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제언] 고호성 교수, "노 대통령 언급 자치제도적 관점에서 봐야"

노무현 대통령이 특별자치도를 언급한 이후 제주지역 일부 학계와 언론계,그리고 행정내부에서 특별자치도가 1국2체제로 발전될 수 있는 개념으로 이야기되면서 상당한 혼란이 야기되고 있다. 이 글은 국가균형발전법에 따라 구성될 산업자원부의 지역혁신위원회의 연구를 담당할 '지역혁신연구회'에서 최근 발표된 제주대 고호성 교수(법정대)의 「'제주특별자치도' 구상의 정책론적 위상과 논점 구조」 전문을 특별자치도에 대한 논의를 확대를 위해 싣는다.<편집자 주>

지난 10월 31일 노무현 대통령이 제주를 방문하여 제주특별자치도'를 언급한 이후, 제주에서는 다시 '1국 2체제론'이 풍미하고 있다. 특히 도내 언론기관들과 제주도 핵심인사들도 중국의 '홍콩특별구'와 미국의 '주정부' 등을 비교모델로 설정하며, 1국 2체제론적 관점에서 '제주특별자치도' 개념을 이해하는 입장을 보여주고 있다.

도대체 이런 의미의 '1국 2체제론'이란 무엇이며, 그것이 실현 가능한 것인지, 만일에 실현 가능하다면 그것이 제주에 이익이 되는 것인지, 아니면 적어도 이런 개념이 '제주특별자치도'의 구체적 모델 설정에 도움은 되는 것인지 냉철하게 따져 볼 필요가 있다.

홍콩, 미국의 주정부를 비교모델로 삼는 '1국 2체제론'은 한 마디로 '연방제'를 말하는 것이다. 물론 '1국 2체제'라는 용어가 유래한 것으로 보이는 중국/홍콩 간의 '1국 兩制'는 '연방제'와 약간의 뉴앙스의 차이가 있다. 이 문제는 뒤에 다시 설명하겠지만, 어쨌든 홍콩/중국 간의 '1국 양제'도 실질적인 의미에서는 '연방제'임에 변함이 없다.

'1국 2체제' 개념이 좁은 의미의 '연방제' 개념과 같은가 다른가 하는 무익한 논쟁이 일어날지도 모르기 때문에, 논점을 좀더 분명히 해두고 싶다. 지금 제주에서 논의되고 있는 '1국 2체제'가 홍콩, 미국 주정부처럼 외교, 국방문제를 제외하고는 입법권, 사법권까지 포괄적으로 제주가 넘겨받는 식의 개념이라면, 그것은 '1국 2체제'라 부르든 '연방제'라 부르든 지방자치론적 개념을 넘어서는 국가형태론적 개념이다. 이것이 내가 주장하는 요점이다. 설명의 편의를 위하여 예를 들자면, 그런 '1국 2체제론'은 우리나라의 경우 아마도 남북한의 통일과정 쯤에서나 논의될 수 있는 개념이다.

당연히 '1국 2체제'의 도입을 위해서는 헌법을 개정하여야 한다. 헌법 개정은 대통령이라고 해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일이지만, 혹시 헌법이라고 고치지 못할 바 없지 않느냐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지도 모르기 때문에, 몇 가지 예시적인 언급을 해 두기로 한다.

" '1국2체제론'은 남북통일과정쯤에서나 논의될 수 있는 개념이다"

헌법을 고치는 것도 고치는 정도 나름이다. 제주에 '1국 2체제'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지방자치제도의 헌법적 근거인 헌법 제117조 제1항 "지방자치단체는 주민의 복리에 관한 사무를 처리하고 재산을 관리하며, 법령의 범위 안에서 자치에 관한 규정을 제정할 수 있다"는 조항을 손대는 정도로는 부족하다.

다양한 방법들이 있을 수 있지만, 예시적으로 말하자면, ① 헌법 제3조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는 조항 끝에 "제주도는 예외적인 영토로 한다"는 단서를 달거나, ② 헌법 제3조에 손대지 않는다면, 헌법 제40조 "입법권은 국회에 속한다", 헌법 제66조 제4항 "행정권은 대통령을 수반으로 하는 정부에 속한다", 헌법 제101조 제1항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는 각 조항의 끝에 "제주도는 예외로 한다"는 단서를 붙이는 정도의 개헌은 해야 1국 2체제가 가능하다. ③ 헌법 제1조 제1항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는 조항을 '대한민국은 민주연방공화국이다' 혹은 '대한민국은 민주1국2체제공화국이다'라고 고쳐야 될런지도 모른다.

