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길웅의 借古述今] (341) 성질이 급할 놈은 뱃속에서부터 안다

차고술금(借古述今), 옛것을 빌려 지금을 말한다. 과거가 없으면 현재가 없고, 현재가 없으면 미래 또한 없지 않은가. 옛 선조들의 차고술금의 지혜를 제주어와 제주속담에서 찾는다.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MZ세대들도 고개를 절로 끄덕일 지혜가 담겼다. 교육자 출신의 문필가 동보 김길웅 선생의 글을 통해 평범한 일상에 깃든 차고술금과 촌철살인을 제주어로 함께 느껴보시기 바란다. / 편집자 글


* 급헐 놈 : 성질이 급한 사람
* 뱃소곱 : 뱃속, 태중(胎中)

사람이 천부적으로 타고 나는 성질은 잉태와 더불어 결정되는 것으로, 뱃속에서부터 알아볼 수 있다 함이다.&nbsp; / 사진=픽사베이<br>
사람이 천부적으로 타고 나는 성질은 잉태와 더불어 결정되는 것으로, 뱃속에서부터 알아볼 수 있다 함이다.  / 사진=픽사베이

뱃속 아이도 어느만큼 달수가 차면 태동(胎動)을 시작한다. 태중에서 몸부림을 치는 것이다. 꿈틀꿈틀하다가 심한 경우는 발길질이 제법 세차단다. 

“아이고, 요놈 보거라이. 나올 때가 다 돼가난 발길질꺼지 허염시녜. 나중에 보라마는 요놈 소나이든 지집아이든 혼 놈역허키여.”
(아이고, 요놈 보라이. 나올 때가 다 되어가니까 발길질까지 하고 있다. 나중에 보라마는 요놈이 사나이든 계짐아이든 한 놈 역(役) 할 것이다.)”

태어나 성질이 불같이 급할 사람은 태어나기 전, 뱃속에서부터 팔딱팔딱 뛴다는 것. 반대로 성질이 온순하고 느긋하게 굼뜰 사람은 뱃속에서도 꼬물거릴 뿐으로 좀처럼 격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처럼 한 사람의 성격(성질)은 출생하기 전 어머니 뱃속에 있을 적부터 조급할지, 차분할지 미리 알아볼 수 있다는 얘기다.

하긴 요즘에 아이가 태어나기 전에 아들인지 딸인지 성별을 감별하는 시대 아닌가. 태중 아이의 태동이 어떠하냐를 그 움직임으로 알아보는 정도는 촉감으로 인지하는 것으로, 의술(醫術)도 아니다.

사람이 천부적으로 타고 나는 성질은 잉태와 더불어 결정되는 것으로, 뱃속에서부터 알아볼 수 있다 함이다. 

만삭으로 동산만한 배를 어루만지며 뱃속의 아이가 세상에 나올 날을 기다리고 기다리는 젊은 부부들이 많았으면, 오죽이나 좋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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