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에 찾은 중국인 소비패턴 변화
관덕정서 사진 촬영...동네 맛집 방문

최근 제주시 노형동의 한 족발 전문점에 중국인 관광객이 밀려들기 시작했다. 식당 주변의 외국인들은 저마다 스마트폰의 지도를 주시하며 길 찾기에 여념이 없었다.

인근에 위치한 버스정류장에는 여행용 가방(캐리어)을 이끈 관광객이 등장했다. 식사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가려는 중국인들이었다. 탑승 행렬은 늦은 밤까지 이어졌다.

제주시 원도심에 위치한 제주목 관아에는 최근 한복을 입은 중국인들의 발길이 부쩍 늘었다. 관덕정 바로 옆에 자리 잡은 한복대여점도 덩달아 기지개를 펴고 있다.

곱게 한복을 차려입은 외국인들은 제주목 관아의 전각인 연희각, 망경루 등 풍경을 배경으로 사진 촬영에 집중했다. 중국와 일본, 싱가포르 등 국적도 다양했다.

외국인들은 관아 건물은 물론 처마와 연못, 해송, 감귤나무 등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며 추억을 쌓았다. 최근에는 외국인 사진 촬영 전문가도 등장했다.

제주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제주목 관아를 찾은 관람객 수는 5만1150명으로 지난해 2만8498명과 비교해 갑절 가까이 늘었다. 이중 외국인이 1만1012명으로 21%를 차지했다.

이른바 K-팝과 K-드라마, K-푸드 등 한국 문화가 외국의 젊은층에서 인기를 끌면서 중국 MZ세대를 중심으로 제주 관광과 소비 흐름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과거에는 중산층 단체 관광인 ‘유커’와 면세점 대리 구매 보따리상인 ‘다이궁’, 큰손으로 불리는 외국인 카지노 관광객이 주를 이뤘지만 이제는 개별 관광으로 세대교체가 이뤄졌다.

1980년대 이후 출생한 중국 MZ 세대가 밀려들면서 면세점을 대신해 K-뷰티 화장품 전문점을 찾는 관광객이 늘었다. 족발과 함께 치킨과 동네 맛집에도 중국인이 몰려들고 있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은 최근 ‘중국 유커 유입과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응 전략 보고서’에서 중국인 관광객의 소비 변화로 소상공인들의 맞춤형 전략이 필요하다는 분석을 내놨다.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중국인 관광객의 소비 패턴은 MZ세대가 주도하고 있다. 체험 중심 여행으로 선호도가 바뀌고 모바일 페이를 통한 간편결제 중심 소비가 크게 늘었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은 “변화에 맞춰 중소·소상공인이 로컬 체험 중심의 관광상품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간편 결제 편의성을 높여 중국인들의 쇼핑을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방한 중국인 관광객 규모는 최대 349만 명으로 추산된다. 중국인 관광객 유입에 따른 잠재 소비 증가액은 최소 3조5000억 원에서 최대 6조9000억 원에 이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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