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코 찌르는 악취, 들끓는 벌레 불쾌”
2020년 3342t→2022년 8885t 수거 급증

제주 바다를 뒤덮은 초록색 괴물체...심각합니다

지난 5일 오후 찾은 제주시 구좌읍 하도해수욕장 모래사장이 구멍갈파래로 빼곡히 덮여있는 모습. ⓒ제주의소리
지난 5일 오후 찾은 제주시 구좌읍 하도해수욕장 모래사장이 구멍갈파래로 빼곡히 덮여있는 모습. ⓒ제주의소리

“한마디로 파래 지옥입니다. 하루 종일 치워도 뒤돌아서면 금세 또 밀려오니 치우는데 끝이 없습니다.”

지난 5일 오후 찾은 제주시 구좌읍 하도해수욕장에는 언뜻보면 잔디를 깔아놓은 듯 초록빛의 구멍갈파래가 빼곡히 덮여있는 모습이었다.

수거되지 못한 파래가 썩으면서 코를 찌르는 심한 악취가 났고, 하루살이 같은 벌레까지 꼬이며 주민과 관광객에게 불쾌감을 주고 있었다.

하얀 백사장과 푸른빛의 바다를 기대했던 관광객들은 처음 보는 광경에 실망한 모습이 역력했다.

부산에서 제주를 찾은 임용완씨(54)는 “가족들과 아름다운 제주 바다를 보기 위해 놀러 왔는데 하얀 모래사장은커녕 혐오스러운 파래 테가 둘려 있어 너무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임 씨는 “물놀이할 계획이었지만 파래 때문에 바다 안으로 들어가는 걸 포기했다”며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 것 같아 아쉽다”고 전했다.

지난 5일 오후 찾은 제주시 구좌읍 하도해수욕장에서 한 관광객이 모래사장을 가득 차지한 파래를 보고 있다. ⓒ제주의소리ⓒ제주의소리
지난 5일 오후 찾은 제주시 구좌읍 하도해수욕장에서 한 관광객이 모래사장을 가득 차지한 파래를 보고 있다. ⓒ제주의소리ⓒ제주의소리
5일 제주시 구좌읍 종달리 해안가에서 파래 제거 작업이 한창이다. ⓒ제주의소리
5일 제주시 구좌읍 종달리 해안가에서 파래 제거 작업이 한창이다. ⓒ제주의소리

같은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는 구좌읍 종달리 해안가에서는 제거 작업이 한창이었다.

이날 아침부터 포클레인을 이용해 파래를 걷어내고 있던 구좌읍 주민 채 모씨(56)는 작업에 끝이 보이지 않는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채 씨는 “3일 동안 100톤에 가까운 파래를 걷어냈는데도 썰물 때가 되면 또다시 파래가 해안가에 밀려오면서 수거하는 게 티가 안 날 정도”라며 “일부는 말린 뒤 퇴비로 사용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활용되지 못하고 임시 집하장에서 소각, 매립되고 있다”고 고개를 내저었다.

더 큰 문제는 사람의 손이 쉽게 닿지 않거나 중장비 투입이 어려운 곳까지 파래가 밀려들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하도해수욕장과 방조제를 사이에 두고 연결된 철새도래지에는 초록빛의 파래가 오래 방치돼 하얗게 바래있었다. 철새도래지는 풍부한 먹잇감과 습지식물이 많아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다양한 철새가 날아드는 곳이다.

제주시 구좌읍 하도 철새도래지 드론 촬영 영상. 영상 제공=독자
제주시 구좌읍 하도 철새도래지 드론 촬영 영상. 영상 제공=독자
지난 5일 찾은 제주시 구좌읍 하도 철새도래지 인근이 파래로 뒤덮인 모습.ⓒ제주의소리
지난 5일 찾은 제주시 구좌읍 하도 철새도래지 인근이 파래로 뒤덮인 모습.ⓒ제주의소리

하늘에서 내려다본 철새도래지는 더욱 심각한 모습이었다. 물 위에 떠 있을 뿐 아니라 바닥에 가라앉은 파래로 주변의 들판과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의 짙은 초록색을 띠었다.

모래사장이 있는 해수욕장과 달리 철새도래지에는 파래가 물 위에 둥둥 떠 있어 수거 작업에 더 많은 공이 들어간다. 더욱이 쉽게 눈에 띄지 않아 제때 수거되지 않으면서 생태계 파괴 등 환경오염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제주도에 따르면 도내 파래 수거량은 해를 거듭할수록 크게 늘고 있다. 2020년 3342톤이었던 수거량은 2021년 5106톤, 2022년 8885톤으로 급증했다.

파래가 발생하는 원인으로는 방파제와 육상의 오·폐수 증가가 꼽히고 있다. 방파제가 조류의 흐름을 방해하고 육상에서 흘러나온 오·폐수의 질소와 인 성분이 파래 생육을 촉진한다는 설명이다.

제주도는 수거한 파래를 자원화하는 방안과 파래 저감 연구용역 등을 실시했으나 현재까지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지 못하면서 십수 년째 수거만 되풀이하고 있다.

제주도 관계자는 “방파제를 그대로 두되 해수유통구를 설치해 해수 흐름을 원활히 하는 용역을 실시하는 등 파래 발생을 억제할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며 “이미 발생한 파래에 대해서는 바다지킴이 등 인력을 투입, 제거해 도민들의 불편함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