헌법상의 몇 문장을 고치는 기술적인 측면만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사실은 헌법상의 몇 문장을 고치는 것 자체도 고도의 정치적 사안이지만, 어쨌든 헌법상의 몇 문장 같은 형식적이고 기술적인 관점에서 이야기하지 말고 실질적 관점에서 이야기하라면, 과연 지금 제주도 내에서 또는 대한민국 전체에서 제주도를 '1국 2체제' 수준으로 분리시키려는 정치적, 이념적 실체가 존재하고 있는지를 되묻고 싶다.

그런 정치적, 이념적 실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또 설령 그런 실체가 존재한다고 해도 전국민적 수긍을 얻지 못한다면, 대통령이라고 해도 그런 헌법 개정은 하지 못한다. 한 마디로 '1국 2체제론'은 허구인 것이다.

그리고 내가 아는 한, 노무현 대통령이 직접적으로 '1국 2체제'를 언급한 적은 없다. 대통령 후보 시절에 마음 속의 사견임을 전제로 해서 그런 언급을 했거나, 자치권 확대를 강조하기 위하여 비유적인 의미에서 그런 언급을 했을 수는 있지만, 대통령이라는 공적인 입장에서 직접적으로 이 개념을 언급한 사실은 알지 못한다.

"노 대통령의 발언은 국가형태론적 관점을 이야기 한 게 아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당선자 시절 제주를 방문하여 오히려 '자치시범도'라는 개념을 제시한 바가 있고, 지난 10월 방문에서는 좀더 진전된 '특별자치도'라는 개념을 언급하기는 했다. 그러나 보도된 대통령 발언 전문 어디에서도 '1국 2체제'라는 낱말은 찾아볼 수 없다. 보도된 발언 전문 중 관련된 부분은 다음과 같다.

"제주는 다른 도시보다 특별한 자기 방향이 있기 때문에 그 방향을 잡아야 한다. (제주도) 내부적으로 토론을 통해 결정하고, 결정된 것은 정부에 과감하게 던져주면 수용하겠다. 속도를 내려면 내부 의견 조율이 잘 돼야 한다.

특별히 유념해서 토론으로 자기 의견을 물러나서 양보할 줄도 알고, 그렇게 추진하면 중앙정부도 밀어드린다. 돈도 밀어드리고, 돈을 주는 방법을 하나하나 용도를 지정해 주지 않고 스스로 판단해 쓸 수 있도록 자율성의 방향으로 바꾼다.

특히 제주도에 대해서만 따로 말씀드린다. 제주도 스스로 자기발전 방향으로 스스로 추슬러 나가면 제 임기 안에 '제주도특별자치도'로 그렇게 한번 지원했으면 하는 생각을 갖고 있다. 이것이 무조건 이익을 가져다줄지는 모르겠다. 도민의 의견에 따라서 창의적인 방향 설정에 따라 중앙정부의 간섭을 배제할 수 있다. 된다 싶으면 집중 지원이 가능하다.

이것은 제주 발전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지방자치의 수준을 높이는 모델 케이스가 될 수 있다. 중앙정부와 협의하자. 권한을 대강 넘겨주는 수준이 아니라 세금을 따로 부과할 수 있고 깍아 줄 수도 있고, 그밖에 행정규제도 스스로 판단해 할 수 있도록 대폭적인 권한 이양을 하면서 '자치도'라는 이름을 가질 수 있을 만큼의 복안을 갖고 있다.

여러분이 방향을 잡아서 제안하면 힘껏 도와 드리겠다. 큰 건 하나 하자."

이상 어디에도 '1국 2체제'라는 표현은 없다. 내가 보기에는 한치의 흔들림도 없이 '국가형태론적 관점'이 아니라 '자치제도론적 관점'에서 이야기한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외교와 국방을 제외한 입법 사법권도 주겠다'는 확대 해석은 경계해야

물론 두 가지 부분이 주목된다. 하나는 인용된 부분의 세 번째 문단에서부터 제시되는 '특별도' 개념이다. 이것은 당선자 시절 제주를 방문하여 언급한 '시범도' 개념에서 한 단계 더 진전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시범도' 개념에는 다른 지역에 앞서서 자치권을 확대하고 이어서 이것을 전국적으로 보급하겠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지만, '특별도' 개념은 다른 지역보다는 더 많은 자치권을 부여하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하나는 "권한을 대강 넘겨주는 수준이 아니라 세금을 따로 부과할 수 있고 깍아줄 수도 있고, 그 밖에 행정규제도 스스로 판단해 할 수 있도록 대폭적인 권한 이양을 하면서 '자치도'라는 이름을 가질 수 있을 만큼의 복안을 갖고 있다"고 한 부분이다.

