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두배 道 감귤과장 “상품과 비상품이 싸우는 낯 부끄러운 사태 이제는 없어야”

▲ 감귤폐원과 열매솎기 수상선과, 그리고 유통조절명령제 등을 진두 지휘하고 있는 고두배 제주도 감귤과장.
비상품 감귤 출하를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감귤유통조절 명령제가 14일부터 발령된다.
지난에도 유통조절명령제가 시행됐으나 이는 생산지(제주도)에만 효력을 미쳤을 뿐 생산지와 소비지 동시에 시행되는 것은 감귤산업 40년만에 처음으로 시도된다.

2004년산 노지감귤 유통처리는 제주산 감귤이 다시 회생할 수 있는지 여부를 판가름하는 중대한 고비에 처해 있다. 800억원이라는 엄청난 예산을 투입하고 범도민 운동으로 전개된 감귤원 폐원과, 열매솎기 수상선과, 그리고 유통조절명령제의 발령으로 행정당국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는 사실상 마무리 됐다. 이제 남은 것은 생산농가와 생산자단체인 농·감협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올해산 감귤이 제 값을 받을 수 있을지 여부가 결정된다.

특히 계속된 경기침체 속에서 그동안 제주경제, 특히 힘든 농촌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해 왔던 감귤이 적정가격을 받을 경우 지역경제 돈 가뭄 해소에 상당한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또 다시 비상품 출하와 홍수출하가 반복될 경우 올 내년 상반기 제주경제는 그야말로 끝모를 위기로 추락하게 된다.

감귤정책을 총괄하는 제주도 고두배 감귤과장은 “우리들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1천억을 더 벌수도 있고, 아니며 그냥 버릴 수도 있을 것”이라며 행정당국과 생산농가, 그리고 생산자단체의 ‘3위 일체’를 강조했다.

지난 7월초 북제주 부군수에서 도 감귤과장으로 자리를 바꾼 고두배 과장은 감귤과 공무원들과 함께 그야말로 휴일도 잊은 채 감귤원 폐원과 열매솎기, 수상선과, 그리고 유통조절명령제 발령에 온 힘을 쏟아 왔다.

고두배 과장은 “올해만큼은 제발 소비지에서 상품과 비상품 감귤이 경쟁하는 낮 뜨거운 사태는 재연돼서는 안된다”면서 “생산농가와 생산자단체는 물론, 도민들도 비상품 감귤이 유통되면 욕할 수 있는 수준이 돼야 한다”며 모든 도민이 감귤 제값받기에 동참해 줄 것을 호소했다.

‘제주의 소리’는 9일 고두배 제주도 감귤과장을 만나 한 시간에 걸쳐 올해산 감귤 처리대책 등에 대해 알아봤다. 다음은 고두배 과장과의 인터뷰 내용이다. 

- 유통명령제 14일부터 발령된다. 그 동안 어려운 점이 많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

▲ 고 과장은 행정과 농가, 생산자단체가 힘을 합치면 1천억원을 더 벌 수 있다고 말했다.
다.
“작년 공문에 ‘2003년 1회에 한한다’고 돼 있어 이 문제 때문에 처음에는 공정위가 아예 대화상대도 안했다. ‘뚱딴지 같이 한번 한다고 했으면 약속을 지켜야 할 것 아니냐. 소비자가 손해를 보게 된다. 작년에도 생산자가 8백억원을 이익보지 않았느냐’며 아예 상대조차 해 주지 않았다. 두 번째 올라갔을 때는 ‘비행기표 돈 들이면서 왜 자꾸 귀찮게 오느냐’까지 했다.(웃음) 실무적으로 도저히 안돼 도지사에게 특별보고하고, 김태환 도지사가 공정거래위원장을 만나 건의한 이후에야 제대로 돌아갔다. 힘들었다”

