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이승훈 한국스카우트 제주연맹 405단 샘물지역대 단대장 

지난 8월 1일 한국스카우트 제주연맹에서는 지도자 5명, 대원 41명이 잼버리 행사장을 향해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전 세계에서 모인 4만3000명의 스카우트 대원들과 인종과 종교를 떠나 도전과 모험을 함께 하기 위함이었다. 

잼버리 행사가 치러지는 영지는 정말 부푼 꿈만큼이나 광활했다. 12일까지 행복한 잼버리를 체험할 것이라는 생각에 더위도 잠시 잊고 있었다.

그런데 시스템의 문제는 첫날 저녁식사 식재료 보급부터 시작되었다. 3시30분에 도착하기로 한 차량은 6시 넘어서 도착했다. 대원들은 7시30분이 넘어서야 재료를 받고 부랴부랴 식사를 준비하려는데, 식재료마저도 넉넉지 않았다. 배고픔을 달래지 못한 채 식사를 마치니 저녁 9시30분이 넘었고, 설거지 등 뒷정리를 마쳐 잠자리 든 시간은 밤 12시가 넘었다.
설거지 공간, 빨래터, 화장실, 샤워 시설 등 언론에 보도된 그대로였다. 우리는 그 현실 앞에 망연자실했다.

‘2일 아침에는 달라지겠지’하는 기대도 잠시의 희망일 뿐, 식재료 배급은 또 늦어져 아침식사도 미뤄졌다. 대원들은 오전 활동에 참가를 못했고, 체감온도가 40도를 넘는 무더위를 느끼며 그늘막으로 설치된 몽골천막에서 개인 시간을 보내야 했다.

주최 측은 잼버리 페이를 이용해 편의점, 빨래방, 식당 등을 이용할 수 있고, 얼음과 휴대폰 충전시설 등도 원활하게 준비되었다고 홍보했었는데, 현실은 달랐다. 아이스박스는 유닛(대원 36명 지도자 4명으로 구성) 당 2개씩 지급되었는데, 그 박스 안에는 식재료와 물을 시원하게 할 냉매조차 지급되지 않았다.
너무 더워 편의점에 비식용 얼음(10키로)을 네 덩어리 사고 아이스박스에 넣고 나중에 영수증을 보고 깜짝 놀랐다. 비식용 얼음 10키로 한 봉지가 2만원, 네 덩어리니 8만원이었다. 두루마리 화장지 낱개로 2개에 4000원,  이런 식이면 잼버리 기간 얼음을 구입하는데 약 100만원을 지출해야 한다.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이날, 김광수 제주도교육감이 잼버리에 참가한 대원들 격려하러 현장을 찾았다. 김 교육감은 대원들의 손을 일일이 잡으며 약조건 상황에서도 힘을 내라며 대원들의 사기를 높여줬다.

2일 오후부터 언론에 대원들이 잼버리 행사장에서 더위, 비위생적인 환경과 싸우는데도, 생수와 얼음이 공급이 안 되고 식자재도 부실하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3일 아침, 식재료 배급 시간이 첫날보다는 잘  지켜져서 대원들이 과정활동을 나갈 수 있었다. 오전 과정활동 후 점심식사 시간에 구운 달걀 껍질을 벗기는데, 대원 한 명이 “대장님 달걀이 끈적거리고 이상해요.”라고 말했다. 자세히 살펴보고 껍질 안에 곰팡이가 있었는데, 그런 달걀이 우리 유닛에서만 7개가 발견되었다.
바로 식재료 보급소에 항의했고, 이 사실은 오후부터 SNS를 통해 전 국민들이 알게 되었다. 조직위원회의 운영 방침에 의구심을 품는 내용의 기사들이 쏟아져 나왔고, 윤석열 대통령이 잼버리 행사장의 환경과 식재료 등 여건을 개선하라고 지시하기에 이르렀다. 그런 때문인지 저녁에는 얼음 한 덩어리(약 5키로 정도)가 지급되기도 했다. 이런 와중에도 스카우트 대원들은 세계스카우트 대원들과 교류를 하느라 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열심히 과정에 참여하였다.

4일에는 많은 것이 개선되었고, 식재료를 포함해 물품들이 과도하게 많이 지급됐다. 그런데 잼버리장의 뜨거운 햇빛 탓에 생긴 각종 열상들을 치료할 수 있는 의약품은 부족하여 대원들이 치료를 받는데 어려움이 컸다
제주특별자치도청 아동보육 청소년과와 제주특별자치도 교육청 교육행정과에서 연락이 와서 대원들에게 시급하게 필요한 물품을 확인했다. 그리고 알로에젤과 화상연고, 음료수 등 제주도 대원들에게 필요한 물품이 4일부터 바로 보급되기 시작했다. 대원들의 열상 등을 치료받는데 크게 도움이 되었다. 도청과 도교육청에 대원들과 함께 감사의 인사의 마음을 전한다.

그 와중에서 제6호 태풍 카눈이 갈지자 진로를 보이더니 한반도를 향해 방향을 틀었다. 태풍에 대비하느라, 대원들은 서둘러 잼버리 행사장에서 철수해야 했다. 그리고 폐영식에 이은 K-pop 공연까지, 대략적인 잼버리 행사 기간에 벌어진 일이다.

이 사회의 어른들의 잘못으로 꿈 많은 대원들에게 상처를 준 것 같아, 제주연맹 책임 지도자로서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도 제주도에서 참가한 대원들은 아무런 사고와 중도 낙오자 없이 너무 열심히 과정활동에 임해주었다. 특히 대원들은 외국  대원들과 시간이 부족할 정도로 적극적으로 교류했다. 대원들과 잼버리에 대해 대화해 보니, 만족도는 150%~200%가 되는 듯 했다. 함께한 제주도 대원들이 너무도 자랑스럽다.

이승훈 한국스카우트 제주연맹 405단 샘물지역대 단대장

이번 잼버리도 조직위원장님들과 장관님들이 대원들과 같은 상황에서 하루만 지내봤어도, 세계적인 망신은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어른들의 잘못된 판단과 과한 정쟁으로 청소년들의 미래에 악영향을 끼치는 일들은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앞으로는 제주도에서도 큰 행사를 준비할 때가 있을 것이다. 그런 경우, 탁상공론 하지 말고 행사장 현장에서 사전 체험하고 문제점을 파악해서 현장의 소리를 듣는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다.

그리고 꼭 하고 싶은 말은 “제주도민 여러분 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이다. 그리고 “제주도 스카우트 대원들, 의여차! 의여차! 의여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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