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생명평화대행진 3박4일 일정 마무리...26일 해단식 겸 평화문화제

‘2023 제주생명평화대행진―다시 평화야, 고치글라!’가 26일 제주시청 앞 해단식·평화문화제로 성황리에 마무리했다.  / 이하 사진=제주의소리 한형진 기자
‘2023 제주생명평화대행진―다시 평화야, 고치글라!’가 26일 제주시청 앞 해단식·평화문화제로 성황리에 마무리했다.  / 이하 사진=제주의소리 한형진 기자

막막함을 지울 수 없다. 때로는 버겁다. 그럼에도 저마다의 마음과 저마다의 시간이 모이면서, 길 위에 한 걸음 한 걸음으로 이어진다. 탐욕과 위협의 제주가 아닌 생명과 평화의 제주를 위해, 1460일 만에 열린 대행진이다.

제주생명평화대행진 조직위원회(조직위원장 고권일)는 23일 시작한 ‘2023 제주생명평화대행진―다시 평화야, 고치글라!(이하 생명평화대행진)’를 26일 제주시청 앞 해단식·평화문화제로 성황리에 마무리했다.

생명평화대행진은 2012년 처음 시작해 2020년 코로나19를 이유로 잠시 멈췄다. 올해 행사는 4년 만에 다시 열리는 셈이다. 

이번 행사 주관 단체는 제주군사기지저지와평화의섬실현을위한범도민대책위, 제주해군기지전국대책회의, 강정마을해군기지반대주민회, 강정평화네트워크와 제주제2공항성산읍반대대책위,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 제주제2공항백지화전국행동 등이다.

일정은 23일부터 26일까지 3박4일로 진행했다. 강정마을 해군기지에서 출발해 표선면, 성산읍, 구좌읍, 조천읍을 거쳐 제주시청이 종착점이다. 소나기가 몰아친 첫날부터, 여전히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 마지막 날까지, 호락호락하지 않은 날씨 속에도 참가자들은 큰 탈 없이 행진을 소화했다.

일본 핵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는 현수막. ⓒ제주의소리
일본 핵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는 현수막. ⓒ제주의소리
생명평화대행진 참가자들이 마지막 순서인 해단식 겸 평화문화제에 참여했다. ⓒ제주의소리
생명평화대행진 참가자들이 마지막 순서인 해단식 겸 평화문화제에 참여했다. ⓒ제주의소리

김유진(39) 씨는 2019년 생명평화대행진 당시 새 생명을 품고 참여했다. 그리고 올해는 어느새 5살이 된 자녀를 유모차에 태우고 참여했다. 그는 “여건 상 마지막 날에만 참여했다”고 쑥스러워 하면서 “이전 행진 때 느꼈던 감정과 마음을 다시 느꼈다. 전국, 전세계 각지에서 뜻을 모아서 함께 소리를 내준다는 사실이 든든했다. ‘연대’를 느낀 시간이었다”고 밝혔다.

김유진 씨는 “딸에게도 ‘평화를 위해 같이 행진하자’고 말했다”면서 “행진 참가자들이 외치는 메시지는 해군기지뿐만 아니라 제2공항, 일본 핵 오염수 등 여러 문제들과 결국 연결돼 있다고 본다. 그렇기에 모두가 한 마음 한 뜻으로 문제들을 바라보고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생명평화대행진에 처음 참여한 김은혜(17) 양은 “이렇게 며칠 간 연달아 걸어본 적은 처음”이라면서 “행진 첫날 비가 하루 종일 내렸는데, 우비를 입고 비를 맞으며 걸었던 순간이 지금도 생생하다. 비를 맞으며 걸어본 경험도 처음이었다. 발이 조금 쓸린 것 빼고는 별 다른 문제도 없다. 오히려 행진 기간이 짧은 것 같다”고 나름 넉살을 떨었다.