몇몇 언론에서 특히 이 부분을 강조하여, 외교, 국방을 제외한 행정, 조세권을 제주로 넘겨주겠다는 뜻이라 하기도 하고, 행간의 의미를 잘 살펴보면 홍콩, 미국의 주정부의 경우처럼 외교, 국방 영역을 제외한 입법, 사법권까지 넘겨주겠다는 뜻이라고 확대하기도 하고 있다.

나는 이러한 상황이 납득이 가지 않는다. 아마도 "세금을 따로 부과할 수도 있고 깍아줄 수도 있고, 그밖에 행정규제도 스스로 판단해서 할 수 있도록 대폭적인 권한 이양을 하면서"라는 부분이 제대로 이해되지 않고 있는 것 같다.

내가 보기에는 ① 대통령이 언급한 "따로 부과할 수도 있고 깍아 줄 수도 있는 세금"은 지방세로 보인다. 현행 체계에 의하면 지방세라고 할 지라도 지방자치단체가 마음대로 부과하거나 마음대로 깍아줄 수는 없고, 국가의 법률인 '지방세법'이 정한 틀 내에서만 부과할 수 있게 되어 있는데, 대통령이 언급한 내용은 제주도에 '지방세법'의 적용을 전면적으로 배제하겠다는 뜻이 아니라, 지방세법 내에서 몇몇 예외조항을 두어 제주의 경우 다른 지방자치단체보다는 좀 더 넓은 자율권을 주겠다는 뜻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② "스스로 판단해서 할 수 있는 그 밖의 행정규제"도 같은 논리적 구조다. 현행 체계에 의하면 지방자치단체라고 하더라도 주민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하는 규제행정권을 발동하려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국가의 법률이 정한 틀 내에서만 발동할 수 있다.

특히 현행 지방자치법 제15조 단서는 지방자치단체가 조례로서 "주민의 권리제한 또는 의무부과에 관한 사항이나 벌칙을 정할 때에는 법률의 위임이 있어야 한다"고 규정하여 반드시 국가 법률상의 근거가 있어야 한다는 점까지 명시하고 있다.

대통령은 지방자치법 제15조 단서의 적용을 제주의 경우 일부 배제하거나, 행정규제의 근거가 되고 있는 국가 법률상 몇몇 부분에 대해서 제주에 대해서는 특별히 적용을 배제할 수 있는 가능성을 암시하고 있는 것이다.

이상의 설명을 들으면서 그게 무슨 대통령이 말한 "대폭적인 권한 이양"이냐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지방세법까지는 아니라고 하더라도 헌법이나 지방자치법을 조금이라도 공부해 본 사람이라면, 그리고 우리나라 지방자치제도의 구조와 운용 실태를 실무적 수준에서 경험해 본 사람이라면, 앞에서 설명한 것과 같은 자치권한의 변화가 얼마나 엄청난 일인지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특히 법률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위에서 든 문제들이 "지방자치단체는 주민의 복리에 관한 사무를 처리하고 재산을 관리하며, 법령의 범위 안에서 자치에 관한 규정을 제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 헌법 제117조 제1항, 조세법률주의를 규정한 헌법 제59조, "국민의 자유와 권리는 법률로서 제한할 수 있다"고 규정한 헌법 제37조 제2항 등과의 관련 속에서 지방자치법 및 지방세법상 최대의 법률적 논쟁점들이다. (대통령은 변호사였음을 상기해 주시기 바란다.) 그리고 대통령이 같은 문장 말미에 "'자치도'라는 이름을 가질 수 있을 만큼의 복안을 갖고 있다"고 자치제도론적 개념을 다시 한번 언급하고 있는 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대통령의 마음속이야 알 수도 없고 알 필요도 없지만, 대통령은 제주도를 1국 2체제적으로 변경시키기 위하여 헌법을 개정하려는 의사를 전혀 언급한 적이 없다. 내가 보기에는 우리 지방자치권의 확대를 위하여 필수적이라고 생각되는 헌법 제117조 제1항의 '주민의 복리에 관한 사무'라는 개념에 대해서마저 개헌할 의지를 갖고 있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혁신 지방분권위원회에서 발표한 '지방분권 로드맵'에서도 헌법 개정 계획은 전혀 제시되지 않고 있다. 참고로 일본 헌법에서는 우리 헌법 제117조 제1항에 해당하는 규정이 "지방공공단체는 그 재산을 관리하고, 사무를 처리하고, 행정을 집행할 권한을 가지며, 법률의 범위 내에서 조례를 제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 '주민의 복리에 관한 사무'라는 한정이 명시되어 있지 않음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홍콩과 美 연방제는 제주특별자치도에 과연 유익한 모델인가?"

