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희의 노동세상] (98) 노조법 2,3조 개정안 9월 국회 통과 돼야

일하는 노동자의 피로를 가시는 것에는 커피나 소주 한 잔보다 실질적인 노동 조건 개선을 위해 노동조합이 더 필요하다는 취지다. / 사진=픽사베이<br>
일하는 노동자의 피로를 가시는 것에는 커피나 소주 한 잔보다 실질적인 노동 조건 개선을 위해 노동조합이 더 필요하다는 취지다. / 사진=픽사베이

얼마 전 운전을 하며 길을 가고 있던 찰나였다. 

오토바이로 배달을 하던 노동자가 배달 물건을 싣고 오토바이 앞쪽에 아이스아메리카를 거치해두고 정차 시간을 이용해 빨대로 커피를 마시고 있는 장면이 목격됐다. 문학 작품과 영화 등에서 직장인의 애환을 담배 한 모금과 쓰디쓴 커피 한잔으로 묘사하는 경우들이 많다. 실제 아침에 출근하면 커피를 한 잔 먹는다거나 졸음과 피로가 몰려올 때 커피를 마신다거나 하는 경우들이 많다. 

사실 커피가 아니라, 노동조합이 필요한 거예요 

운전을 하며 또다시 지나는 길에 “사실 커피가 아니라, 노동조합이 필요한 거예요”라는 버스 광고가 눈에 띈다. 노동조합에 가입할 것을 홍보하는 광고다. 일하는 노동자의 피로를 가시는 것에는 커피나 소주 한 잔보다 실질적인 노동 조건 개선을 위해 노동조합이 더 필요하다는 취지다. 하지만 노동조합을 결성하기는 녹록치 않다. 노동조합에 대한 인식은 차치하더라도 제도적으로 노동조합을 자유롭게 할 수 없는 상황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 헌법에서는 노동자에게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의 ‘노동3권’을 보장하고 있다. 그리고 노조법을 통해 노동조합의 결성과 교섭, 쟁의 행위에 관한 내용을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왜 제도적으로 노동조합을 할 수 없게 되었을까? 헌법의 기본권이 개별법으로 인해 제한되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 지금 국회에서는 과거에 비해 다양해진 고용 형태를 반영해 노동3권을 확대하기 위한 노조법 개정이 논의 중이다. 구체적인 내용은 무엇일까?

특수고용·하청 노동자의 노조 할 권리 

먼저 노조법 2조에 규정되어 있는 ‘사용자’의 개념을 확대하는 것이다. 현재의 개념은 직접 근로 계약을 체결한 사용자로 제한되어 간접고용노동자(하청노동자)나 특수고용노동자(택배, 배달기사)의 교섭권이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법 개정을 통해 근로 계약의 체결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 조건에 실질적 지배력이 있는 자’를 사용자 범위에 포함시키는 내용이다. 이렇게 되면 사실상 노동 조건의 결정 권한을 가지고 있는 원청 사업주와 직접 교섭을 할 수 있게 된다. 

사용자 개념의 확대는 이미 법 개정 이전에 법원 판결로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올해 초 CJ대한통운에 택배 노조와 교섭할 의무가 있다고 한 서울행정법원의 판결을 비롯하여 20년 가까운 투쟁 끝에 지난 2018년 학습지 교사도 노동자라는 판결을 이끌어낸 학습지 노조의 사례도 있다. 노동 조건에 관해 실질적․구체적으로 결정권한을 가지고 있는 원청 사용자도 사용자라는 판결이 나온 것이 2010년으로 벌써 10여년이 지났다. 법원을 통해 확인되고 있는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자성을 인정하는 상식에 따라, 하청 노동자의 근로 조건을 결정하는 원청 사용자의 교섭의무를 인정하는 상식에 따라서 법을 개정하자는 것이다. 

