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법, 사업시행자 마을회 동의 없는 사업 불허 ‘정당’ 판결

제주 함덕해수욕장 잔디광장 토지주가 상가 시설을 짓게 해달라고 법원에 소송을 걸었지만, 패소했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제주지방법원 행정1부는 A씨가 제주도지사와 함덕리새마을회를 상대로 제기한 ‘반려처분 취소’ 등 소송에서 A씨의 청구를 모두 기각·각하했다. 

이번 사건은 원고가 함덕해수욕장 잔디광장에 상가시설을 신축하겠다는 취지며, 1심 법원이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각하했다.

42년전인 1981년 10월 함덕해수욕장 일대가 함덕관광지(유원지)로 지정되자 마을회는 B업체와 공동사업시행자 자격으로 함덕관광지 개발사업에 참여했다.

제주도는 함덕해수욕장 일대 46만5000㎡에 편익시설과 숙박시설, 상가시설, 운동·오락시설, 휴양·문화시설 등을 조성한다는 사업계획을 1996년 11월 승인했다. 현재 함덕해수욕장 일대에 들어선 B업체의 리조트도 함덕관광지 개발사업 일환으로 조성됐다. 

A씨는 마을회와 협의해 자신의 토지를 사업부지에 편입하는 ‘주민사업참여동의서(토지사용승낙서)’를 작성했고, 1998년에는 행정에 대체조림비와 전용부담금도 납부했다. A씨의 토지는 함덕관광지 조성사업 ‘상가 5지구’에 포함됐다. 

여러 차례 사업 계획이 변경되는 과정에서 A씨는 2017년 1월 맹지처럼 남은 상가 5지구에 상가를 신축하겠다고 신청했지만, 같은 해 5월 제주도가 불허했다. 

제주도는 마을회와의 협의가 이뤄져야 하는데, 마을회 대의원회가 임시총회를 열어 자연경관 훼손 등의 이유로 부동의했다. 당시 마을 대의원 59명이 참석한 임시총회 결과 찬성은 10표에 불과했다. 나머지 반대 36표, 기권 13표 등이다. 

하늘에서 바라본 함덕해수욕장 일대. 잔디광장 빨간 동그라미 부분이 옛 상가 5지구 부지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하늘에서 바라본 함덕해수욕장 일대. 잔디광장 빨간 동그라미 부분이 옛 상가 5지구 부지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불복한 A씨는 주민사업참여동의서를 근거로 마을회가 해당 부지(상가 5지구) 개발사업에 동의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민사소송을 제기했고, 2019년 최종 패소했다. 

마을회는 상가 5지구에 상가 대신 잔디광장을 조성하겠다고 의결, 2020년 12월 함덕관광지 개발사업 시행승인(변경) 고시가 이뤄졌다. 변경 고시에 따른 잔디광장은 현재 함덕해수욕장과 서우봉 사이에 위치했다. 

고시까지 이뤄져 마무리되는 듯한 상황에서 A씨는 2021년 9월 해당 부지에 제2종근린생활시설(일반음식점) 신축을 허가해달라고 제주도에 신청했고, 제주도는 사업시행자(마을회, B업체)와 협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에 대해 마을회는 이미 잔디광장 조성을 의결한 점 등을 이유로 부동의 의견을 밝혔고, 제주도는 2021년 12월23일자로 A씨의 허가 신청을 반려 처분했다. 

그러자 A씨는 아직 협의 가능성이 남아있는 상황에서도 제주도가 반려 처분을 했다며 이번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또 마을회가 대화를 거부하는 것은 협의절차에 응할 의무를 다하지 않은 위법이라는 취지의 주장을 내세웠다. 

재판부는 관련 법률상 개발사업에 사업시행자가 아닌 경우(A씨) 사업시행자(마을회, B업체)와 사전협의를 거쳐야 하고, 행정(제주도)은 사업시행자와의 협의 서류 미비를 이유로 반려할 권한이 있다고 판단했다. 

협의절차에 응할 의무도 원고(A씨)가 요구하는 사업에 무조건 동의해야하는 의무가 인정된다고 할 수 없다며 A씨 측의 청구를 모두 기각·각하했다. 1심 판결에 불복한 A씨는 최근 항소, 광주고법에 판단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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