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왓 칼럼] 방범 활동 필요성 별개로 상시적 인권침해 가능성

CCTV는 실제로 안전의 문제보다, 범죄의 규명으로 더 많이 쓰이고 있다. 행위의 결과가 벌어지고 난 후 처벌의 도구로 쓰이는 것이다. / 사진=픽사베이
CCTV는 실제로 안전의 문제보다, 범죄의 규명으로 더 많이 쓰이고 있다. 행위의 결과가 벌어지고 난 후 처벌의 도구로 쓰이는 것이다. / 사진=픽사베이

올해 제주특별자치도는 제3차 인권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지난 8월 이후 인권기본계획 초안을 제시하고 도내 시민인권단체를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서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 있다. 필자도 인권기본계획 초안을 검토하였는데, 세부적인 내용들은 다양한 의견수렴을 통해 조정되리라 기대한다. 그런데 안전권 확보를 위한 과제 중에 CCTV 설치를 제시하고 있었다. CCTV가 과연 인권정책일까? 왜 CCTV 설치가 인권정책의 과제로 등장할까? 필자의 생각으로 CCTV는 인권정책이 될 수 없다.

일단 CCTV는 사회에 대한 감시 도구이다. 사회의 안전을 위해서 위험 요소를 감시하고 그 상황을 통제할 수 있다는 생각에 CCTV를 인권보장의 좋은 도구로 인식되는 것 같다. 하지만 실상 CCTV는 카메라에 비추는 모든 상황, 모든 사람에 대해 무차별적으로 정보를 수집하는 도구이기 때문에 인권침해의 요소가 너무나 많은 도구이다. 수집된 정보를 통해 개개인들의 사생활을 공격할 수도 있으며, 사람들을 통제하는 권력의 수단으로 활용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어느 노인 요양원에서 한 어르신이 생활실에서 갑자기 쓰러졌다. CCTV로 이런 상황을 파악한 요양원 측은 즉각적으로 의료적인 대처를 시행할 수 있었고 어르신은 무사했다. 이것은 CCTV에 대해 인권보장에 대한 신뢰를 주는 상황이다. 하지만 실제 현실에서 그렇게 바람직한 상황만 벌어지지 않는다. 어르신들의 생활방에서는 어르신들의 사생활이 보장되기가 쉽지 않다. 화장실을 비추는 CCTV도 어르신들의 안전을 위해 종종 설치되곤 한다.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어느 날 한 요양보호사는 원장으로부터 호출 받았다. 원장의 이야기는 근무 태도에 대한 수정지시였고, 인사적 불이익이 주어졌다. 요양보호사는 자신의 노동이 감시당하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고, 불만이 있었지만, 어르신들의 안전을 위해서라는 명분 때문에 제대로 된 항의조차 하지 못했다. 그리고 이는 좋은 일(?)을 위해서는 희생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생각했다. 

이제는 시간이 조금 지났지만, 제주도내 모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을 위한 식사가 부실하다는 언론의 고발 보도가 있었다. 이에 제주도는 관계자들과 대책 회의를 했고, 조리사들이 부식비를 착복하는지 감시하기 위해 조리실에 CCTV를 설치하는 대책을 내놓게 된다. 부식비 착복의 문제는 식재료의 구매 내역 및 부식의 질 등을 수시로 확인하면 될 일이고, 그렇다면 그것은 어린이집 운영자들의 운영책임일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도 조리실에 CCTV를 설치하겠다는 것은 책임을 조리 노동자들에게 돌리는 것이고, 노동 감시 상황으로 인해 상시적인 인권침해가 발생할 수 있었다. 

얼마 전 모 장애인거주시설에서 인권침해 논란이 크게 일었다. 그러자 그 시설은 시설 내에 수십 대의 CCTV를 설치하였다. 거의 모든 공간에 CCTV를 설치하는 것으로 해서, 인권침해 논란에서 벗어나고자 한 것 같았다. 그러나 인권침해 논란은 잦아들지 않았고, 오히려 CCTV 설치 장소에 따라 인권침해 관한 논란만 더 생겨났다. 

사실 CCTV는 시각적으로 정보를 수집하여 정보를 명료하게 보여주는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요즘 각종 SNS에 보면 신기한 사진과 동영상이 많이 올라오는데, 그 중에는 착시 현상을 이용한 다양한 장면 연출을 볼 수 있다. CCTV는 보는 각도에 따라 다른 정보의 결과를 보여준다. 시각 정보와 더불어 음성 정보가 추가 되면 더욱 더 자세히 상황을 파악할 수 있지만, 그것도 완벽한 정보를 제공하진 않는다. 완벽한 정보가 되려면 보다 뚜렷한 화질의 영상기기, 음성 녹음기가 상시적으로 녹화되어야 하며, 심지어 입체 영상 촬영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완벽한 감시 도구가 완벽하게 설치된다면 완벽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텐데, 그런 사회는 인권 사회가 아닌 완벽한 감시 사회일 것이다.

문제는 이 뿐만이 아니다. 앞서 사례에서 보다시피 고용의 관계에서 고용주 또는 운영 주체는 노동자들의 근로를 감시하며 고용관계의 우월적 지위를 더 강화할 수 있게 된다. 지금도 CCTV를 운용하면서 대부분 시설, 기업, 단체는 CCTV로 수집된 정보의 열람과 활용에 대한 규제가 매우 느슨하다. CCTV 운영매뉴얼이 있다고 해도, 실제로는 상급자 또는 운영진이 언제든지 얼마든지 수집된 정보를 보고 운영 판단을 내리고 있다. 이에 국가인권위원회는 2017년 “CCTV 목적 외 근무태도 감독 활용은 인권침해”라는 입장 등 수 차례 CCTV관련 입장을 내놓았다. 

현대와 같은 사회에 CCTV가 방범 활동과 안전망 구축을 위해 필요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안전을 위한 보조적 방편에 불과하다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그러면서도 너무나 심각한 인권침해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CCTV의 활용은 엄격하게 제한될 필요가 있다. 

노인 거주시설이나 아동보호시설 등 자기 보호 및 방어가 쉽지 않은 공간에서 최소한으로 CCTV를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경우에도 CCTV의 운용은 인사권이나 지휘권을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이 맡아야 하며, CCTV를 통해 수집된 정보는 엄격하게 법률 또는 공적 권한을 가진 사람들에게만 해당 사안에 관해서만 열람할 수 있도록 통제하여야 한다. 

CCTV가 사람들의 안전을 지켜준다는 인식으로 인해 CCTV가 온갖 사회문제의 대안으로 만병통치약처럼 제시되고 있다. 하지만 그 CCTV는 실제로 안전의 문제보다, 범죄의 규명으로 더 많이 쓰이고 있다. 행위의 결과가 벌어지고 난 후 처벌의 도구로 쓰이는 것이다. 그래서 CCTV가 모든 사람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한다는 비판을 하는 것이다. 이렇게 여러모로 따져보면 CCTV는 결코 인권정책으로 제시될 수 없는 것이다. 

제주인권기본계획은 제주도가 행정을 함에 있어서 향후 5년간 인권에 관한 기본적 계획이 되는 문서이다. 이런 계획을 세울 때 단순하게 사회복지 또는 사회안전에만 머물지 말고,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의 존엄성을 좀 더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인권정책은 사회적 취약계층이 아니라 사회의 권력으로부터 배제 받는 소수자를 위한 정책이 되어야 한다. 많은 고민과 숙고를 통해 좀 더 깊은 성찰이 담긴 제주특별자치도 인권기본계획을 기대해본다. / 신강협 제주평화인권연구소왓 상임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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