월급 200만원 하청 노동자에 470억원 손해배상소송  

작년 “이대로는 살 수 없지 않습니까”라는 구호를 외치며 1평 감옥에 스스로를 가두고 투쟁했던 조선소 하청 노동자 5명에게 원청 사업주인 대우조선(현, 한화오션)으로부터 470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이 들어왔다. 조선소를 점거하여 파업 기간 동안 470억원의 손해가 발생했으니 이를 물어내라는 주장이다. 해당 소송의 당사자인 조합원을 만날 기회가 있어 물어보았다. 

“470억원 손배소송이 들어오면 어떤 마음인가요?”

아직 소송이 본격화 되지 않았고, 일단 금액이 평생 구경하지도 못할 금액이라서 현실로 와 닿지 않고 덤덤하다는 답변이었다. “조선소에서 우리가 만드는 배 한 척을 몰래 갖다 팔면 갚을 수도 있다”며 씁쓸한 농담을 건네었다. 작년 조선소 하청 노동자들이 파업을 한 이유는 월 200만원에 불과한 급여를 올려달라는 임금인상 요구였다. 평생을 일해도 갚을 수 없는 ―조선소 하청 노동자 급여로 470억원을 변제하려면 1500년 정도 일해야 한다― 상상할 수 없는 금액이다. 

노동조합의 파업 등의 쟁의 행위는 헌법으로 보장된 노동3권 중의 하나다.

노조법상 쟁의 행위는 “업무의 정상적인 운영을 저해하는 행동”으로 정의되어 있고, 쟁의 행위로 발생하는 업무 차질에 대하여 노동자에게 민.형사상의 면책 조항을 두고 있는 것은 그 헌법상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그동안 정당한 쟁의 행위의 범위를 매우 좁게 해석하고, 파업을 불법으로 매도하면서 기업들은 노동자에게 말도 안 되는 손해배상 소송을 남발해 왔다. 기업들은 애초에 노동자에게 손해배상 금액을 받을 목적이 아니었다. 노동자가 평생 일해도 어차피 갚지 못할 손해배상 소송은 결국 노동자의 ‘노동3권 박탈’로 이어졌다. 노동조합을 탈퇴하면, 파업을 중단하면, 회사를 퇴사하면, 사용자의 편에 서면 손해배상 소송 대상자에서 제외시켜주는 방식이었다. 

기업들이 손해배상 청구를 통해 노동3권을 박탈시키지 못하도록 노조법을 개정하여 노동자 개인의 귀책 사유가 입증되는 경우에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이번 개정안의 주요 내용이다. 파업 등 쟁의 행위라는 것은 집단적으로 이루어지는 행동인데 이에 대하여 구체적인 입증 없이 소송을 남발하여 노동3권을 박탈하지 않도록 하려는 취지다. 

9월 국회 상정예정인 노조법 2,3조 개정안 

이와 같은 노조법 2,3조 개정안은 오랜 기간 동안 논의되어 왔다.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이 파업 이후 손해배상과 월급 가압류로 고통받으며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었고, ‘노란봉투운동’이 진행되기도 했다. 당시 관련 기사를 본 한 독자가 월급봉투의 상징인 ‘노란봉투’에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에게 부과된 47억원의 손해배상액 중 일부라며 4만7000원을 넣어 보낸 것으로 시작돼 가수 이효리 등 인사도 참여하며 부당한 손배가압류를 막아야 한다는 입법 운동까지 연결되었다. 

올해 2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이와 같은 내용을 담은 노조법 2조, 3조 개정안을 의결했고 이제 국회 본회의 의결을 앞두고 있다. 더 많은 노동자가 자신의 일터에서 주체적으로 설 수 있도록 노조법 2, 3조 개정이 시급하다. 


#김경희

‘평화의 섬 제주’는 일하는 노동자가 평화로울 때 가능하다고 생각하면서, 노동자의 인권과 권리보장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공인노무사이며 민주노총제주본부 법규국장으로 도민 대상 노동 상담을 하며 법률교육 및 청소년 노동인권 교육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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