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JDC 대학생 아카데미] <순이삼춘> 소설가 현기영
“역사를 잊으면 비극 되풀이되기 마련…가볍게 풀어내야”

17일 JDC 대학생 아카데미에서 소설가 현기영 작가가 ‘청문현답(靑問玄答) 제주도우다’를 주제로 이야기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17일 JDC 대학생 아카데미에서 소설가 현기영 작가가 ‘청문현답(靑問玄答) 제주도우다’를 주제로 이야기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제주의 아름다운 풍광 속에는 무고한 3만명이 희생당한 그늘이 있습니다. 이제는 여러분의 방식대로, 춤추고 노래하며 4.3의 영령을 위로하길 바라요.”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가 주최하고 제주의소리, 제주대학교가 공동주관하는 ‘JDC 대학생 아카데미’ 2023학년도 2학기 다섯 번째 강연이 17일 오후 2시 제주대 아라컨벤션홀에서 열렸다.

이번 강연에는 소설가 현기영 작가가 무대에 올라 ‘청문현답(靑問玄答) 제주도우다’를 주제로 강연을 펼쳤다.

현 작가는 4.3을 입 밖으로 내는 게 금기시됐던 군부독재 시절, 민간인들이 학살된 4.3의 진실을 담은 <순이 삼촌>을 발표하면서 제주 4.3의 비극을 알렸다. 최근에는 제주와 한반도 현대사의 뿌리가 담긴 필생의 역작 <제주도우다>를 펴내 독자들과 만나고 있다.

이날 현 작가는 제주대 학생들을 찾아 현대사 최대 비극 4.3의 역사를 기억해 달라고 수차례 강조했다.

현 작가는 “제주는 세계적인 아름다운 풍광으로 이름이 나 있다. 하지만 천지연폭포와 성산일출봉, 함덕해수욕장의 푸른 아름다움에는 떼죽음의 장소였다는 그늘이 있다”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 가장 처절한 고통을 당했던 곳”이라고 고향을 표현했다.

이어 “제주는 탐라국이 고려로 편입된 이후 조선에 이르기까지 수백 년 동안 중앙으로부터 차별받고 수탈당했다”며 “이를 견디지 못할 때마다 제주인은 똘똘 뭉쳐 항쟁해 왔다. 이 항쟁의 연결선으로 1948년 4월3일 무장 항쟁이 일어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가 주최하고 제주의소리, 제주대학교가 공동주관하는 ‘JDC 대학생 아카데미’ 2023학년도 2학기 다섯 번째 강연이&nbsp;17일 오후 2시 제주대 아라컨벤션홀에서 열렸다. ⓒ제주의소리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가 주최하고 제주의소리, 제주대학교가 공동주관하는 ‘JDC 대학생 아카데미’ 2023학년도 2학기 다섯 번째 강연이 17일 오후 2시 제주대 아라컨벤션홀에서 열렸다. ⓒ제주의소리

그러면서 4.3에 대한 관심이 꺼져가고 있는 문제를 짚었다.

현 작가는 “여러분이 제주 출신이고, 제주에서 공부하고 있다면 제주도가 어떤 곳인지를 먼저 알아야 한다”며 “제주의 청년이 육지의 청년보다 4.3에 대한 이해가 짧다는 것은 두고두고 반성해야 할 문제”라고 평가했다.

또 “3만명이 죽었다는 것과 ‘무고한’ 3만명이 희생됐다는 것은 4.3에 대한 연민을 느끼고 공감한다는 것에 큰 차이가 있다”며 “4.3에 대한 이해가 없기에 인구 30%가 여전히 제주 4.3을 공산 폭동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더불어 “‘4.3은 김일성 지시에 따른 공산 폭동’이라고 망발한 태영호 국회의원은 역사적으로 기록된 사실을 겁도 없이 부정했다”며 “여기서 4.3을 계속해서 폄훼하고 부정하는 30%가 태 의원을 부추긴 셈”이라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4.3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면 태 의원의 주장을 비판적으로 수용하기 어렵다”며 “이럴 때 여러분은 논리적으로 폄훼 세력에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17일 JDC 대학생 아카데미에서 소설가 현기영 작가가 ‘청문현답(靑問玄答) 제주도우다’를 주제로 이야기하고 있다.ⓒ제주의소리
17일 JDC 대학생 아카데미에서 소설가 현기영 작가가 ‘청문현답(靑問玄答) 제주도우다’를 주제로 이야기하고 있다.ⓒ제주의소리

4.3의 역사를 잊어서는 안 되는 이유도 일깨워 줬다.

현 작가는 “개인은 자신이 저지른 실수, 잘못을 두고두고 기억하지만, 집단은 이를 잘 망각한다. 그 때문에 집단을 좌지우지하는 것이 중요한데, 집단을 다스리는 정부에 의해 때때로 역사가 왜곡될 수 있다”며 “결국 4.3을 잊어버린다는 것은 똑같은 비극이 되풀이할 수 있다는 것과 같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여러분은 당시 태어나지도 않았지만 그럼에도 기억해야 한다. 4.3의 모든 내막을 알긴 어려워도 어느 정도의 진상을 알고선 떳떳하게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마지막으로 “무겁게만 느껴질 수 있는 4.3을 이제는 가볍게 풀어내야 할 때”라며 “4.3 추념일에도 여러분의 방식대로 춤추면서 역동적으로 영령을 위로해 달라”고 당부했다.

JDC 대학생아카데미 강의 영상은 <제주의소리TV>를 통해 VOD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어 강연장에 가지 못해도 언제 어디서나 시청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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