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연구 전문가 인력 양성하는 제주대 ‘4.3융합전공과정’ 
제주대, 도약기-성숙기-확산기 등 단계별 장기 계획 마련 
장기 계획 끌고 갈 예산 확보 및 신입생 모집 과제 남아

75년이라는 오랜 세월, 가슴 깊은 곳에서 한(恨)으로 응어리진 ‘제주4.3’에 대해 깊이 이해하고 심도있는 연구를 진행할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해 제주대학교가 첫발을 내디뎠다.

제주지역 최초로 한국 근현대사의 가장 큰 비극이라 불리는 ‘제주4.3’을 다루는 대학 차원의 전공과목이 개설된 것이다. 

제주대는 둘 이상 학과 간 협의를 통해 융합적 교육을 위한 별도 과정을 제공하는 ‘융합전공’ 형태를 빌려 ‘4.3융합전공과정’을 개설한다. 필요한 예산은 협약 기간인 5년간 도와 도의회, JDC가 지원한다. 

하지만 4개 기관의 협약 유지 기간이 5년으로 정해지면서 전문가를 양성하기엔 기간이 짧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4.3 연구 전문가를 양성할 기반도 갖추지 못하고 끝나버릴 수 있다는 걱정의 목소리다. 

예산을 지원받아 운영하는 만큼 협약 기간이 지난 뒤의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운영 기반이 흔들릴 수 있는 문제가 발생한다. 4.3의 전국화, 세계화에 발맞춰 전문인력을 키워내는 등 후계자를 양성하겠다는 목표가 바랠 수도 있는 것.

이에 제주대는 협약 기간이 끝나더라도 4.3 관련 전공과정을 유지할 수 있도록 10년에 걸친 단계별 추진계획을 세웠다. 3년의 도약기와 추가 3년의 성숙기, 4년의 확산기를 갖고 지속가능한 4.3 전문가 양성체계를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올해부터 2025년까지는 ‘도약기’로 교육·연구 기반을 구축하고 역량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국내외 국가폭력 연구·교육기관 협약 △4.3융합전공 세부트랙 개발 및 운용 △학술행사 기획 및 수행 △학생 교류 및 연수 프로그램 개발 등이 추진될 예정이다. 

2026년부터 2028년까지는 ‘성숙기’로 교육·연구의 고도화와 전문화, 체계화를 목표로 한다. 주요 내용은 △해외 석학 및 초빙교원 강의 상설화 △국내외 우수 학생 및 연구인력 유치 △대학 간 학점교류제 개발 △4.3학 연구소 신설 등이다. 

2029년부터 2032년까지 4년 동안은 ‘확산기’로 4.3학을 정립하고 아젠다를 확산시킨다는 목표가 세워졌다. △대학 간 공동학위과정 개발 △학사(교양/전공) 교육과정 개설 △등재지 발간 △4.3학술상 제정 등이다. 

10년에 걸친 계획이 정상 추진된다면 학사 과정도 개설될 수 있지만 장담하긴 어렵다. 이처럼 지속가능한 4.3전문가 양성체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협약 기간인 5년 이후를 책임져줄 예산 과 인력 확보가 절실한 상황이다. 

관련해 제주대 관계자는 “재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융합과정을 통해 기반을 다진 뒤 협동과정이나 학부과정 등 단계로 나아가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며 “예산을 지원받는 5년만 운영하고 끝내는 그런 상황을 만들고 싶지 않아 다양한 방안을 찾아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문가가 많아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4.3융합전공과정의 목표”라며 “과정을 통해 다양한 세미나와 학술행사를 열고 재야의 4.3연구자를 모셔 특강도 진행하는 등 4.3전문가를 양성해갈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단계에서 4.3융합전공과정은 협동과정 등과 다르게 재학생만 이수할 수 있어 대상 범위가 좁다는 아쉬움이 있다. 그렇지만 다양한 학과가 참여토록 하는 만큼 학제 간 공동연구를 바탕으로 다채로운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기대감도 따른다.

관련해 제주대는 공직자나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등 제주4.3 과정만 전공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4.3 단독 전공과정 개설도 검토 중이다. 융합전공을 투트랙으로 운용한다거나 협동과정으로 전환하는 등 방법을 내부 규정에 따라 논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진리의 상아탑인 대학에서 제주4.3을 깊이 있게 연구할 전문인력을 양성해야 한다는 지역사회 요구는 과거부터 꾸준히 제기돼왔다. 특히 4.3학과 개설 문제는 역대 총장 선거 때마다 등장한 단골 질문이기도 했다.

이에 제주도와 제주도의회, 제주대,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는 지난해 10월 26일 ‘4.3 연구분야 석·박사 전문인력 양성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구체적인 방안을 찾아왔다. 

그 결과 4개 기관은 4.3 연구분야 석·박사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제주대 대학원 교육과정에 ‘4.3융합전공’을 추가하기로 했다. 

지난 6월에는 △국어국문학과 △사학과 △사회학과 △일반사회교육전공 △정치외교학과 등 5개 학과가 모인 ‘대학원 4.3융합전공과정 운영위원회’가 구성됐다. 

4.3융합전공과정 이수 가능 학과 역시 운영위 소속 5개 학과며, 오는 9월 2학기 수강신청 시 개설되는 과목은 △4.3공간과 경계 △4.3연구개론 △4.3연구의 계보 등 3가지다.

참여 교수진은 △김치완 철학과 교수 △공민석 정치외교학과 조교수 △최현 사회학과 교수 △고성만 사회학과 부교수 △백영경 사회학과 부교수 △전원근 사회학과 조교수 △염미경 사회교육과 교수 △이소영 사회교육과 부교수 △김민수 사회교육과 조교수 △정창원 사학과 교수 △양정필 사학과 부교수 △김동윤 국어국문학과 교수 등 12명이다.

제주대 관계자는 “교육학과 문학, 법학, 사회학, 역사학, 인류학, 정치학 등 전공자가 학제 간 4.3관련 교과목을 수강하고 학술논문을 작성해 각 분야 4.3전문가로 성장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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