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전 10시, 서귀포시 남원읍 남선사 연경문화예술원

나치 독일을 선전한 부역자라는 오명과 세계 최고의 다큐멘터리 감독이라는 명성을 동시에 지닌 ‘레니 리펜슈탈’에 대한 영화를 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프로그램이 제주에서 진행된다.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 남선사 연경문화예술원(의귀로 177)은 오는 16일 오전 10시, 양윤모 영화평론가와 함께하는 마을영화 프로그램을 연다. 

이날 상영하는 영화는 논란과 열정의 여성 예술가 ‘레니 리펜슈탈(1902~2003)’에 관한 다큐 ‘레니 리펜슈탈, 그녀의 아프리카에 대한 꿈’, ‘바다 속의 인상’, ‘훌륭하고도 끔찍한 레니 리펜슈탈의 삶’ 등 세 편이다.

주최 측에 따르면 세 편의 영화는 감동적인 영상미와 인류 문명의 변화를 선보이며 문화냐 이념이냐의 갈등 사이에서 관객이 생각할 기회를 제공한다. 

레니 리펜슈탈은 1902년 8월 22일에 독일 베를린에서 태어났다. 무용가였던 그는 순회공연을 다니던 중 부상을 입고 무용가로 활동할 수 없게 됐고, 우연히 산악영화를 본 뒤 기록영화 감독의 길을 걷게 된다.

그는 산악영화 ‘운명의 산’을 만든 감독을 찾아가 이후 영화의 주연배우로 활동하며 산과 극지에서 직접 암벽을 타는 연기로 찬사를 받기도 했다. 

배우로 명성을 얻은 그는 직접 영화사를 설립, 감독과 주연, 편집을 혼자 담당하며 첫 영화 ‘푸른 빛’을 세상에 선보였다. 이후 1932년 아돌프 히틀러의 연설을 듣고 매료된 레니는 편지를 보내 개인적인 만남을 가졌으며, 이때부터 히틀러의 애인이라는 소문이 돌게 된다. 

레니는 히틀러로부터 1933년 뉘른베르크 전당대회 기록영화 제작 의뢰를 받고 ‘신념의 승리’를 만든 뒤 몇 차례 사양하던 끝에 문제작 ‘의지의 승리’를 만든다.

그는 이때의 모든 일들에 대해 그저 나치의 기록자에 불과했다고 변명하지만, 히틀러의 연설에 매료돼 직접 만났다는 정황이나 열정적으로 촬영한 영상 기록들로 인해 친 나치라는 오명을 받게 됐다.

5개월간의 편집 작업 끝에 나온 두 편의 다큐멘터리는 레니에게 나치의 선전용 협력자라는 오명과 다큐멘터리의 수준을 크게 높인 수작이라는 평가를 동시에 받게 했다.

그는 제11회 베를린 올림픽 기록영화 제작 의뢰까지 받게 되며 당대 최고의 영화 촬영기사를 총동원하고, 경기장을 직접 돌아보며 카메라 위치를 지정하는 등 촬영에 완벽함을 보인다. 

이후 1년 반이 넘는 편집 과정을 거쳐 1부 ‘민족의 제전’과 2부 ‘미의 제전’으로 이뤄진 올림픽 기록영화 ‘올림피아, 1938’을 완성해 세계 다큐 역사의 새장을 열었다.

우리나라 손기정 남승룡 마라토너의 얼굴도 등장한 ‘올림피아’는 히틀러의 생일이었던 1938년 4월 20일에 개봉했으며, 비평과 흥행 모두에서 성공을 거뒀다. 그러나 히틀러가 1945년 목숨을 끊은 뒤 이 다큐는 평생 레니를 따라다니며 괴롭혔다. 

1954년 레니는 히틀러 시대에 제작하다 멈춘 ‘저지대’의 필름을 복원해서 결국 촬영 개시 10여 년 만에 영화를 완성해 내고 장 콕토의 후원으로 칸 영화제에 출품했다. 그러나 시민들이 나치 전범이라며 레드 카펫을 보이콧하면서 이후 그의 모든 작품은 제작이 취소됐다.

이후 허밍웨이의 아프리카 여행기 ‘아프리카의 푸른 언덕’을 읽은 레니는 아프리카를 방문하며 노예 문제에 관한 새로운 영화를 구상한다. 1960년대부터는 영화인에서 사진작가로 변신해 아프리카 누바 족의 사진을 잡지에 게재하기 시작한다. 

1973년에는 70대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스쿠버다이빙을 시작하며 찍어낸 수중세계를 보이며 다큐멘터리의 새 역사를 개척했다는 평가도 받는다. 

그는 101세 생일이 보름 지난 2003년 9월 8일, 눈을 감으며 “내 인생에서 딱 한 번만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히틀러 그를 만났던 그 날을 지워버릴 텐데.”라고 회고한 것으로 전해진다.

주최 측은 “하루종일 보는 영화로 사랑과 미움을 동시에 받은 논란과 열정의 여성 예술가 레니 리펜슈탈을 제주상영회로 만난다”며 “레니 20주기 특집으로 세 편의 영화를 상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문의 = 남선사 연경문화예술원 064-764-3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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