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인협회 서귀포지부(지부장 정영자)와 서귀포칠십리문학상추진위원회(위원장 강영은)는 제2회 서귀포칠십리문학상으로 김효선 시인의 ‘하논의 시간’이 당선됐다고 밝혔다.

소개 자료에 따르면, 서귀포칠십리문학상은 예향 서귀포의 위상을 확고히 하는 한편, 한국문학의 뿌리로서 자부심을 드높이고자 지난해 제정된 문학상이다. 응모 조건은 최근 5년 이내(2019.1.1.~2023.5.31.) 전국에서 발행하는 문예지나 동인지 등을 통해 서귀포시를 노래한 시와 시조 작품이다.

한국문인협회 서귀포지부는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전국 문인협회는, 물론 전국 150여 개소의 문학동인지, 각종 언론 매체를 통해 작품을 모집했다. 그 결과 172편이 접수했다. 두 차례의 예심과 지난 7월 15일 본심을 거쳐 김효선 시인의 ‘하논의 시간’을 최종 당선작으로 선정했다.

심사위원장 문태준 시인은 “창작된 시편의 시적 안목, 감각의 새로움 등과 아울러 시적 화자가 서귀포라는 공간을 얼마나 경험적으로 표현했는지에 주안점을 뒀다”면서 “당선작은 시적 인식을 견고하게 보여주는 수일(秀逸)한 작품으로 손색이 없어 심사위원들의 만장일치로 결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김효선 시인
김효선 시인

김효선 시인은 당선 소감을 통해 “고향을 쓴다는 것은 아픈 손가락을 건드리는 일처럼 어렵지만, 구멍 숭숭한 현무암 돌담 사이로 빠져나가는 바람처럼 쓰려고 했다”라면서 “앞으로도 구석구석 걸으며 느끼고 또 성찰하며 서귀포를 향한 애정을 놓지 않겠다”고 말했다.

김효선은 2004년 계간 ‘리토피아’로 등단했다. 시집 ▲서른다섯 개의 삐걱거림(문화체육관광부우수도서선정) ▲오늘의 연애 내일의 날씨 ▲어느 악기의 고백(2020년 세종나눔도서 선정) ▲시골시인J(합동시집) 등을 펴냈다. ‘시와경계’ 문학상, ‘서귀포문학작품상’ 등을 수상했다. 현재 제주대학교에 출강 중이다.

시상식은 10월 3일 서귀포천지연 상설공연장에서 열리는 서귀포문학제에서 진행한다. 상금은 500만원이다.


하논의 시간
김효선

넓은 이마를 가진 사람을 만났다
이마가 좁은 사람은 미끄러지기 좋은

기억은 통조림 같은 것
가라앉은 입술을 꺼내기 전에는
은밀한 둘레를 껴안는 의식을 치를 것
수많은 날들을 만나고 헤어졌지만 
쉽게 물러지는 복숭아처럼 
여전히 사랑은 경전에서 멀어진 
이단

재미라는 환상을 버려야 한다고
누군가는 말했지만 
거울은 재미없는 사람을 먼저 데려간다
웃는 나를 본다 울고 싶은데

사라졌던 계절이 이마 한가운데
자운영으로 그렇게 서로에게 몰려 있다

나는 좀 모자라서 발목을 빠뜨린다
입술을 꺼내어 기어이 덫을 놓는

죽어야 끝나는 관계는 어떤 목숨의 종교일까

물기를 훔친 꽃들은
마음이 없는 곳으로만 고개를 꺾는다

깻잎장아찌를 떼어 주거나 머리카락을 떼어 주는
사소함이 이마의 전부를 가릴 만큼

웅덩이에 고인 사랑, 하늘의 낯빛이 맑다
그래, 용서할게

*하논 : 제주도 서귀포시 호근동에 위치한 한반도 최대의 마르형 분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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