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길웅의 借古述今] (339) 구시월 말고기

차고술금(借古述今), 옛것을 빌려 지금을 말한다. 과거가 없으면 현재가 없고, 현재가 없으면 미래 또한 없지 않은가. 옛 선조들의 차고술금의 지혜를 제주어와 제주속담에서 찾는다.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MZ세대들도 고개를 절로 끄덕일 지혜가 담겼다. 교육자 출신의 문필가 동보 김길웅 선생의 글을 통해 평범한 일상에 깃든 차고술금과 촌철살인을 제주어로 함께 느껴보시기 바란다. / 편집자 글


*몰궤기 : 말고기

살이 찌면 고기가 부드럽고 구수한 맛이 나니, 구시월 말고기를 제일로 꼽는다는 말이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살이 찌면 고기가 부드럽고 구수한 맛이 나니, 구시월 말고기를 제일로 꼽는다는 말이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음력 구시월은 오곡백과가 무르익어 가을걷이를 하는 풍요로운 때다. 흉년이 들 때도 없지 않지만, ‘구시월’은 듣기만 해도 들판에서 농부들이 곡식을 거두며 부르는 태평가에 어깨춤이 절로 난다.

집에서 기르는 마소에겐들 대접이 소홀할쏜가. 밭에서 곡식을 거둬들이는 족족 집으로 실어 날라야 한다. 따라서 마소를 혹사시키게 된다. 말 못하는 짐승이라고 부리기만 하랴. 콩죽을 쑤어 먹일 때가 바로 구시월이다. 잘 먹여야 힘이 생겨 그만큼 부릴 수가 있다. 그만한 이치를 모를 우리 선조들인가. 집에서 먹이고 밭에 가 주인은 일하면서 쉬는 시간에 먹였다.

그러니 말이 구시월에 살찔 수밖에. 마소가 봄철에도 새로 돋아난 풀을 뜯어 살이 오른다고 하나. 풋내가 난다고 좋게 쳐주지 않는다.

콩을 좋아하는 꿩은 가을이면 으레 콩밭에 가 있다. 콩밭에 앉아 콩을 먹어대니 꿩이 살이 오르고 육질이 부드럽게 마련이다. 그러니 꿩사농(꿩사냥)은 가을철이라고 하는 것이다. 음력 구시월이 최고, 적기 중의 적기다. 

‘구시월 몰궤기’

살이 찌면 고기가 부드럽고 구수한 맛이 나니, 구시월 말고기를 제일로 꼽는다는 말이다. 말고기. 입에 가까이 하기가 그리 쉬운 고기인가. 어쩌면 평생 몇 번 맛을 볼까 말까 하는 귀한 음식이었다. 그러니 맛이 최고일 때인 ‘구시월 몰궤기’다. 

말고기 식당이 흔치 않아 지금도 먹으려면 수소문해야 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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