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을 다룬 대중서 ‘4.3, 19470301-19540921 기나긴 침묵밖으로(혜화1117)’가 대만에서 번역돼 출간된다. 

4일 제주4.3연구소에 따르면 4.3연구소 허호준 이사가 지난 4월 출간한 책이 대만의 저명 출판사인 타이베이 워커스컬처럴엔터프라이즈(호라이즌)를 통해 출판된다. 해외 출판사가 제주4.3을 다룬 책을 국내 출판사에 직접 제의해 출판 계약을 체결하는 일은 극히 드물다. 

계약은 계약일로부터 1년6개월 이내로, 혜화1117 측은 내년 말까지 대만에서 허호준 이사의 책이 출판될 것으로 보고 있다. 

책은 허 이사가 수십년간 수집한 4.3 관련 자료를 총망라했다. 4.3과 미군정의 연계성에 대해 최고 권위자로 꼽히는 허 이사는 광복 이후 ‘기브 미 초콜릿’ 반대 운동 등을 시작으로 1954년 9월21일 한라산 금족령 해제까지 이어지는 당시 제주의 시대 상황을 통해 4.3 아픔을 풀어냈다. 

그는 수십년간 자신이 만난 4.3 희생자들과 관계자들의 인터뷰와 당시 문헌 등을 토대로 현장감을 더했다. 또 아직 풀어야 할 4.3의 현안 등에 대해 메시지를 던졌다. 

허 이사의 책은 4.3의 시대적 원인과 진행과정, 4.3과 미국, 4.3과 여성, 진상규명 과정, 아름다운 제주의 관광지 곳곳이 4.3 때 학살터였다는 점 등을 누구나 이해하기 쉽도록 풀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혜화1117은 외국 독자들에게 전달되기를 바라며 서문을 영어로 번역해 책 앞 부분에 포함했다. 

이현화 혜화1117 대표는 “대만 독자들에게 책이 전해질 수 있게 돼 기쁘다. 서문을 영어판으로 만든 것이 도움된 것 같다”고 말했다.  

대만 출판사 워커스컬처럴 측은 “대만에 제주4.3과 관련된 서적이 부족하고, 책이 대만 독자들에게 많은 반향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며 “책의 제목이 모두에게 적합하다고 생각해 출판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4.3연구소는 “외국 출판사가 직접 4.3 관련 서적을 출판하는 것은 드문 일이다. 책 출판을 계기로 4.3의 진상과 그 이후의 명예회복 과정이 외국 독자들에게 알려져 4.3이 제주 지역사 한계를 넘어 동아시아 전반의 역사적 관점에서 바라보게 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현 한겨레 선임기자인 저자 허 이사는 1989년 기자가 된 이후부터 4.3의 진실과 그 의미를 밝히는 데 천착했다. 연구와 취재를 통해 4.3의 진실을 밝히고, 드러내는 데 대한 노력으로 제주4.3평화재단이 주는 제1회 4.3언론상 본상(2022)을 수상했다. 

지역사, 한국사의 범주를 넘어 4.3과 미국의 관계, 세계사 속에서의 4.3의 의미에 주목해 제주대학교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그리스와 제주, 비극의 역사와 그 후(2014)’, ‘4.3, 미국에 묻다(2021)’ 등을 저술했다.  

뿐만 아니라 제노사이드와 관련된 서적에 참여하거나 4.3연구소의 4.3수형자, 4.3과 여성 관련 구술집 등 작업에도 참여했다. 

제주4.3을 다룬 대중서 ‘4.3, 19470301-19540921 기나긴 침묵밖으로(혜화1117)’.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제주4.3을 다룬 대중서 ‘4.3, 19470301-19540921 기나긴 침묵밖으로(혜화1117)’.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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