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의소리] 동백잎 먹고 사는 일명 ‘동백충’…피부 닿으면 통증·염증
드물게 바람 타고 독침 닿기도 해, 5~10월 조심해야 “피하는 게 상책”

최근 생활권 주변으로 심어진 동백나무에서 온몸에 두드러기를 일으키는 등 알레르기 반응을 유발하는 ‘차독나방’ 피해가 발생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됩니다.

동백나무 잎을 먹고 살아 ‘동백충’이라고도 불리는 이 차독나방과 접촉하면 통증과 염증이 발생하며, 심할 경우 쇼크가 올 수도 있어 피하는 게 상책입니다. 

하지만 제주에서는 동백나무가 정원수나 근린공원 조경용으로 많이 심기는 등 접촉이 쉬운 편이라 차독나방을 모르는 도민이나 관광객 피해가 종종 발생하고 있습니다. 

제주도 세계유산본부 한라산연구부에 따르면 차독나방은 성충과 유충, 고치, 알 덩어리 등에 독침이 붙어 있습니다. 유충은 4~6월, 7~9월에 나타나며 성충은 7~8월, 9~10월에 주로 생겨나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차독나방 유충.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차독나방 유충.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최근 차독나방 피해를 입었다고 제보해 온 도민 김종수(가명) 씨는 집 마당에 심은 동백나무 가지치기를 하다 온몸이 두드러기로 뒤덮이는 피해를 겪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는 평생 처음 겪어본 극심한 두드러기 반응 때문에 대학병원을 찾아 치료받았으며, 어머니도 관상용 동백나무를 손질하던 중 두드러기가 올라와 병원을 다녀왔다고 했습니다.

또 최근 지인들은 맨발 황토 걷기로 많은 시민에게 사랑받고 있는 서귀포 혁신도시 숨골공원 내 어싱광장을 찾았다가 태어나 처음 보는 두드러기 때문에 고생했다고 말했습니다. 알고 보니 숨골공원 일부 보행로에 동백나무가 조경수로 심겨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김씨는 “제주4.3의 상징이자 도민에게 사랑받는 동백나무가 도내 많이 심긴 만큼 나 같은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며 “겪어보지 않았을 때는 동백충(차독나방)을 전혀 몰랐는데 겪어보니 심각했고, 사람들이 알아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제보 이유를 밝혔습니다.

또 “동백충 관련 피해를 다룬 보도를 거의 못 봤다. 그대로 두면 피해가 계속 발생할 텐데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차원에서 다뤄주면 좋겠다”며 “행정 역시 보기 좋으라고 동백나무를 심은 만큼 동백충에 대한 방제도 신경써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습니다.

김씨 사례처럼 차독나방 피해는 제주를 대표하는 국민배우 고두심씨도 겪은 적이 있었습니다. 

제주 해녀의 삶과 그 속에서 펼쳐지는 여성의 자존감, 제주의 아픔을 다룬 영화 ‘빛나는순간(감독 소준문)’을 촬영하던 당시 차독나방 때문에 며칠을 고생한 적 있었습니다.

지난 2021년 서귀포시에서 진행한 해녀 초청 시사회 당시 [제주의소리]와 만나 인터뷰한 고 배우는 “곶자왈 동백숲에 들어가서 촬영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온몸에 두드러기가 났다”며 “매일 보건소에 부탁해 주사를 맞고 약을 먹고 바르면서 2주간 고생했다”고 말했습니다.

차독나방 유충. 사진 출처=산림청.
차독나방. 사진 출처=국립수목원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

이영돈 도 세계유산본부 한라산연구부 녹지연구사는 이 같은 차독나방 피해와 관련해 “동백나무에 벌레가 있다면 피하는 방법이 최선”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차독나방과 접촉하면 가려운 두드러기가 올라오고 긁으면 물집도 생겨 위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드물긴 하지만 유충에 붙은 털(독침)이 바람에 날려 피부에 닿거나 옷에 붙은 것들이 나중에 증상을 발생시킬 수 있다고도 설명했습니다. 

가장 피해가 많이 발생하는 때는 차독나방 유충 시기며, 성충(나방)이 된 이후로도 독을 가진 조각(인편) 때문에 피해가 나타날 수 있으니 절대 만지지 말라고 당부했습니다. 황금빛으로 보이는 색 때문에 어린이들이 건들 수도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고도 덧붙였습니다.

이 녹지연구사는 “동백나무에 유충이 있다면 90%는 차독나방이니 뭐가 기어 다닌다면 건들지 않는 것이 상책”이라며 “차독나방처럼 보이는 벌레가 있다면 행정당국에 전화해 방제를 요청해달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차독나방을 방제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미리 약제를 뿌리는 것으로 만약 나타났다면 유충 초기 단계인 1령 때 방제해야 한다”며 “1령은 수십 마리가 한곳에 모여있지만, 2~3령은 다른 곳으로 퍼져나가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관련해 차독나방 피해가 발생했다는 제보를 전달받은 서귀포시는 공원 55곳을 순차적으로 방제 중이며, 제보에 따라 숨골공원을 우선 방제하겠다는 이야기를 전해왔습니다. 차독나방이 활동하는 시기, 동백나무 근처를 지난다면 조심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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