이지는 않다. ‘중국방문 한국여행객들은 주요 국가시설 앞에서 사진촬영을 주의하고 소동을 일으키지말고 공안경찰에 협조하라’는 다소 뻔한 내용이다. 앞으로 주의는 필요하겠다.

간(間)은 내부의 적으로 주로 아군을 이간질 하는 자를, 첩(諜)은 정보를 염탐하는 자를 말한다. 멀리 기원전까지 거슬러 올라가 춘추전국시대 손자병법의 용간(用間)편에 등장한다.

중국의 방첩법은 1993년 제정된 국가안전법이 2014년 11월 방첩법으로 통합되며 탄생했다. 이번 개정배경은 국제정세변화로 빈번해진 간첩행위, 국민건강과 인터넷 보안 등 국가안전범위의 확대, 간첩조직과 활동의 복잡다양화, 수법의 은밀화 등에 대한 종합적인 대응의 필요였다. 국가안전법, 반간첩법, 반테러법, 핵안전, 생물안전, 인터넷안전, 데이터안전, 비밀법, 반외국제재법 등 30여개 단행법과 형법으로 국가안보를 켜켜히 규율하고 있음에도 방첩법을 개정한 것은 중국정부가 최근 국내외 정세변화에 긴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럼 방첩법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자. 
입법의 근거는 중국헌법상의 국가안전 수호와 인민의 이익보호이다. 특기할 점은 방첩업무의 컨트롤 타워가 공산당중앙이라는 점이다. 그런데 주무부처는 행정부(국무원) 산하 국가안전기관이다. 중국의 독특한 당⦁정관계을 엿볼 수 있다. 

국가이익은 <국가안전법> 제2조에서 정한 ‘국가주권, 통일과 영토완정성, 인민복지, 지속가능한 경제사회발전과 기타 중대이익’을 말한다. 동시에 국가에 대한 위협을 단호히 일소하여 국가 중대이익이 침해받지 않도록 수호능력을 갖추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간첩행위란 △간첩조직에 직접 참여하거나 간첩조직 및 대리인의 지시를 받는 행위 △간첩조직과 대리인 외 기타 해외조직과 개인이 직접 결탁하거나 타인을 교사 혹은 자금을 지원하는 행위 △국내기구, 조직 혹은 개인과 결탁하여 국가비밀정보, 국가안전과 이익에 관련된 문서, 데이터, 자료, 물품을 절취, 정탐, 매수 혹은 변란책동, 유인, 국가공무원매수협박행위 △국가기관, 비밀정보기관 혹은 정보시설 등을 온라인 해킹, 침입, 통제, 파괴행위 △적을 위해 공격목표를 지시하는 행위 △기타 간첩활동. 제3국의 간첩행위에 부역하여 국가안전을 위협하는 행위 등도 포함한다. 

모든 국민은 방첩업무에 협조할 의무가 있다. 간첩행위 발견 즉시 국가안전기관에 신고해야 한다. 간첩행위에 사용되는 기기를 불법생산, 판매, 보유하거나 사용해서는 안된다.
 
간첩죄는 형법에 의해 형사처벌을 받는다. 그 외, 위법행위를 한 개인 혹은 조직은 경고, 15일 이하 구류, 5만위엔 혹은 50만위엔 이하 벌금, 위법소득의 1배 이상 5배 이하의 벌금을 부과받을 수 있다, 간첩행위임을 인지하고도 정보, 자금, 물자, 노무, 기술, 장소 등을 제공하거나 은닉하는 경우(한국의 불고지죄)도 상술한 처벌을 받는다. 외국인이 방첩법을 위반하는 경우, 강제출국되어 10년 동안 입국이 거부될 수 있다. 

국가안전기구는 신원불명자 혹은 혐의자를 불심검문, 휴대물품의 수색, 문서, 데이터, 자료, 물품, 재산정보의 열람, 조사 및 압수, 재산동결, 장소봉쇄, 법적 절차에 따라 강제소환, 출입국금지, 온라인 정보전송금지, 서비스 중단 등 강력한 행정권을 행사할 수 있다. 구속조사는 8시간을 기본으로 최대 24시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하였다.

물론 시민의 인권보호를 명목으로 국가안전기관의 집행권에 엄격한 관리감독을 하도록 하고 있으나 방첩업무의 특성상 진지하게 지켜질지는 의문이다. 오히려 방첩법의 범위가 사후처벌에서 잠재적 위협에 대한 예방으로까지 확대되었다. 지난 4월 상하이에 있는 모 미국계 컨설팅회사가 간첩죄로 압수수색되었다고 한다. 수천건의 군사비밀을 해외로 송출하고 수많은 기술전문가의 정보를 수집하였다고 당국은 발표하였다. 

간첩이라는 단어는 우리를 근현대사의 불편하고 불행한 기억들과 마주하게 한다. 이게 중국만의 일일까? 한국에서도 종종 산업스파이가 적발되고 최근에는 민주노총 지역본부가 간첩혐의로 재판중이다. 심지어 전직 대통령을 간첩이라고 소리치는 이들도 존재한다. 
 
한국에도 엄연히 국가보안법이 존재한다. 사실상 북한을 가리키는 적국을 이롭게하는 행위, 사진, 도서 등 불온자료를 소지, 복사, 운반해서는 안된다. 간첩을 신고해야 할 의무도 있다. 외국인도 안심할 수 없다. 최근 형법상의 ‘적국’에 ‘외국과 외국인, 산업스파이’를 추가하는 입법이 추진되고 있으며 ‘준적국’ 규정에 이미 대한민국에 적대하는 외국 또는 외국인의 단체라고 명기하고 있다. 형법상 ‘외환의 죄’는 외국인에게도 적용된다. 우리도 중국 부럽지 않게 잘 벼린 안보의 칼을 가지고 있다!

