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소리 독자와 함께하는 [독자의소리]입니다.
제주도민 고경민씨(가명)는 지난 9일 아침 집에서 나와 황당한 광경을 목격했습니다. 주차장에는 벽돌과 시멘트 가루가 이리저리 날려있고, 옆집과 경계선에 있는 돌담은 누군가 무너뜨린 듯 이가 빠진 모습이었습니다.
지난밤 사이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CCTV를 돌려본 경민씨는 분노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사건은 전날인 8일 자정께 발생했습니다.
의문의 차량이 경민씨 집 앞에 멈추더니, 이윽고 운전석에서 한 남성이 내립니다. 남성은 조수석을 열어 한가득 찬 마대를 꺼내더니 돌담 넘어 옆집 밭으로 쓰레기를 탈탈 붓기 시작합니다.
그의 만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뒤이어 차량 뒷좌석에 있던 마대까지 총 4자루를 옆집 밭으로 무단 투기한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무게를 이기지 못한 담장 돌 일부가 밭으로 함께 굴러떨어지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야심한 밤 5분간 쓰레기 투기를 마친 남성은 다시 차를 몰고 유유히 사라졌습니다.
남성이 쓰레기를 버린 밭에는 식칼부터 화분, 전복 껍데기, 플라스틱 등 온갖 폐기물이 가득했습니다.
하지만 범인의 흔적은 남기 마련. CCTV에는 남성이 타고 온 차량 번호판이 선명히 찍혀있었습니다.
이에 경민씨는 CCTV 영상을 들고 동주민센터와 경찰서를 찾았습니다.
먼저 동주민센터에서는 쓰레기 무단 투기죄가 성립한다며 폐기물관리법에 따른 과태료 50만원을 부과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경찰서에서는 ‘쓰레기를 버리던 중 돌담이 훼손된 것이기에 고의성이 없어 재물손괴죄로 인한 형사처벌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민사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접수를 만류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경민씨는 “수㎏의 무거운 마대를 돌담에 올린 점, 돌담이 무너졌음에도 계속해서 쓰레기를 투기한 점 등 미필적고의로 인한 재물손괴로 볼 수 있었음에도, 경찰은 제대로 된 수사 없이 민원인을 돌려보낸 것”이라고 볼멘 소리를 했습니다.
그러면서 같은 피해가 반복되지 않도록 [제주의소리]에 제보하게 됐다고 자초지종을 설명했습니다.
한편, 경민씨가 범인을 수소문한다는 소식을 들은 남성은 지난 15일 밤 제발로 현장에 찾아왔습니다.
남성은 경민씨에게 ‘잘못인 걸 알면서도 쓰레기를 버렸다’며 일방적인 용서를 구했다고 합니다.
경민씨는 “쓰레기와 함께 양심을 내다 버린 행동에 기가 찰 노릇”이라며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계도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경범죄에 해당하는 쓰레기 무단 투기는 우리 사회의 비일비재한 문제이기도 합니다. 쉽게 내다 버린 쓰레기에 양심을 저버리는 부끄러운 일. 더 이상은 없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