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참여형 혁신 모델 보여준 제주지역문제해결플랫폼

제주지역문제해결플랫폼을 통해 제주지역 곳곳에 설치된 우유팩 수거함. ⓒ제주의소리
제주지역문제해결플랫폼을 통해 제주지역 곳곳에 설치된 우유팩 수거함. ⓒ제주의소리

제주에서는 지금 우유팩을 재활용하는 실험이 진행 중이다. ‘일회용품을 어떻게 줄일 수 있을까’에서 시작된 고민은 우유팩 별도 수거 체계를 마련하고, 우유팩 업사이클링 상품 개발하는 과정으로 이어지고 있다. 제주지역문제해결플랫폼이라는 새로운 협업 시스템을 통한 가능해진 모습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매년 7만 톤 가량의 우유팩이 소비되지만 재활용률은 15.7% 수준에 머물고 있다. 종이팩으로 별도 배출해야 하는데 이를 아는 사람이 많지 않다. 종이팩의 원료는 고급 화장지나 미용티슈를 만들 수 있는 천연펄프로 100%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우유팩의 재활용률을 끌어올릴수록 수입 비용을 절약은 물론 불필요한 나무 벌목도 줄일 수 있다.

작년 제주시 구좌읍 세화리 카페거리를 비롯해 제주 곳곳에 우유팩 수거함이 30개가 배치됐다. SNS를 통해 참여 카페를 모집해 최종 51곳이 동참했다. 

이렇게 모은 우유팩 총량이 1900kg가 훌쩍 넘는다. 이는 나무 160그루 가량을 심은 효과로, 화장지 30개들이 팩 64개를 생산하는 정도의 효과를 거둔 것이다.

연결과 협력의 과정도 빛이 났다. 제주한라대 LIN3.0사업단이 우유팩 수거함 디자인을 맡았고 한국농어촌공사 제주지역본부와 공무원연금공단, 제주은행이 예산을 뒷받침했다. 세화마을협동조합과 논의를 통해 세화리를 우유팩 특화거리로 선정해 15개의 수거함이 마을에 설치됐다.

다양한 개인, 기관, 단체가 협업한 우유팩 재활용 프로젝트가 지금 제주에서 진행 중이다. 우유팩 분리수거로 시작된 움직임은 이제 독자적인 처리체계를 만드는 과정으로 나아가고 있다. ⓒ제주의소리
다양한 개인, 기관, 단체가 협업한 우유팩 재활용 프로젝트가 지금 제주에서 진행 중이다. 우유팩 분리수거로 시작된 움직임은 이제 독자적인 처리체계를 만드는 과정으로 나아가고 있다. ⓒ제주의소리

우유팩 수거는 환경부의 노인일자리 시범사업과 연계해 제주시니어클럽과 협업했다. 이들은 혼합 배출 여부를 확인하고 종류별로 우유팩을 분류하고, 세척, 건조, 자르는 역할까지 맡았는데 총 30개의 노인일자리를 창출했다. 제주우유는 포토존 상징물 제작을 위해 우유팩 1000여개를 기증했다.

해양쓰레기 수거캠페인을 진행하는 청년그룹 디프다제주는 분리배출에 대한 중요성을 어린이들에게 즐겁게 설명해주는 지구팩 운동회를 열었다. 제주청년들이 만든 로컬 브랜드 인더노우는 캠페인 취지를 전달하는 참여형 게임을 진행했다.

첫해 협력을 통한 변화의 가능성을 확인한 이들은 다음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 우유팩을 수거해도 제주도내에서는 직접 처리할 수 있는 시설이 없어 도외로 반출되는 현실에 문제의식이 커진 것. 제주지역 내 자체적인 자원순환체계 구축을 2023년의 목표로 삼게 됐다. 