- 공정위가 우리의 취지를 오해한 게 아닌가.
“그런 면이 없지는 않다. 유통명령제는 생산자와 소비자 둘 다 이익을 보자는 것이다. 생산자는 과잉생산체제를 극복하고, 소비자에게는 고품질 감귤을 공급해 둘 다 이익을 보도록 하자는 게 유통명령제의 취지이다”

- 14일부터 시행에 들어가는 데 이제 감귤 제 값 받기 위한 구체적 전략이 있는가.
“제 값 받기 전략은 네 가지다. 첫 번째는 비상품을 생산지에서부터 소비지에 이르기까지 상품과의 경쟁에서 차단해 격리시켜야 한다. 두 번째는 상품인 2~8번과를 철처하게 선별해야 한다. 조그만 상처가 났다고 하면 아깝다고 생각하지 말고 과감히 선별해야 한다. 다음은 시기별로 출하물량을 조절해 홍수출하를 막아야 한다. 이 세 가지만 갖추면 감귤은 타 과일과 경쟁이 가능하다. 마지막 네 번째는 경기가 어느 정도 회복되느냐에 달려있다. 호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으면 소비가 둔화되거나 맛있는 과일만을 택하게 된다. 이 때문이라도 맛있고 선별이 잘된 감귤을 출하해 줘야 한다.

- 언제부터 첫 출하가 시작되나.
“첫 출하는 15일 전후해서 이뤄질 것이다. 그러나 제주에서만 빠져나가면 유통조절명령제가 소비지에서는 14일부터 발령나기 때문에 그 이전에 출하하려는 일부 상인도 있을 것이다. 이 때문에 항만 출하신고서에는 어제부터 인력을 배치했고 6대 도매시장에도 단속 인력을 배치 해 놓았다. 도매시장 법인에 대해서는 12일 유통조절위원회 회의를 열어 후속조치를 논의할 것이다. 도내 선과장에서 단속 요원 229명이 배치됐다. 모든 준비는 다 갖춰 놓고 있다”

- 올해 대풍이 예상되고 있다. 어느 정도로 추정하고 있나.
“전체 생산예상량으로 따지면 77만톤이다. 2002년이 78만톤이었다. 이 예측에서 2분의 1 간벌과 휴식년제, 품종갱신, 두 차례에 걸친 폐원을 통해 11만톤, 그리고 열매솎기와 수상선과를 통해 총 19만톤을 감산하고 있다. 방치하면 77만톤이 생산돼 그야말로 죽을 쓰게 된다. 안정생산량은 가공용을 포함해서 58만톤이다”

▲ 올들어 처음으로 서귀포시에서 적발된 비상품. 서귀포시는 압수된 감귤을 폐기처분했다.ⓒ서귀포시청 제공
- 범도민 운동으로 열매솎기와 수상선과를 하고 있다. 어느 정도 추진됐나.
“올해처럼 범도민적으로 벌였던 적이 없다. 도청 실국장도 연고지에서 독려하고 있다. 어제(8일)는 남군수도 방치된 과수원에서 직접 진두지휘했다. 7일 기준으로 8만톤 목표에서 64%가 됐다”

-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어느 쪽에서 잘 안 되고 있는가.
“대부분 부업으로 감귤농사를 짓는 부업농과 임차농, 기업농이다. 이들은 선과다 뭐다 하면서 귀찮게 계통출하하지 않고 상품 비상품도 구분 않고 상인들에게 한꺼번에 팔아버린다. 이 부분이 문제다”

- 생산량 감산은 이제 기본이다. 문제는 소비자가 선택할 정도로 맛이 좋으냐이다. 또 다른 과일은 어느 수준인가.
“당도가 작년보다 0.3브릭스가 높고 산도는 낮다. 당산비도 높아 작년보다는 맛이 좋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사과와 배도 맛이 좋다. 경쟁 과일이 전반적으로 풍작이고 맛이 좋다. 타 과일과 경쟁에서 어깨를 나란히 하려면 맛이 좋아야 한다. 우리 감귤이 소비지에서 사과나 배와 경쟁해야지 비상품 감귤과 경쟁하면 안된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지금까지는 타 과일과 싸우는 게 아니라 우리들끼리, 상품과 비상품이 싸웠다”