'복잡한 이야기 다 아무래도 좋다. 대통령과 관계가 있던 없던 제주는 1국 2체제로 간다.' 혹시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나는 그게 과연 제주 또는 제주지역의 주민들에 이익이 되는지 되묻고 싶다.

이 문제는 1국 2체제는 허구라고 주장하는 내가 먼저 설명할 필요는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설명이 꽤 복잡하기도 하고, 1국 2체제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먼저 그게 왜 제주에 이익이 되는지를 설명해야 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다만, 한 가지 거의 분리주의적 수준의 '1국 2체제'를 주장하면서, 동시에 중앙정부가 제주에 대해서만은 특별히 더 많은 재정적 지원을 행하라는 것은 너무나 분명한 논리적 모순이라는 점만은 지적해 두고 싶다.

'1국 2체제'를 정말로 믿고 있지는 않고, '제주특별자치도'의 자치권한이 파격적으로 부여되기를 바라는 뜻에서 그저 비유적으로 그런 이야기를 한다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점과 관련해서는 '제주특별자치도'의 비교모델로서 미국의 주정부나 홍콩의 사례를 검토하는 것이 과연 '제주특별자치도'의 구체적 모델을 구성하는데 유익하기는 한 것인지 하는 문제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앞에서 기본적 법리문제들을 간략하게 언급한 데서 보는 것처럼, 자치제도론적 시각에서 '제주특별자치도'의 구체적 모델을 설정하기 위해서는 매우 자세한 사항들에 대하여 법리적 문제 뿐 아니라 실제의 주민 삶에 미치는 실질적 효과 문제까지를, 다종다양한 행정영역들에 걸쳐 기술적인 수준에서 검토하는 어려운 과정을 거쳐야 한다. 한 마디로 매우 전문적인 검토가 필요한 것이다.

물론 전문적 지식이 전부는 아니고 전문가의 횡포가 있어서도 안된다. 그러나 이성(reason)의 문제와 의지(will)의 문제는 구분하여야 한다. 그 구분이 흔들리는 한계선상의 문제들도 없지는 않겠지만, 어쨌든 기본적 논의구조는 전문가들이 복잡한 문제들을 합리적으로 정리하여 가치판단이 필요한 쟁점들을 분명하게 밝혀 낸 후, 이러한 쟁점들에 대해서 주민들의 의지적 선택에 따르는 형태라야 진정으로 민주적인 의사결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1국2체제'논리의 홍콩과 연방정부로는 제주특별자치도를 설명하지 못한다"

중국정부/홍콩특별구, 미국 연방정부/주정부 간의 권한배분 문제는 사실 우리 중앙정부/지방자치단체 간의 권한배분 문제보다 훨씬 단순한 측면이 있다. 홍콩특별구, 미국 주정부의 권한과 책임은 포괄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홍콩특별구와 미국 주정부를 비교대상으로 하면서 '제주특별자치도' 모델을 설정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쉬운 일이다. 이런 상대적 간편성 때문에 '제주특별자치도'를 1국 2체제론적으로 파악하는 논리가 더 맹위를 떨치고 있지 않은가 생각해 보기도 한다. 그러나 홍콩특별구나 미국 주정부는 '제주특별자치도'와 워낙 다른 제도이기 때문에 유의미한 시사점을 줄 수가 없다.

미국 연방정부와 주정부 간의 권한배분 문제는 미국 독립전쟁과 연방헌법 성립 당시부터 이른바 연방주의자(federalist)와 반연방주의자(antifederalist) 간의 엄청난 대립을 초래한 문제다.

이 대립은 연방 성립 이후 미국의 정치과정을 지배한 기본적 구조가 되었다. 연방 성립 이후 지금에 이르기까지 미국의 헌정사 전체를 바로 이 연방주의자와 반연방주의자의 대립 구도로 설명하기도 한다.

