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천 동네커리 테스트투어...주민들이 공정여행사와 협업해 마을여행 선보여

2일 서귀포시 영천동 일대에서 열린 나비마을 영천동네커리 테스트투어. 동네 퐁낭 밑에 앉아 마을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환하게 웃고 있는 참가자들. ⓒ제주의소리
2일 서귀포시 영천동 일대에서 열린 나비마을 영천동네커리 테스트투어. 동네 퐁낭 밑에 앉아 마을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환하게 웃고 있는 참가자들. ⓒ제주의소리

“원래 이 도로가 시내버스가 지나던 길입니다. 이 가게 옆에는 방앗간이 있었습니다. 약속을 잡을 때 이 앞에서 보자고 많이들 했죠”

커다란 나무 밑에 걸터앉은 사람들이 일흔이 넘은 마을주민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제주 서귀포시 영천동 주민들이 내놓은 마을여행 ‘나비마을 영천동네커리 테스트투어’ 현장이다. 동네 중심지인 ‘네거리’를 ‘네커리’라고 부른 데서 이름을 땄다. 2일 오전 진행된 테스트투어는 이번이 세 번째다. 

첫 목적지는 나비생태체험관. 영천동 주민 모두의 문화놀이터를 지향하는 이 복합문화공간에서 참가자들은 마을을 상징하는 스탬프를 찍고 마을에 대한 첫 소개를 들었다.

그 다음 향한 곳은 옛 경성제국대학 부속 생약연구소 제주도 시험장. 일제강점기였던 1940년대 약초를 재배하기 위해 건립된 곳으로 2020년 국가등록문화재로 지정됐다.

2일 열린 나비마을 영천동네커리 테스트투어. 석주명 선생의 흔적이 깃든 옛 경성제국대학 부속 생약연구소 제주도 시험장. ⓒ제주의소리
2일 열린 나비마을 영천동네커리 테스트투어. 석주명 선생의 흔적이 깃든 옛 경성제국대학 부속 생약연구소 제주도 시험장. ⓒ제주의소리
2일 열린 나비마을 영천동네커리 테스트투어. 이날 길잡이는 마을 주민인 김은영 해설사가 맡았다.ⓒ제주의소리
2일 열린 나비마을 영천동네커리 테스트투어. 이날 길잡이는 마을 주민인 김은영 해설사가 맡았다.ⓒ제주의소리

나비박사로 불리는 세계적인 곤충학자 석주명(1908~1950)이 1943년에서 1945년까지 약 2년 1개월간 이곳에서 연구소장으로 근무했다. 석주명은 곤충학 뿐 아니라 제주의 자연, 인문사회분야를 연구했던 제주학의 선구자이기도 하다. 영천동이 ‘나비마을’이라 스스로 이름 붙인 것도 석주명의 발자취가 영향을 미쳤다.

참가자들은 옛 모습을 간직한 마을의 안길을 걸으며 동네의 일상과 마주했다. 조선 후기 당시 현재의 토평동 출신으로 과거에 급제한 인물 오정빈 성담의 흔적, 마을의 중심지이자 시외버스 정류장 역할을 했던 가게 동네거리상회 등을 거쳤다.

300년 넘은 푸조나무, 마을 거주지로 이어지는 아늑한 올레, 과수원을 감싼 돌담길, 길에서 만난 달팽이, 돌담 위에 자라는 이끼와 다육이, 마을에 살았던 김광협 시인의 작품이 새겨진 시비(詩碑) 등 마을의 일상은 방문자들에겐 신선한 풍경이었다.

테스트투어에 참가한 이선임(68)씨는 “현장감 있게 피부에 와 닿았고 이번 여행으로 더 궁금한 게 많이 생기고 마을을 더 알아가고 싶어졌다”며 “해설과 코스 구성이 잘 준비된 것 같아서 시간이 아깝지 않았다.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고 말했다.

해설사를 맡은 마을주민 김은영(67)씨는 “석주명 선생님의 훌륭함과 그 이야기를 이번 투어를 계기로 더 알리고 싶다”며 “이번 투어가 마을의 아름다운 문화를 살리고, 나비가 자유롭게 살 수 있는 생태적인 마을이 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마음을 전했다.

2일 열린 나비마을 영천동네커리 테스트투어 참가자들이 마을 안길을 걷고 있다. ⓒ제주의소리
2일 열린 나비마을 영천동네커리 테스트투어 참가자들이 마을 안길을 걷고 있다. ⓒ제주의소리
2일 열린 나비마을 영천동네커리 테스트투어. 영촌동 농촌중심지활성화 추진위원장을 맡고 있는 토박이 오홍부(72)씨가 참가자들과 대화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제주의소리
2일 열린 나비마을 영천동네커리 테스트투어. 영촌동 농촌중심지활성화 추진위원장을 맡고 있는 토박이 오홍부(72)씨가 참가자들과 대화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제주의소리

이번 테스트투어는 마을주민들과 공정여행사인 제주착한여행의 협력으로 현실화 됐다. 주민들은 제주착한여행으로부터 교육을 받고 직접 마을의 여행자원과 코스를 발굴하고 기획했다. 이번 테스트투어를 바탕으로 정식 여행상품을 구체화할 예정이다.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열의가 이 각별한 여행코스를 세상에 내보이게 된 원동력이 됐다. 영천동은 주민 삶의 질 향상을 목표로 2015년부터 농식품부 농촌중심지활성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된 동아리 활동에서 양성된 해설사들이 마을여행을 이끌고 있다.

영촌동 농촌중심지활성화 추진위원장을 맡고 있는 토박이 오홍부(72)씨는 “마을에 가장 필요한 게 문화공간이라고 생각했고 여기서 탄생한 동아리에서 나온 해설사들이 자발적으로 새로운 길을 개척해나가고 있다”며 “앞으로는 마을에서 1박2일 여행코스를 통해 마을의 매력을 진실되게, 꾸밈없이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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