▲ 예전처럼 상품과 비상품이 경쟁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 그렇다면 올해는 생산량과 맛이 제 값을 받을 준비가 돼있다는 이야기인가.
“제 값을 받기 위해서는 1차적으로는 생산량이다. 품질이 좋아도 생산량이 월등히 많다면 품질 가치가 없다. 적정량이 공급됐을 때 품질가치가 인정된다. 지금까지 어려운 여건하에서도 생산량을 줄이기 위해 엄청난 예산을 투입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 정말 올해처럼 많은 예산을 감귤에 쏟아 부는 적이 없었던 것 같은데.
“지금까지 감귤원 폐원에 750억, 열매따기 15억, 품종갱신, 간벌, 휴식년제 등에 800억원을 부었다. 예년에 비해서는 2~4배 투자한 것이다. 750억원을 들여 2500ha(8만톤)을 폐원했다. 2500ha라고 하면 감이 잘 안올지 모르겠지만 제주시 전체 감귤원을 폐원한 것과 마찬가지이다. 또 8만 톤은 현재 1·2 가공공장에서 가공처리하는 7만톤보다 1만톤이 많은 물량이다 적자 없이 공장 두 개를 더 지은 효과보다 크다. 이 (감산) 효과는 올해만 보는 게 아니라 앞으로 매년 8만톤을 줄이는 효과를 보게 된다”
 
- 결국은 이게 제 값을 받아 농가소득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게 문제이다.
“철저하게 역할분담을 해야 한다. 행정은 경상경비를 줄이고, 복권기금과 도민의 빚을 내면서 기채를 통해 감귤감산에 집중했다. 과잉생산 체제를 극복한 것이 행정의 역할이었다면 이제는 농가와 생산자 단체의 몫이다. 농가는 품질을 향상시켜줘야 한다. 좋은 감귤을 제대로 유통처리해 제 값을 받도록 하는 것은 생산자 단체의 몫이다”

- 농가에서 지금 단계에서 어떤 조취를 취해야 하나.
“지금은 선과장에서 선과하기에 앞서 마지막으로 수상선과를 해줘야 한다. 집중적으로 수상선과를 하는 게 경비를 최소화한다. 행정에서 인력지원이 선과장에서 선과료를 물면서 비상품을 골라낼 필요가 없다. 2단계는 선과장에서 이전 보다 철저한 선과가 요구된다. 조금만 상처가 났다고 해도 과감히 비상품으로 빼야 한다”

- 유통조절명령제가 지난해부터 시작됐지만 일반상인은 물론 농·감협에서도 비상품을 출하했었다. 올해는 과연 다를 것인지 연전히 의문이 든다.
“농·감협에서는 악의적으로 출하한 게 아니라 농가들이 부탁하면 정에 못 이겨 통과시켜 주는 극소수 사례가 있다. 또 상인 대부분도 적극 동참한다. 문제는 비상품만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일부 악덕상인들이다. 이들은 농가에서 한 컨테이너에 2~3천원에 사서 포장해서 소비지에서 6~7천원을 받는다. 비상품을 파는 게 이윤이 좋으니 상품에 신경을 안쓴다. 바로 이 부분 때문에 공정거래위원회를 집중 설득했다. 이들을 통제 안하면 생산자와 소비자는 손해를 보고 악덕 중간상인만 폭리를 취하게 된다는 점을 이야기 했다”

▲ 14일부터 감귤유통명령제가 발령돼 비상품 감귤을 출하할 경우 폐기처분과 함께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서귀포시청 제공
- 마을에는 비상품만을 골라 사는 상인들을 다 알고 있다. 이들의 명단을 리스트화해 집중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보는데 이들에 대한 대책은 수립돼 있나 .
“이들을 집중적으로 관리하겠다. 한번 적발될 경우 그들의 인권을 존중 하겠지만 두 세 차례 고질적으로 할 경우 명단을 공개할 것이다. 농·감협도 예외 없이 공개하겠다. 올해부터 농·감협은 많이 개선될 것이다. 위기감이 형성돼 있다. 작년보다 단속인력도 70% 증원했다. 적발보다는 사전 예방차원에서 단속할 것이다. 농가와 상인 모두 협조해 줘야 한다”

