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사무감사] 김대진 “사실상 발달장애인 제외한 시험 조건, 교육감 최초 의도 어긋나”

“제주도교육청이 이렇게 장애인예술단 운영한다면 하지 말아야합니다. 단원 모집 공고 내리세요.”

김광수 제주도교육감의 강력한 의지를 반영해 첫 발을 뗀 제주도교육청(이하 교육청) 장애인예술단이 반쪽짜리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교육감이 ‘중증장애인에게 기회를 주기 위한 목적’으로 운영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혔음에도, 정작 단원 채용 계획에서는 발달장애인이 사실상 참여하기 힘든 조건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장애인예술단 추진을 적극 지지했던 제주도의회마저 “가만히 두고보지 않겠다”, “예산 삭감도 불사하겠다”며 강력한 견제에 나섰다.

12일 열린 2023 교육청 행정사무감사에서 김대진 도의원(오른쪽)은 첫 질의에서 장애인예술단 문제를 지적했다. / 사진=제주도의회 생중계 갈무리
12일 열린 2023 교육청 행정사무감사에서 김대진 도의원(오른쪽)은 첫 질의에서 장애인예술단 문제를 지적했다. / 사진=제주도의회 생중계 갈무리

12일 열린 2023년도 제주도교육청 행정사무감사에서 김대진 의원(더불어민주당, 동홍동)은 첫 질의로 장애인예술단 문제를 지적했다.

김대진 의원은 지난 5월 14일 교육행정질문에서 교육감과 장애인예술단 창설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당시 장애인과 장애인 가정이 겪는 고통에 공감하며 서로 눈물을 흘렸고, 이 장면은 전국적으로 화제를 모았다. (관련 기사 : 마주보고 눈물 흘린 교육감과 도의원...김광수 “교육청, 장애인예술단 신설·직영” 공언) 김대진 의원은 교육행정질문 뿐만 아니라 교육청 장애인예술단 운영을 위한 간담회도 개최하는 등 평소 장애 분야에 각별한 관심을 보여온 바 있다.

이후 교육청은 장애인예술단 초대 지휘자로 한국관악협회 제주도지회 이정석 지회장을 6월 12일 임용했다. 10월 5일에는 단원 채용 계획을 공고하며 밑그림을 공개했다. 채용 예정 인원은 10명이며 현악기, 목관악기, 금관악기, 타악기 피아노 등 5개 악기별로 모집한다. 신분은 기간제근로자로 임기는 2년이다. 그러나 단원 채용 계획에는 다소 석연치 않은 점들이 눈에 띈다.

조직 명칭이 ‘장애인예술단’이 아닌 ‘장애인오케스트라’로 바뀌었다. 무엇보다 응시 자격이 논란의 핵심이다. 공고문에 명시된 장애인오케스트라 응시 자격은 장애인복지법에 의한 등록장애인으로 ‘장애의 종류, 기준, 장애정도 제한 없음’이다. 지체 장애인부터 발달 장애인까지 모두 같은 조건에서 평가받는 셈이다.

시험 방법은 고개를 더 갸웃거리게 만든다. 1차 시험은 지정곡, 2차 시험은 자유곡 평가다. 자유곡 평가 조건을 보면 ‘소나타 또는 콘체르토 곡으로 빠른 악장, 단악장’으로 내걸었다. 김대진 의원은 자유곡 평가 조건에 대해 “제주대학교 음악학과 모 교수님께 제가 직접 장애인예술단 자유곡 시험에 대해 물어보니, 일반인 고등학교 3학년 학생도 쉽지 않은 곡이라고 하더라. 이걸 발달장애인에게 하라는 말이냐”고 성토했다.

