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한림출신 프로골퍼 작가 이색 장편소설 출간 
“음악·춤·스포츠 등 한류의 중심에 ‘훈민정음’ 있어”

“사람의 발성기관에서 왕산악은 악기를 보았고, 세종은 글자를 보았다. 오늘날 한국 K팝 가수들과 비보이들이 세계무대를 휩쓰는 게 우연이 아닌 것은 훈민정음이 ‘음악’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최근 『궁상각치우: 훈민정음을 연주하다』(역바연 출판사. 값 1만5000원)란 장편소설을 펴낸 제주출신 프로골퍼이자 작가인 강상범 저자의 말이다. 

강상범 작가는 한글의 원리를 골프의 자세에 접목한 『한글골프』라는 골프 기본서를 펴냈던 이색적(?)인 이력을 갖고 있다. 이번엔 아름다운 훈민정음의 원리를 골프에 적용한 독특한 장편소설을 펴냈다. 

장편소설『궁상각치우: 훈민정음을 연주하다』강상범 作 /  역바연 출판사 / 발행인 공정범, 기획·편집 공지영 / 값 1만5000원. 
장편소설『궁상각치우: 훈민정음을 연주하다』강상범 作 /  역바연 출판사 / 발행인 공정범, 기획·편집 공지영 / 값 1만5000원. 

고구려에서 거문고를 만들었던 명인 왕산악이 사람의 목소리에서 악기의 원리를 발견하고, 세종대왕이 음악에서 훈민정음의 원리를 발견해 한글을 창제했다면, 강 작가는 아름다운 한글이 단지 글자에 머무르는 게 아니라 골프와 같은 입체적인 몸의 움직임까지 적용할 수 있음을 발견했다고 역설한다.  

강 작가는 평소 한글의 아름다움에 빠져 한글의 원리를 골프에 적용하는데 천착해온 별난 프로골퍼다. 

세종은 잠시 말없이 먼 산을 바라봤다. 
“오늘은 이만 훈련을 끝내고 오랜만에 가족끼리 봉희(棒戱)를 하자꾸나!”
봉희는 원래 중국 송대(宋代)에 유행하던 ‘추환’에서 전해 내려왔다. 무예와는 거리가 멀었던 세종이 유일하게 운동삼아 즐기던 놀이가 봉희였다. 걸으면서 숟갈 모양의 봉으로 달걀 크기의 공을 구멍 안에 넣는 놀이였다. (중략)
“조선의 봉희가 중국과 달라 익히기가 매우 어렵네. 그래서 내 재미삼아 편하고 쉽게 휘두를 수 있는 동작을 새롭게 만들어 봤네”

이번 장편소설 『궁상각치우』에서 세종이 골프에 해당하는 ‘봉희(棒戱)’라는 놀이를 즐기다가 훈민정음에 대한 고민의 실마리를 푸는 장면이다. 프로골퍼가 본업인 강 작가의 발칙한 상상력에 박수를 치게 만드는 대목이기도 하다. 

《훈민정음》의 서문을 오버랩하게 만든다. 

나랏말싸미 듕귁에 달아 문자 와로 서르 사맛디 아니할쎄.
이런 전차로 어린 백셩이 니르고져 홀베이셔도
마참네 제 뜨들 시러펴디 몯할 노미하니아
내 이랄 윙하야 어엿비너겨 새로 스믈 여들 짜랄 맹가노니
사람마다 해여 수비니겨 날로 쑤메 뻔한킈 하고져 할따라미니라

- 나라의 말이 중국과 달라 문자가 서로 통하지 아니하니
이러한 까닭으로 어리석은 백성이 이르고자 하여도
마침내 자신의 뜻을 펴지 못하는 사람이 많으니라.
내 이를 가엾게 여겨 새로 스물여덟 글자를 만드니 
모든 이로 하여금 쉽게 익혀 날마다 쓰기에 편안케 하고자 할 따름이니라. - 

『궁상각치우』는 소설이지만 픽션과 팩트, 즉 허구와 역사적 사실을 절묘하게 버무려낸 '팩션(Faction)' 형식이어서 재미와 감동까지 준다. 

실제로 이 소설을 쓰기 위해 『훈민정음과 세종악보』 『박연과 훈민정음』 『악학궤범』 『훈민정음 해례본』 『훈민정음 연구』 『율려신서』 『조선왕조실록』 『훈민정음 창제와 연구사』 등 20여 권의 참고문헌을 꼼꼼히 독파했다. 

강 작가는 “이번 소설은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에 무엇을 숨겼는지, 왜 숨겨야 했는지, 왜 그토록 음악에 집착했는지 그동안 밝히지 못했던 세종대왕의 속사정을 파헤치고 싶었다”고 말한다. 

특히 그는 “우리말이 한자화되는 일을 막고자 노력한 세종대왕의 비판적, 자주적 사고방식을 되짚어 봐야 한다. 그리고 세계로 뻗어 나가는 음악·춤·스포츠 등 한류의 중심에 ‘훈민정음’이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고 당부한다. 

저자 프로골퍼 강상범은? 

강상범 프로골퍼
강상범 프로골퍼

제주 한림 출신. 제주 대기고등학교와 성균관대학교 화학공학과를 졸업하고 어린 시절 꿈꾸던 운동선수가 되기 위해, 28살 다소 늦은 나이에 독학으로 골프에 입문했다. 지독한 노력이 통했는지 운이 좋게 2년 반 만에 프로가 되었다. 하지만 홀로 투어선수가 되기 위한 도전에 많은 한계와 어려움을 느꼈다. 골프 기술과 멘탈 뿐만 아니라 ‘어디로, 어떻게’ 가야 옳은지 전체적인 과정의 길을 안내해 주는 ‘지침서’가 간절했다. 영화 《버킷 리스트(The Bucket List)》처럼 죽기 전에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이 선택한 길을 후회 없이 빛나게 만드는 것은 더욱 중요하다. ‘빨리’보다 ‘끝’까지 갈 수 있는 지혜가 필요했다. 깊은 고민은 다짐과 결심으로 이어졌다. 17년간 골프 관련 특허 등록, 스포츠 심리학 연구, 선수 지도, 그리고 일반인 교육 프로그램 개발 등에 매진했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연구와 검증의 결과물로 ‘한글 골프’라는 입문서를 펴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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