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길웅의 借古述今] (340) 공연한 말은 입으로 내쳐서 코로 들이켜야 한다

차고술금(借古述今), 옛것을 빌려 지금을 말한다. 과거가 없으면 현재가 없고, 현재가 없으면 미래 또한 없지 않은가. 옛 선조들의 차고술금의 지혜를 제주어와 제주속담에서 찾는다.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MZ세대들도 고개를 절로 끄덕일 지혜가 담겼다. 교육자 출신의 문필가 동보 김길웅 선생의 글을 통해 평범한 일상에 깃든 차고술금과 촌철살인을 제주어로 함께 느껴보시기 바란다. / 편집자 글


* 공헌 : 공(空)한 말, 공연한 말
* 내쳥 : 내쳐서
* 들으싸사 : 들이켜야

공연한 말을 한 사람은 자신이 한 말을 코로 들이켜야 한다는 것은 실제 흐지부지 넘어가는 벌이 아니다. / 사진=픽사베이
공연한 말을 한 사람은 자신이 한 말을 코로 들이켜야 한다는 것은 실제 흐지부지 넘어가는 벌이 아니다. / 사진=픽사베이

이런 말 저런 말, 참 말 많은 세상이다. 할 말을 하기도 어려운데 하지 않아서 좋은 말을 해 화(禍)를 불러들이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말 한마디가 화근(禍根)이 돼 평지풍파를 일으키는 경우다.

남의 일에 감 놓아라, 배 놓아라 참견해 소란을 일으키는 것도 그렇지만, 그에 더해 한창 진행 중인 일에 제동을 거는 상식에 어긋난 언행을 일삼는 사람도 적지 않다. 무슨 말을 하지 않고는 입이 근질근질해 참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 사람에게 상식이 있을 리 없다.

좌우단간에 자기가 밖으로 뱉어 일을 어지럽힌 사람은 자기가 한 말에 대한 책임을 져야 마땅한 일이다. 당연히 응징 받아 그 대가를 치러야만 한다는 것이다. 공연한 말을 한 죗값을 그냥 지나쳐선 안된다 함이다.

‘공헌 말은 입으로 내쳥 코로 들으싸사 헌다.’

어떻게 생각이 여기까지 미쳤을까. 벌을 주는 방법이 여간 엄하지 않다. 입으로 헛된 말을 내뱉었으니, 그 말을 콧속으로 들이켜야 한다는 것. 이치나 논리의 옳고 그름을 떠나 엄중한 벌이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바닷물 속에서 헤엄을 잘못 쳐 물을 입으로 뱉고 코로는 숨을 쉬어야 하는데, 그만 바닷물을 코로 들이켰다고 상상해 보라. 숨이 막혀 혼쭐이 날 것이다.

코는 공기를 들이마시는 곳이지 물을 들이켜는 곳이 아니다. 공연한 말을 한 사람은 자신이 한 말을 코로 들이켜야 한다는 것은 실제 흐지부지 넘어가는 벌이 아니다. 숨이 콱콱 막혀 보아야만, 그래 보아야만 정신을 차릴 것이라는 얘기다.

말을 신중하게 하라는 훈계다. (김길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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