결국 응시 자격, 시험 방법 모두를 발달 장애인에게 극히 불리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제주도교육청 누리집에 올라온 장애인오케스트라 단원 채용 공모. / 사진=제주도교육청 누리집
제주도교육청 누리집에 올라온 장애인오케스트라 단원 채용 공모. / 사진=제주도교육청 누리집
장애인오케스트라 단원의 조건(노란색) / 사진=제주도교육청 누리집
장애인오케스트라 단원의 조건(노란색) / 사진=제주도교육청 누리집

아이러니한 점은 김광수 교육감은 장애인예술단을 중증장애인을 위해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김광수 교육감은 지난 5월 교육행정질문 이후 모 언론사와의 인터뷰 기사에서 “장애인예술단을 무슨 재정적인 투자사업으로 하는 게 아니다. 장애인들, 특히 중증 장애인들의 일자리 창출 차원과 아이들에게 장애인에 대한 인식개선을 위해, 그리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눈높이를 맞추는 차원에서 준비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최종 정책 결정권자의 최초 구상은 ‘중증장애인을 위한 예술단’이었으나, 실무 과정을 거친 안은 ‘중증장애인을 배제한 예술단’으로 바뀌었다는 오해를 불러 일으키는 이유다.

김대진 의원은 이 같은 사실을 조목조목 언급하며 교육청에 분개했다. 오순문 부교육감, 강동선 행정국장, 김형조 총무과장에게 일일이 질문하며 장애인예술단의 운영 의지를 물었다.

그러면서 실무 책임자인 김형조 총무과장을 발언대로 불러 세우며 “응시 자격에 장애 정도 제한이 없다면 경증 장애인들이 모두 합격할 것 아니냐. 발달장애인들이 예술단 시험에서 경쟁할 수 있겠느냐”면서 “제가 장애인예술단을 다룬 5월 교육행정질문에서도 분명히 발달장애라고 말했고, 교육감도 중증장애라고 이야기했다. 이런 의도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김형조 과장은 “장애인예술단 준비 과정에서 여러 가지 컨설팅을 많이 받고 업무 협의도 많이 했다”고 해명하자, 김대진 의원은 “과장님은 장애인 예술단 공연 본 적이 있느냐”고 물었고 김형조 과장은 “실무자가 대신 봤다”고 말했다.

목소리가 더 높아진 김대진 의원은 “과정이 너무 잘못됐다. 장애인예술단원 모집 공고를 내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장애인예술단을 만들겠다면서 발달장애가 어떤 장애인지도 모르고, 그 장애인들이 뭘 할수 있을지도 모르는 게 말이 되느냐”고 일갈했다. 

김대진 의원은 “지금 이대로 단원을 모집할 것이냐”고 물으며 “의도가 판이하게 달라졌는데 이걸 인정할 수 있겠느냐. 내년 장애인예술단 예산을 다 잘라야 하냐. 다시 고민하라”고 엄포를 놨다.

김형조 과장에 이어 발언대에 선 강동선 행정국장은 “의원님들의 도움을 들어 필요한 조례를 준비하겠다”고 수습에 나섰다.

한편, 교육청은 [제주의소리]와의 통화에서 “장애인예술단 구성·운영 추진을 위한 전문가 그룹(자문위원)을 지난 1월 꾸리고 6차까지 회의를 거쳐 예술단 전반에 걸쳐 자문을 구했다. 이후 교육청 내 인력 채용 부서와 장애인고용공단과도 논의하며 현재 오케스트라 단원 채용 조건을 확정지었다”고 설명했다.

발달장애인에게 불리한 시험 조건에 대해서는 “세종시는 ‘중증장애인 진로 확대를 위한 일자리 사업 조례’가 있어서 최초 예술단원 모집부터 발달장애인을 배려했다. 그러나 제주는 이런 면에서 채용 조건을 특정할 법적 근거가 없어 고민 끝에 장애 정도를 제한하지 않았다. 교육감에게도 제도적 미비점을 보고했다”고 덧붙였다.

사업 운영의 키(key)를 쥔 도의회가 예산 삭감까지 언급하며 장애인예술단 방향을 본래대로 수정하라고 요구하면서, 향후 교육청의 대응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장애인오케스트라 단원 채용 응모는 18일 마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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