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작가 김길웅, 등단 30주년 기념 시·수필 모음집 발간

인생의 고빗길을 돌고 돌아 어느새 여든 둘. 지칠 법도 하지만 노구의 문인은 “쓰러질 때까지 지치게 쓰고 싶다”고 말한다. 올해 등단 30주년을 맞는 동보 김길웅 선생이다.

그가 최근 펴낸 ‘여든두 번째 계단에 서다’(정은출판)는 등단 30주년을 맞아 지난 활동을 정리한 책이다.

김길웅은 1942년 구좌읍 세화리 출생으로 제주사범학교(현 제주대학교 교육대학)를 졸업하고 44년간 교단 생활을 보냈다. 1993년 제주문학 신인상, 이듬해 ‘수필과비평’ 신인상을 받아 수필가로 등단했다. 2005년에는 ‘심상’ 신인상을 수상하며 시인으로도 영역을 넓혔다. 한국문인협회, 심상 시인회, 동인脈 등에서 활동했다. 옛 제주어 속담에 담긴 의미를 풀어내는 연재 ‘차고술금(借古述今)’을 [제주의소리]에서 주1회 연재하면서 336회를 지나는 등 의욕적으로 활동 중이다.

새 책은 등단 30년을 중요 순간마다 돌아본다. 수필 등단, 동인脈 창립, ‘제5회 좋은수필 베스트 에세이10’ 선정, 제주문인협회 회장 취임 등의 기억을 차분하게 정리했다. 동시에 그동안 소개됐던 대담, 추천사 등도 함께 수록하면서 글과 함께 해온 30년을 톺아봤다.

뿐만 아니라 제9시집 ‘너울 뒤, 바다 고요’와 제9수필집 ‘내려놓다’도 함께 수록하면서 현재진행형인 김길웅 작가의 문학관을 보다 가까이 이해할 수 있게 배려했다.

결핍
김길웅

본래의 일
어머니로부터 분리된
한 조각 파편
결핍일 수밖에 없다

극도에 이를 때
글을 쓰며 달래려 하지만
채울 수가 없다

채우려고
시종 버둥댈 뿐


전기스탠드
김길웅

너는 끝까지
흔들림이 없구나
읽고 쓰게끔 너는 내게 늘 
충복이구나

어둠 속에도
네가 갈 수 있는 데까지만 가는
불변.
恒心에 놀란다

나도 너처럼
시도하려 한다
할 수 있는 데까지만 하려고
넘보지 말자고

이 책은 사진으로도 지난 30년을 회고했다. 특히 올해 결혼 60돌을 맞아 “영원한 반려” 김영순 여사와의 사진을 가장 먼저 실으며 각별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저자는 책머리에서 “내겐 글 쓰는 즐거움이 위안이면서 한편으론 힐링이다. 쓰러질 때까지 지치게 쓰고 싶다”는 굳은 의지를 드러냈다.

김길웅은 ▲수필과비평상(1999) ▲대한문학 대상(2006) ▲한국문인상 본상(2011) ▲제주도문화상 예술부문(2012) ▲문학秀문학상 대상(2022) 등을 받았다.

621쪽, 정은출판, 3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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