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오후 11시50분께 제주시 내 한 주택가에서 쓰레기를 무단 투기하는 남성.ⓒ제주의소리
지난 8일 오후 11시50분께 제주시 내 한 주택가에서 쓰레기를 무단 투기하는 남성.ⓒ제주의소리

제주의소리 독자와 함께하는 [독자의소리]입니다.

제주도민 고경민씨(가명)는 지난 9일 아침 집에서 나와 황당한 광경을 목격했습니다. 주차장에는 벽돌과 시멘트 가루가 이리저리 날려있고, 옆집과 경계선에 있는 돌담은 누군가 무너뜨린 듯 이가 빠진 모습이었습니다.

지난밤 사이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CCTV를 돌려본 경민씨는 분노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사건은 전날인 8일 자정께 발생했습니다.

의문의 차량이 경민씨 집 앞에 멈추더니, 이윽고 운전석에서 한 남성이 내립니다. 남성은 조수석을 열어 한가득 찬 마대를 꺼내더니 돌담 넘어 옆집 밭으로 쓰레기를 탈탈 붓기 시작합니다.

그의 만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뒤이어 차량 뒷좌석에 있던 마대까지 총 4자루를 옆집 밭으로 무단 투기한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무게를 이기지 못한 담장 돌 일부가 밭으로 함께 굴러떨어지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야심한 밤 5분간 쓰레기 투기를 마친 남성은 다시 차를 몰고 유유히 사라졌습니다.

남성이 쓰레기를 버린 밭에는 식칼부터 화분, 전복 껍데기, 플라스틱 등 온갖 폐기물이 가득했습니다.

하지만 범인의 흔적은 남기 마련. CCTV에는 남성이 타고 온 차량 번호판이 선명히 찍혀있었습니다.

지난 8일 오후 11시50분께 제주시 내 한 주택가에서 쓰레기를 무단 투기하는 남성.ⓒ제주의소리<br>
지난 8일 오후 11시50분께 제주시 내 한 주택가에서 쓰레기를 무단 투기하는 남성.ⓒ제주의소리

이에 경민씨는 CCTV 영상을 들고 동주민센터와 경찰서를 찾았습니다.

먼저 동주민센터에서는 쓰레기 무단 투기죄가 성립한다며 폐기물관리법에 따른 과태료 50만원을 부과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경찰서에서는 ‘쓰레기를 버리던 중 돌담이 훼손된 것이기에 고의성이 없어 재물손괴죄로 인한 형사처벌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민사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접수를 만류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경민씨는 “수㎏의 무거운 마대를 돌담에 올린 점, 돌담이 무너졌음에도 계속해서 쓰레기를 투기한 점 등 미필적고의로 인한 재물손괴로 볼 수 있었음에도, 경찰은 제대로 된 수사 없이 민원인을 돌려보낸 것”이라고 볼멘 소리를 했습니다.

그러면서 같은 피해가 반복되지 않도록 [제주의소리]에 제보하게 됐다고 자초지종을 설명했습니다.

고경민씨(가명)의 자택 돌담 일부가 허물어져버린 모습.&nbsp;ⓒ제주의소리
고경민씨(가명)의 자택 돌담 일부가 허물어져버린 모습. ⓒ제주의소리
돌담 너머 옆집 밭에 투기된 생활쓰레기. ⓒ제주의소리
돌담 너머 옆집 밭에 투기된 생활쓰레기. ⓒ제주의소리

한편, 경민씨가 범인을 수소문한다는 소식을 들은 남성은 지난 15일 밤 제발로 현장에 찾아왔습니다.

남성은 경민씨에게 ‘잘못인 걸 알면서도 쓰레기를 버렸다’며 일방적인 용서를 구했다고 합니다.

경민씨는 “쓰레기와 함께 양심을 내다 버린 행동에 기가 찰 노릇”이라며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계도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경범죄에 해당하는 쓰레기 무단 투기는 우리 사회의 비일비재한 문제이기도 합니다. 쉽게 내다 버린 쓰레기에 양심을 저버리는 부끄러운 일. 더 이상은 없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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