국가보안법을 살펴보자.
제1조(목적 등) 제1항 국가의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반국가활동을 규제함으로써 국가의 안전과 국민의 생존 및 자유를 확보함을 목적으로 한다. 제2항 이 법을 해석적용함에 있어서는 제1항의 목적달성을 위하여 필요한 최소한도에 그쳐야 하며, 이를 확대해석하거나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일이 있어서는 아니된다. 제10조(불고지) 죄를 범한 자라는 점을 알면서 수사기관 또는 정보기관에 고지하지 아니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한국 국가보안법과 중국 방첩법 모두 헌법의 국가안전과 이익수호의무를 법적 근거로 하고 있다. 다른 점은 한국은 국민의 기본권 보호를 명확하게 천명하고 법의 적용을 제한하고 있다는 것이다. 같은 목적의 법이 살짝 다른 이유는 양국의 발전과정과 입법맥락이 다르기 때문이다. 중국은 공산혁명의 완성을 위하여 국내외 반공세력과의 투쟁을 지속하고 있는 프롤레타이트 독재단계의 국가이다. 

당연히 국가와 정치체제의 수호가 지상과제라면, 한국은 민주화 이래 국민행복권과 언론⦁사상⦁집회의 자유 등 기본권을 최고가치로 하는 국가인지라 민주적 통제하에 국가안전과 국민의 기본권을 최대한 균형있게 다루려고 하고 있다. 

시민들이 사회계약을 통한 국가를 형성한 이래, 국가가 휘두르는 국가폭력을 어떻게 통제하고 작동하게 할 것인가는 굉장히 중요한 문제이다. 방첩법이든 국가보안법이든 핵심은 누가 반국가조직과 간첩행위를 규정하느냐이다. 중국은 공산당중앙이고 한국은 아마 공안행정 및 사법기관일 것이다. 

우리는 중국과 달리 민주적 통제를 받고 있을 거라 기대한다. 정말로 민주적 통제가 되고 있는지는 항상 진중하게 살펴야 한다. 최근 한국과 중국 모두 부쩍 법치를 강조하고 있다. 법치는 소수가 해석하는 법 문자에 의한 통치가 아니라 공동체가 합의한 최소한의 약속을 모두가 인정하고 지켜나가는 것이다. 

모든 약속은 맥락이라는 것이 있고, 법 문자로 다 서술하지 못하는 행간의 의미를 읽을 줄 알아야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특히 법의 집행은 폭력적 특성을 가지고 있어 최소화하고 절제되어야 한다. 

헌법상 권리인 국가안전과 국민기본권이 충돌하는 상황에서 국가권력의 손가락 방향이 어디를, 왜 가르키는지는 매우 중요하다. 그것이 국내정치시스템의 작동맥락이기 때문이다. 조금 다른 사례이지만, 지난 3년간 중국과 중국 외 국가들의 선택은 분명했다. 중국은 국가의 안전 즉 국민의 건강을, 서방국가들은 마스크를 벗는 국민의 기본권을 존중했다. 

국민의 의사표현 및 선택의 자유와 건강보호의 의무 둘 중 어느 것이 더 소중할까? 당연히 모두 중요하다. 꼭 택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각 국이 처한 상황과 추구하는 가치에 따라 스스로 선택하고 정치적 책임을 지는 것이다. 

그래서 중국은 3년간 국가봉쇄에 가까운 조치를 취했고 제로 코로나정책을 위해 천문학적 재정을 불살랐다. 반면 나머지 국가들은 재정부담을 줄이고 위드 코로나를 추진하며 많은 확진자들을 양산했다. 그뿐이다. 각자의 선택을 스스로 감내한다면 누가 뭐라 할 수 있겠나?  

중국의 방첩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외신들을 중심으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국의 한 신문은 심지어 ‘국제법을 무시하고 중국 헌법에 근거한 입법’이라고 평가하기까지 했다. 이런 기사는 맥락없이 중국은 국제질서를 무시한다는 이미지를 남기는 나쁜 사례이다. 

필자가 알기로 국제조약은 헌법의 하위법인 국내법과 같은 효력이 있고 국내법은 헌법에 근거하여 입법한다. 결국 기본권 침해에 대한 걱정일 것이다. 하지만 중국만 빌런일까? 

방첩은 외부의 적을 향하는 듯하지만 정작 단속 대상은 내부의 구성원들이다. 내부의 결속을 공포로 다지는 국내정치기제로 악용되곤 했다. 권력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혹은 원하는 색깔로 깔맞춤이 강요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간첩은 정국불안정기에 출몰하는 경향이 있고 간첩조작이라는 뉴스가 같이 검색되는 것이다. 호모사피엔스는 상상하는 동물이다. 상상을 믿고 믿음에 따라 제도를 만들어왔다. 그 중 하나가 보이지 않는 외부의 적이라는 개념이다. 상상의 적의 출현을 우리는 경계해야 하지만 그게 실체인지를 주의하여 살피고 행동은 절제되어야 한다. 

전 세계 파블로프의 개의 자동반사 신경을 향해 ‘간첩잡아라’라는 도그 휘슬이 마구잡이로 울리지 않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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