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길웅의 借古述今] (342) 값이랑 다퉈도 되랑 잘 주라

차고술금(借古述今), 옛것을 빌려 지금을 말한다. 과거가 없으면 현재가 없고, 현재가 없으면 미래 또한 없지 않은가. 옛 선조들의 차고술금의 지혜를 제주어와 제주속담에서 찾는다.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MZ세대들도 고개를 절로 끄덕일 지혜가 담겼다. 교육자 출신의 문필가 동보 김길웅 선생의 글을 통해 평범한 일상에 깃든 차고술금과 촌철살인을 제주어로 함께 느껴보시기 바란다. / 편집자 글


*금지랑 : 값이랑, 값은, 가격이랑
*도투와도 : 다퉈도
*뒈 : 되(升), 쌀 등 곡물을 되는 되(그릇)

되 속인다고 입소문이 퍼지면 남 속인 만큼 손님을 잃게 된다. 죗값을 치르는 것이다. / 사진=픽사베이
되 속인다고 입소문이 퍼지면 남 속인 만큼 손님을 잃게 된다. 죗값을 치르는 것이다. / 사진=픽사베이

쌀이나 좁쌀, 보리쌀, 콩 등을 팔고 살 때, 한 되 두 되 하고 수를 센다. 이런 과정에서 되를 곯게 되는 수가 허다하다. 곡물상을 하는 사람은 되로 되는 데 능숙해 깜빡하는 사이에 사는 사람에게 눈속임을 하는 것이다. 

넉 되면 한 말(斗), 여덟 되면 두 말인데, 조금씩 양을 곯게 주다 보면 조금씩 덜 주는 양이 점점 불어나게 마련. 쌀을 파는 쪽이 이익을 보는 만큼 사는 쪽에서는 손해를 보게 된다.

양심 불량이다.

쌀을 될 때 처음 높이 담았던 쌀을 손바닥이 두세 번 쓸며 편편하게 된다. 쌀에 닿는 손바닥을 세게 누르느냐 가볍게 눌러 지나느냐에 따라 됫속에 담기는 곡물의 양이 들쑥날쑥하게 되는 것이다. 쌀 사는 사람을 눈앞에 세워놓고 눈을 속이는 행위다.

“아이고, 다신 그 사름안티 안 가키여. 만날 될 박박 쓸엉 눈을 속이녜게. 혼 번 속주 두 번 속을 사름이 시상에 어디 있느니?” (아이고, 다신 그 사람한테 안 가겠다. 만날 되를 박박 쓸어 눈을 속이네. 한 번 속지 두 번 속을 사람이 세상에 어디 있겠는가?)

되 속인다고 입소문이 퍼지면 남 속인 만큼 손님을 잃게 된다. 죗값을 치르는 것이다. 장사꾼은 남을 속이는 행위를 다반사로 했던 모양. 

“그 사름 저울눈 잘 속인다. 맹심해영 잘 솔피라이.” (그 사람 저울눈 잘 속인다. 명심해서 잘 살피라.)

되 곯게 주는 사람, 저울눈 속여 이문을 남기는 사람이야말로 장사치 중에서도 악덕(惡德)이다. 장사가 꾸준히 잘 되겠는가. 

만무한 일이로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