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수산시장 상인들 피해 실감 “단체 주문 뚝 끊겨”
“수산물 촉진 행사, 영세 상인 형평성 고려해야” 지적

정부가 공개한 오염수 대책 비장의 카드

5일 오전 찾은 제주 동문공설시장에서 생선 장사를 하는 이진숙씨가 옥돔을 정리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5일 오전 찾은 제주 동문공설시장에서 생선 장사를 하는 이진숙씨가 옥돔을 정리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수산물 소비가 오히려 늘었다고요? 시장에 와보면 압니다. 파리만 날리고 있어요.”

추석 대목을 코앞에 두고 5일 오전 찾은 제주 동문공설시장과 동문수산시장. 예년이라면 추석 선물과 제수용 생선을 사기 위한 손님들로 붐볐겠지만, 올해만큼은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북적여야 할 시장 내 거리는 한산하기만 했고, 수산물을 구경하는 손님들이 있어도 지갑을 쉽게 열지는 못했다. “생선 안전한 거 맞죠?”하고 상인에게 묻는 손님도 여럿 보였다.

우려하던 상황이 현실로 닥친 상인들은 착잡한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

18년간 생선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이진숙씨(57)는 “슬슬 추석 선물 주문이 밀려들 때지만 올해는 정말 조용하다”며 “먹어도 괜찮겠냐고 손님들이 물어볼 때마다 지금 먹는 생선은 오염수와 전혀 상관이 없다고 안심시키고 있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이씨는 “지금은 오염수 방류 초반이기도 하고, 어쩔 수 없이 제수용 생선을 사는 손님들이 있지만 추석이 지나면 수산물 소비가 급감할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5일 오전 제주 동문수산시장에서 한 상인이 수산물 택배 상자를 나르고 있다. ⓒ제주의소리
5일 오전 제주 동문수산시장에서 한 상인이 수산물 택배 상자를 나르고 있다. ⓒ제주의소리

수산시장 상인 고석민씨(59)는 가게에 앉아 휴대전화만 빤히 들여다보고 있었다. 한창 옥돔과 갈치 선물 세트 주문을 받느라 휴대전화를 내려놓을 새 없이 바빴을 테지만, 이번 추석엔 주문이 뚝 끊겨 속이 타들어 가고 있다.

그는 원래라면 한 곳당 70상자에서 많게는 100상자까지 단체 주문이 쇄도했겠지만, 현재는 개인 손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고씨는 “수산물을 믿고 사가는 손님들이 있어 다행이지만 이마저도 크게 줄었다”며 “생선 장사를 12년 동안 해오면서 지금이 가장 큰 고비”라고 연신 한숨을 내쉬었다.

고씨는 상인들의 피해는 보상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고도 강조했다. 그는 “곳곳에서 수산물 할인 행사가 열리고 있지만, 돈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은 큰 오산”이라며 “정부가 지금이라도 일본에 오염수 해양 방류를 중단할 것을 요구하고 막는 것만이 대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서귀포 매일올레시장에서 생선가게를 운영하는 오상욱씨의 냉동창고 안에 갈치가 쌓여있는 모습. ⓒ제주의소리
서귀포 매일올레시장에서 생선가게를 운영하는 오상욱씨의 냉동창고 안에 갈치가 쌓여있는 모습. ⓒ제주의소리

다른 시장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서귀포 매일올레시장에서 생선가게를 운영하는 오상욱씨(54)는 “시장 이곳저곳에서 한탄 섞인 한숨만 나오고 있다”며 “대목을 맞아 불철주야 준비한 옥돔, 고등어, 갈치 추석 선물 세트 주문이 작년에 비해 반토막 났다”고 원망의 목소리를 냈다.

오씨는 “선물하는 사람도 꺼림직하고 받는 사람도 반기지 않으니 누가 선뜻 수산물을 선물하겠느냐”며 “이해하면서도 씁쓸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와 지자체가 열을 올리고 있는 수산물 소비 촉진 행사에 대해서도 “수산물 소비 촉진이 목적이라면 시장 상인도 함께 상생하도록 추석 대목을 피해 연중 할인 행사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할인 목적이 수협 냉동창고에 쌓인 생선 재고 처리를 하기 위함인가”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수산물 소비 촉진 할인 행사장에는 생선 들고 기념사진을 찍고 돌아가며 수산물을 많이 사달라 하면서 시장에는 누구 하나 찾아와 지원을 약속하며 힘내시라 하는 사람이 없다”며 “50여 년 동안 시장 바닥에서 한평생을 사신 어머니를 비롯한 시장 삼촌들은 큰소리도 못 내고 한탄만 하고 있다”고 주변 민심으르 전했다.

한편, 제주도는 지난달 25~27일 한림수협에 이어 이달 1~2일에는 성산포수협과 함께 수산물 소비 촉진 행사를 개최했다.

행사에서는 수산물 무료 시식과 갈치, 옥돔, 고등어, 한치, 오징어 등 수산물이 시중 가격보다 5~30% 싸게 판매됐다. 도는 9월 중 제주도청 앞마당과 서울, 경기, 대전 등에서 제주수산물 촉진 오프라인 행사를 개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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