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길웅의 借古述今] (344) 꿩 사냥꾼은 한쪽 눈 시나 마나

차고술금(借古述今), 옛것을 빌려 지금을 말한다. 과거가 없으면 현재가 없고, 현재가 없으면 미래 또한 없지 않은가. 옛 선조들의 차고술금의 지혜를 제주어와 제주속담에서 찾는다.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MZ세대들도 고개를 절로 끄덕일 지혜가 담겼다. 교육자 출신의 문필가 동보 김길웅 선생의 글을 통해 평범한 일상에 깃든 차고술금과 촌철살인을 제주어로 함께 느껴보시기 바란다. / 편집자 글


* 꿩바치 : 꿩사냥꾼
* 혼착 : 한쪽
* 시나 마나 : 있으나 마나

실은 꿩 사냥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꿩이 숨어 사는 곳을 족집게처럼 알아야 하고, 꿩을 사냥할 때 온 신경을 한데 모으는 집중력이 탁월해야 함은 말할 게 없다. / 사진=픽사베이
실은 꿩 사냥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꿩이 숨어 사는 곳을 족집게처럼 알아야 하고, 꿩을 사냥할 때 온 신경을 한데 모으는 집중력이 탁월해야 함은 말할 게 없다. / 사진=픽사베이

꿩바치란 꿩사냥을 잘하는 사람, 꿩사냥을 본업처럼 하는 이를 가리킨다. ‘바치’는 동녕바치(걸인, 거지), 침바치(침술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처럼 어떤 일을 습관적으로 혹은 능수능란하게 잘하는 사람을 속되게 일컫는 말이다. 

많이 쓰이는데 점잖게 품위를 갖춰 쓰는 말은 아니다. 

옛날 구좌 종달리 일대가 소금을 만드는 염전(소금밭)이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 종달리 사람들을 가리켜 놀리는 투로 ‘소금바치’라고 했었던 일이 생각난다. 그곳 사람들은 좋게 듣지 않았던 것 같다. 소도리쟁이(비밀스러운 말을 남에게 전주하는 사람)의 ‘쟁이’와 비슷한 말로 생각하면 좋다. 

꿩바치가 꿩을 사냥할 때는 꿩을 향해 엽총을 겨냥하게 되는데, 이때 정조준을 하느라고 오른쪽 눈을 지그시 감고 왼쪽 눈 한쪽만을 사용해 대상물을 바라본다. 한쪽 눈으로 대상을 눈 꼼짝 않고 바라봐야 눈의 힘을 그 한곳으로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렸을 적, 구슬치기를 할 때 구슬을 향해 오른쪽 눈을 감고 왼쪽 눈에 시력을 집중해 ‘딱’ 하고 명중시키던 기억이 난다. 희한한 일이었다. 골목에서 그 기적 같은 일이 일어 일어났으니….

꿩 사냥꾼이 꿩을 쏘는 장면을 구슬치기에 대입시켜 보면 실감이 날 것이다.

실은 꿩 사냥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꿩이 숨어 사는 곳을 족집게처럼 알아야 하고, 꿩을 사냥할 때 온 신경을 한데 모으는 집중력이 탁월해야 함은 말할 게 없다. 타고난 기술이라 해도 지나침이 없을 정도로 기민한 동작에 익숙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착 눈은 시나 마나’란 표현이 자못 흥미롭다. 눈 한쪽을 감아 꿩에게 집중해야 하니, 그 눈은 있으나 마나 아니냐 한 것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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