현재 우유팩 수거는 제주YWCA와 제주동뜨락협동조합이 맡고, 제주스타트업협회가 상품 개발을 지원하기로 했다. 제주대와 제주한라대 LINC3.0사업단은 이 우유팩 프로젝트를 창의적인 문제해결과 제품, 서비스 개발을 목표로 하는 캡스톤 디자인 수업과 연계하기로 했다. 제주은행과 제주에너지공사는 예산 지원을, 제주도자원봉사센터는 봉사포인트 연계를 통해 참가자들에게 동기를 제공하기로 했다. 제주우유는 우유팩에 관련 광고를 삽입하고 캡스톤 수업을 지원하기로 했다. 협업의 결과물은 12월에 열릴 성과보고회에서 확인할 수 있다.

다양한 개인, 기관, 단체가 협업한 우유팩 재활용 프로젝트는 환경문제의 중요성을 알리는 교육의 장 역할도 수행한다. ⓒ제주의소리
다양한 개인, 기관, 단체가 협업한 우유팩 재활용 프로젝트는 환경문제의 중요성을 알리는 교육의 장 역할도 수행한다. ⓒ제주의소리

제주지역문제해결플랫폼에서는 건강한 변화를 만들기 위한 의제들이 이어지고 있다.

‘유기동물 없는 섬, 상생 제주 만들기’ 프로젝트를 통해 제주도민과 유기동물 매칭 임시보험 프로그램이 진행 중이다. 3개월간의 임시보호를 통해 동물들은 사회화 훈련을 받으며 입양 전까지 포근한 기다림의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 반려동물과 함께하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선뜻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지 못했던 이들에게도 좋은 기회다. 

해외 이주가족의 지역사회 안정적인 정착을 위한 프로그램도 있다. 제주에 중도입국한 학생들의 경우 적응이 쉽지 않은데 이들을 위한 도우미를 양성해 언어장벽 해소와 적응에 도움을 주고 있다.

주민참여형 원도심 공공디자인 프로젝트도 진행되고 있다. 자동차 중심의 골목길에 안전한 통학로와 주민들의 휴식 공간을 조성하는 프로젝트는 현재 주민설명회와 워크숍을 앞두고 있다.

우도의 다양한 문화프로그램과 로컬브랜딩을 발굴하는 연구, 청년 1인 가구의 사회안전망 강화를 위한 커뮤니티 구축, 쓰레기가 발생하지 않는 축제 실험을 위해 설거지 원정대를 꾸리고 실제 제로웨이스트 축제를 실행하는 감탄장 프로젝트도 있다.

이 모든 과정에는 지역의 기업, 전문가, 학자, 건축가, 공공기관, 중간지원조직, 기획자 그룹 등 다양한 개인, 단체, 기관들이 함께 했다. 지역의 문제를 시민들이 발벗고 나서 협업하면서 조금씩 대안을 찾아가고 있는 과정이다. 다양한 주체들이 서로 협력하고 성취하는 경험을 공유하면서 지역사회의 신뢰를 높여간다는 의미가 있다.

김일두 제주지역문제해결플랫폼 사무국장은 “올해는 SNS 온라인 이벤트, 문제의식을 가진 분들과의 만남 등을 통해 총 214개의 예비 의제를 발굴했고 원탁회의를 진행해 올해의 의제를 최종 선정했다”며 “사실상 모든 의제가 도민들의 참여로 완성된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사무국장은 “지역 사회의 문제들이 점점 다양해지고 복잡해지면서 하나의 방식이나 방법으로는 해결하기가 어렵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며 “민, 관, 공이 협력해서 다양한 방법을 통해 지역의 문제를 해결해보는 새로운 방식의 시스템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지역문제해결플랫폼은?

지역문제해결플랫폼은 행정안전부에서 2019년부터 시작한 지역 혁신 사업으로 전국 11개 시도에서 운영중이다. 이 플랫폼은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는 중간지원조직의 역할을 수행한다.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바로 ‘협력’이다. 주민들이 지역의 문제들을 찾아내면, 지역에 있는 기관과 기업, 지자체가 함께 문제들을 해결하는 방식이다. 좀 더 살기 좋은 제주를 만들기 위해서 도민들이 ‘이 문제를 해결해보면 좋겠다’고 의견을 주면, 그 의견들 중에서 올해의 의제를 선정하고, 지역에 있는 기관이나 기업, 지자체가 그 의제 해결을 위해 함께 고민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다양한 역할로 참여시키는 구심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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