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 한국위원회 심의 조건부 가결’
등재 대상자료 3만건→1만7천건 축약

4.3 관련 토지대장 등 관련 공문서부터 집기류에 이르기까지 5456점을 보관하고 있는 제주4.3평화재단 수장고. ⓒ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제주4.3 70여년의 역사가 오롯이 담긴 4.3기록물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신청이 첫 관문을 넘어섰다.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4.3평화재단(이사장 고희범)은 제주4.3 당시 생산된 기록, 진실기록과 진상규명을 위한 노력을 담은 '제주4.3기록물'이 지난 9일 세계기록유산 한국위원회의 심의에서 조건부 가결로 통과됐다고 10일 밝혔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MoW, Memory of the World)은 세계적인 가치가 있는 기록유산을 체계적으로 보존하고 그 활용을 진흥하기 위해 1992년부터 시행중인 프로그램이다. 전 세계적으로 가치가 있는 서적(책), 고문서, 편지, 사진 등 귀중한 기록물을 후보로 두고 1997년부터 2년마다 등재를 이어가고 있다.

세계기록유산은 전세계 84개국 432건으로, 우리나라의 경우 1997년 훈민정음(해례본)과 조선왕조실록을 시작으로 동의보감, 새마을운동기록물, 국채보상운동 기록물 등에 이어 올해 4.19혁명 기록물과 동학농민혁명 기록물이 선정돼 총 18건이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돼 있다. 현대사를 기록한 5.18민주화운동기록물, 새마을운동기록물, KBS생방송 이산가족을 찾습니다 등도 포함됐다.

올해는 '대한민국 산림녹화기록물'과 '제주4.3기록물' 등 2건이 최종 심사 대상에 올랐다. 세계기록유산 한국위원회 심의에서 심사위원들은 제주4·3기록물의 가치를 의미있게 평가했다.

제주4.3은 2차세계대전 이후 냉전, 이념 대결, 국가폭력, 민간인학살 등을 한눈에 보여주는 세계적으로 매우 희귀하고 고유한 기록 자료라는 평가다. 특히 냉전과 분단 정세 속에 국가폭력으로 인한 집단 희생의 아픔을 딛고 '진실·화해·상생'을 이뤄낸 역사의 기록으로, 과거사 해결 사례로서의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무엇보다 심사위원들은 4.3의 진상규명과 명예회복 과정이 민간에서부터 시작돼 정부의 제주4.3사건 진상보고서 채택에 이르기까지 전개된 과정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2월 20일 오후 2시 서울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4.3기록물 유네스코 세게기록유산 등재추진위원회 출범식. ⓒ제주의소리

다만, '기록물'의 특성상 완결성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심의 과정에서의 의견에 따라 당초 3만여건이었던 제출 자료를 1만7000여건으로 축약했다. 등재 대상은 공공기관 생산기록, 군·사법기관 재판기록, 미국 생산기록 등 4.3 당시 기록을 비롯해 민간과 정부의 진상규명을 담은 문서, 편지, 오디오(비디오)테이프, 영상, 도서 등이다.

아직 완결성을 갖추지 못한 4.3희생자 심의·결정 기록 등은 일단 제외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또 외국인 입장에서 제주4.3을 이해해야 4.3기록물의 세계사적 중요성과 기록물 보존 필요성이 설명될 것이라는 판단 하에 전문적인 영문 번역이 필요하다는 점을 들어 영문 신청서를 다시 검토하자는 의견이 제시됐고, 최종 조건부로 가결됐다.

제주도와 4.3평화재단은 영문 등재신청서와 제주4.3을 소개하는 영문 영상물을 마련해 10월 중순 한국위원회에 재심의를 받을 계획이다. 위원회 재심의가 통과하면 11월말까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국제위원회에 제출한다.

문화재청은 선정된 기록물을 2024년 상반기에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신청하게 된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국제자문위원회(IAC) 심의 등을 거칠 경우 이르면 2025년 하반기쯤 등재 여부가 결정된다.

조상범 제주도 특별자치행정국장은 "4.3기록물 세계기록유산 등재 신청 보완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지만, 문화재청과 협력해 제주4.3기록물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돼 대한민국을 넘어 전 세계인의 기록으로 영구히 남을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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