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길웅의 借古述今] (343) 꿈에 소똥 주워 보이면 큼직한 전복 뗀다

차고술금(借古述今), 옛것을 빌려 지금을 말한다. 과거가 없으면 현재가 없고, 현재가 없으면 미래 또한 없지 않은가. 옛 선조들의 차고술금의 지혜를 제주어와 제주속담에서 찾는다.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MZ세대들도 고개를 절로 끄덕일 지혜가 담겼다. 교육자 출신의 문필가 동보 김길웅 선생의 글을 통해 평범한 일상에 깃든 차고술금과 촌철살인을 제주어로 함께 느껴보시기 바란다. / 편집자 글


* 쉐똥 : 소똥
* 뵈민 : 보이면
* 거펑 : 전복

해녀들이 바다에 들어갈 때마다 ‘오늘랑 큼직한 전복이나 하나 따게 해줍서’하고 마음속으로 빌는지 모른다. / 사진=픽사베이<br>
해녀들이 바다에 들어갈 때마다 ‘오늘랑 큼직한 전복이나 하나 따게 해줍서’하고 마음속으로 빌는지 모른다. / 사진=픽사베이

꿈은 대부분 일상 또는 일상 속의 일들이 변형하면서 재현되는 게 보통이다. 깊은 바다에 들어가 해산물을 채취하는 해녀들의 경우도 예외가 아니다.

물질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농어촌 여인들이 거둬들이는 커다란 소득이다. 그러니 밭에 나가 검질(김)을 매다가도, ‘바당이 보름이 쎄게 불어 서뭇 궂지만 아니허민 집이 왕 바당으로 내돌렸다.’(바다가 바람이 세게 불어 사뭇 험하지만 않으면 집에 와 바다로 내달렸다.)

그러니 물질해서 제일 큰 소득이 되는 전복이 아무리 무정(無情)하기로서니 꿈에 몇 번 나타나지 않겠는가. 땅에 싸놓은 소똥이 얼마나 너브작한가. 땅 위에 퍼져 있는 소똥이 흡사 깊은 바다 큰 돌에 붙어 있는 전복 모양이다. 두 사물에서 비슷한 모습을 발견해 비유했으니 재미있는 묘사다.

해녀들이 바다에 들어갈 때마다 ‘오늘랑 큼직한 전복이나 하나 따게 해줍서’하고 마음속으로 빌는지 모른다. 인지상정 아닌가. 물질이 가계(家計)에 큰 보탬이 됐으니, 이왕이면 다홍치마다, 큰 소득이 있기를 기원하는 소망이 말의 마디마디에 깃들어 있다.

‘거펑’, 점복의 제주방언인데 별로 친숙하지 않은 말이다. 해녀들이 바다 깊이 들어가 귀한 전복을 발견하고 빗창으로 떼려고 안간힘쓰다 숨을 쉬지 못해 목숨을 잃는 일이 적지 않았다. 바윗돌에 붙어 있는 걸 캐려다 밖으로 나오지 못해 일어나던 끔찍한 사고였다.

해산물 가운데 가장 비싸 옛날에는 입 근처에도 오지 않았던 것인데, 근래에 인공으로 양식을 하면서 보양식으로 많이들 먹는다.

옛날 꿈에 나올 정도로 해녀들이 앞다퉈 떼려던 귀한 특산물이다, 전복. 흔히 소라‧전복이라 짝지어 말하나 소라는 전복에 견줄 게 못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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