- 품질을 높이자, 비상품을 차단하자는 이야기는 10년전부터 이야기 돼 왔다. 또 다 공감한다. 그러나 실천이 말처럼 안된다. 올해도 마찬가지로 되지 않겠나.
“올해는 달라질 것이다. 800억원을 투자했다. 올해도 안된다면 제주감귤은 정말 가망이 없다. 100% 된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욕심 안 부리겠다. 최소한 사무관 시험 합격 최하한선이 60%수준, 조금 욕심을 더 부린다면 80% 수준으로 끌어 올리는 것이다. 농가와 생산자단체, 중간상인이 힘을 합쳐야 한다. 한번 해보자. 하면 할 수 있다”

- 지난해에는 그래도 노지감귤만 3300억원으로 예년에 비해 좋았다. 올해는 어느 정도를 예상하고 있나.
“작년에는 하늘의 뜻이 있었다. 감귤 해결이 현상에다 육지부도 태풍으로 과일 피해를 많이 봤다. 또 유통명령제로 예년에 비해 품질관리가 좀 잘됐다. 그 효과가 있었다. 올해는 유통명령제를 철저히 행동으로 실천하면 그냥 방치했을 때 보다 천억은 더 가져 올 수 있을 것이다. 2002년에 노지감귤만 2056억원이었다. 작년은 3379억원이었다. 작년 수순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리들의 의지에 달려있다. 농가들이 10~20만원을 더 받는 게 이익인지, 전체적으로 천억원을 더 갖고 오는 게 이익인지 잘 판단해야 한다”

- 솔직히 말하면 행정당국이 너무 감귤에만 많은 지원을 한다, 특혜를 준다는 지적도

▲ 그는 모든 도민들이 식당에서 비상품 감귤이 나오면 욕할 수 있는 수준이 돼야 감귤이 살 수 있다고 말했다.
있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이 같은 지원이 결과적으로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부분이 있다고 보는데.
“대한민국 농작물 600가지 품목 중 감귤처럼 행정당국에서 집중지원하는 작목은 없다. 특혜라는 지적도 인정한다. 정치작물이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으나 그 부분은 우리 입장에서는 모르겠다. 감귤은 경제 활성화 기능을 한다. 관광도 제주 추축산업이라고 하지만 관광 조입중 상당액수는 다 외부로 빠져나간다. 그러나 감귤은 막바로 농가들에게 떨어진다. 한 품목에 1년에 4~5천억원 제주도에 들어오는 수입원이 감귤을 제외하고는 없다. 이 부분이 중요하다. 감귤처럼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는 작물이 없다. 이것을 놓치면 쌀 사먹을 돈이 없다. 우리는 감귤을 팔아 쌀을 사먹는 셈이다”

- 올해는 가격문제로 도청에 항의전화가 없었으며 좋겠다. 마지막으로 생산농가는 물론 도민들에게 당부의 말씀을 전해달라.
“ 항의전화 오지 않을 정도로 행정이 최선을 다했다. 이제 농가의 자구노력이 남았다. 사과는 자율적으로 감산운동을 펼쳐 이제 완전히 경쟁력을 확보했다. 상품이 아니면 과감히 버릴 수 있어야 한다. 식당에서도 후식용으로 상품을 내 놓아야 한다. 비상품이 나오면 도민들이 식당주인에게 욕할 정도가 돼야 감귤을 살릴 수 있다. ‘우리는 재배하지 않으니 상관없다’는 식으로 외면해서는 안된다. 감귤은 제주도 경제 활성화가 달려있는 기간작물이라는 차원에서 관심을 가져줘야 한다. 그렇게 되면 감귤을 살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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