김은혜 양은 “행진을 하면서 일본 핵 오염수 방류에 대해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윤석열 대통령이 과연 우리나라를 위한 선택을 한 것인지, 아니면 일본과 미국을 위한 선택을 했는지 의문이 든다”면서 “생명평화대행진은 우리가 평화롭게 살기 위한 발걸음라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강정평화합창단의 공연. ⓒ제주의소리
강정평화합창단의 공연. ⓒ제주의소리
사회적기업 제주트립티는 행진 참가자를 위해 커피와 차를 준비했다. ⓒ제주의소리
사회적기업 제주트립티는 행진 참가자를 위해 커피와 차를 준비했다. ⓒ제주의소리

마지막 날에 제주 사회적기업 ‘제주트립티’는 커피와 차 300인분을 준비해 참가자들에게 무료로 제공했다. 제주트립티 최정의팔(77) 대표는 “제주트립티는 자연 환경을 중시하면서 공정무역의 가치를 강조한다. 일본 핵 오염수 방류, 제2공항 사업 등 위험한 작태를 반대하는 행진 소식을 듣고, 저희도 처음부터 걷고 싶었으나 행진을 마친 참가자들을 위한 커피트럭으로 대신했다”고 피력했다.

최정의팔 대표는 “사회적기업으로서 우리 사회에 중요한 문제들에도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고자 한다. 특히 제주는 자연 환경이 정말 중요한 지역임에도 오염과 파괴가 심각한 수준이다. 그렇기에 생명평화대행진에 참여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마지막 날 일정은 공연과 발언을 번갈아가며 진행했다. 공연은 ▲바투카다그룹 ‘뺄라지다’ ▲가수 김영태, 오지은 ▲강정평화합창단 ▲지민주 ▲밴드 타카피 등이 출연했다.

행진을 마친 소감 발표에서 강정평화네트워크 활동가 딸기는 “해군기지 반대 운동을 시작하면서 기지 건설이 기정사실화 됐고, 결국 막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라면서 “최근 한·미·일 정상회의로 중국에 대한 적대적 입장이 드러나면서, 결국 제주가 대중국 전초기지의 역할에 충실하게 될 것이라는 두려움을 재확인했다. 그렇기에 이제라도 평화를 더 지켜야 한다. 강정을 거울로 삼지 않는다면 과연 제주에서 평화를 이야기 할 수 있겠냐”고 밝혔다.

맨 왼쪽부터 박석진, 강원보, 김문식, 딸기. ⓒ제주의소리
맨 왼쪽부터 박석진, 강원보, 김문식, 딸기. ⓒ제주의소리

그는 “지금까지 강정마을을 지켜왔듯이 앞으로도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 원동력은 여기 앞에 모인 분들의 사랑과 연대, 우정”이라고 강조했다.

제주제2공항성산읍반대대책위 김문식 대표(수산리장)는 “무 파종 시기와 겹쳐 성산 주민들이 행진에 많이 참여하지 못해 죄송스럽다”면서 “그리고 정말 감사드린다. 우리를 대신해 제2공항 반대 목소리를 내주고 제주의 평화를 외치면서 연대해줘서 정말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제주제2공항강행저지 비상도민회의 강원보 집행위원장은 “우리가 제주에 깃든 나쁜 것들을 밟고 걸었기에, 그것들이 당분간은 기를 펴지 못할 것”이라며 “정의롭고 늠름하며 멋진 여러분들에게 거듭 고마운 말씀을 드린다. 행진 기간 동안 도움을 줬던 많은 분들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밝혔다.

제주해군기지전국대책위 박석진 대표는 “윤석열 정부 들어 인권, 평화, 민주주의 등에서 온전한 것이 없다. 그럼에도 대응하는 힘이 미약하다는 생각을 가졌는데, 생명평화대행진을 보면서 다시 해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싸울 수 있다고 느꼈다. 폭우와 뜨거운 열기 속에서 걸었던 기세로 싸워 나가자”고 힘껏 외쳤다.

바투카다그룹 ‘뻘라지다’의 공연. ⓒ제주의소리
바투카다그룹 ‘뺄라지다’의 공연. ⓒ제주의소리
참가자들이 공연에 맞춰 흥겹게 춤을 추고 있다. ⓒ제주의소리
참가자들이 공연에 맞춰 흥겹게 춤을 추고 있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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