연방주의자와 반연방주의자의 대립 구도는 워낙 다양한 문제들에 걸쳐 있어서, 한 두 마디로 정리하는 것은 잘못이다. 그러나 연방주의자들은 주정부들을 통합하고 대외적으로 미국을 대표하는 일정한 권한과 책임을 연방정부에 부여하여 '연방국가'(federation)이긴 하지만 하나의 국가를 지향한 데 비해서, 반연방주의자들은 하나의 국가 지향에 반대하며 사실상의 독립국가인 주정부들의 느슨한 연합, 이른바 '국가연합'(confederation) 정도를 주장하고 있었다고 정리해도, 너무 단순화한 것이긴 하지만 큰 잘못은 없을 듯이 보인다.

여기에서 말하는 '국가연합' 개념이 좀 생소할 수도 있는데, '국가연합'에 해당하는 것들은 그 연합 정도에 차이가 매우 커서 일반적 모형을 정립하는 것이 의미가 있을지 의심스러울 정도이지만, 지금 보여지는 형태로는 구소련 해체 후의 '독립국가연합(CIS)'이나 '동남아국가연합(ASEAN)' 등을 염두에 두면서 그 중간쯤에 해당하는 것으로 생각해도 좋을 것이다.

어쨌든 이상의 설명은 미국의 국가형태 성립과정이 그 만큼 고도의 정치문제였다는 점을 말하기 위한 것이다. 주된 관심사인 미국의 연방정부/주정부 간의 권한배분 관계를 요약하면, 외교 국방을 제외한 나머지 영역에 있어서는 주정부의 권한이 포괄적인 것이고 연방정부는 주와 주 사이의 통상문제 등 헌법상 근거가 있는 예외적인 문제에 대해서만 권한을 갖는다는 것이 기본구성이다.

연방헌법 성립 후 오랜 과정을 거치면서 사실상 연방권한이 상당히 넓어져 연방정부와 주정부 사이의 권한범위, 이른바 관할권(jurisdiction) 문제는 이제 나름대로 상당히 복잡해져 있다. 다만 미국의 주정부 관할사항과 연방정부 관할사항은 서로 중첩되어 상하관계를 이루는 것이 아니라 각각 별개로 분리되어 나누어져 있다는 점만 지적해 두면 여기에서는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특별자치도'의 구체적 모델구성에 더 유익한 시사점을 줄 수 있는 미국의 제도는, 주정부와 city, county 등과 같은 자치단체 사이의 권한배분관계라고 말할 수 있다.

" '1국2체제론'의 허구성을 벗어 던지자"

영국령이었던 홍콩이 중국에 반환되는 과정은 우리가 실제로 목격한 사항이므로 이에 대한 자세한 검토는 피해도 좋을 것으로 생각한다. 다만, 반환과정에서 중국이 홍콩을 주권적 존재로 인정하여 연방국가적 구성을 할 필연성도 없었지만, 만일 그렇게 해야 했다면 중국의 대내외적 관계에서 매우 복잡한 문제들이 발생했을 것이라는 점은 유념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어쨌든 홍콩의 자본주의체제와 중국 본토의 사회주의체제는 워낙 이질적인 것이기 때문에 중국은 홍콩에 연방국가의 주정부보다도 더욱 포괄적인 관할권, 말하자면 외교, 국방 영역을 제외한 거의 모든 영역에 대한 관할권을 인정하였다.

이것은 두 개의 이질적인 체제의 결합, 더구나 중국이 홍콩의 경제적 능력을 유지하고 싶어했기 때문에 이루어진 매우 특수한 상황이다. 우리나라 중앙정부와 제주의 관계에 적용할 수 있는 사례가 아니다.

이상의 논의는 '제주특별자치도' 개념 자체가 부당하다는 것을 주장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제주특별자치도' 구상은, 홍콩, 미국의 주정부 등과 비교하면서 1국 2체제론 내지 국가형태론적으로 파악하는 허구적 구성을 벗어 던진다면 매우 유익한 정책개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렇다면 '제주특별자치도' 개념은 어떻게 구성해 나가야 할 것인가. 물론 논의의 초점은, 우리나라 지방자치제도상 제주의 '특별성'의 내용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 그리고 거기에 내재하는 논쟁점들은 무엇인가 하는 점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에 앞서 '제주특별자치도' 구상의 정책론적 의미나 한계 문제를 먼저 검토하여야 논의가 더욱 실질적인 것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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