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길웅의 借古述今] (349) 그 아버지에 그 아들, 그 어머니에 그 딸

차고술금(借古述今), 옛것을 빌려 지금을 말한다. 과거가 없으면 현재가 없고, 현재가 없으면 미래 또한 없지 않은가. 옛 선조들의 차고술금의 지혜를 제주어와 제주속담에서 찾는다.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MZ세대들도 고개를 절로 끄덕일 지혜가 담겼다. 교육자 출신의 문필가 동보 김길웅 선생의 글을 통해 평범한 일상에 깃든 차고술금과 촌철살인을 제주어로 함께 느껴보시기 바란다. / 편집자 글


*아방 : 아버지
*어멍 : 어머니

아들은 그 아버지를 닮고, 딸은 그 어머니를 닮는다. 붕어빵처럼 닮았다는 게 바로 이 대목에서 나온 비유다. 사진=pixabay.
아들은 그 아버지를 닮고, 딸은 그 어머니를 닮는다. 붕어빵처럼 닮았다는 게 바로 이 대목에서 나온 비유다. 사진=pixabay.

자식은 부모의 피를 물려받게 마련이다. 그것이 바로 집안의 혈통이란 것이다. 강보에 싸인 간난이를 놓고 아빠 엄마를 닮았네, 그 중에도 오뚝한 코가 영락없이 닮았네, 큰 입이 닮았네 어쩌네 성급하게 얘기들을 주고 받는 게 출산 뒤의 풍속이다.

출산은 경사 중의 경사라 좋게 말에 말을 잇대는 것이다. 

실은 걱정할 것 하나도 없는 일익, 판에 찍듯이 박아 놓은 일이다. 아들은 그 아버지를 닮고, 딸은 그 어머니를 닮는다.

붕어빵처럼 닮았다는 게 바로 이 대목에서 나온 비유다.

실제로(유전학적 근거도 있지만),  아들은 아버지를 닮고, 그 딸은 어머니를 닮는다고 속설로도 전해 온다. 거기에 더해 얼굴이며 체형만 아니다. 목소리며 성격이며 마음 씀씀이에서 온갖 행동거지에 이르기까지 닮는다. 

커갈수록 더 닮아간다. 심지어는 손짓이며 발짓. 이를 드러내어 웃는 모습까지 닮다며 신기한 일이라고 박장대소(拍掌大笑)한다.

하지만 신기할 것 하나도 없다. 피를 물려받았기 때문이다. 

이 틀림없는 믿음을 혼사에 연계시키지 않을 리 만무하다. 사윗감으로 그 아버지의 성격이나 인품을 수소문하고, 며느릿감을 구하메 규수의 용모며 맵시, 심지어는 바느질 솜씨에 이르기까지 그 어머니의 모든 것을 사람을 놓아 가며 은근히 알아볼 정도로 공을 들였던 것이다.

‘그 아방에 그 아덜, 그 어멍에 그 똘’

물건을 고르듯이 대충할 수 없는 게 사람을 찾는 일일진대, 기가 막힌 착상 아닌가. 미리 사람을 찾되 이왕이면 심성 좋고 행실착한 귀인(貴人)이라야 하는 것 아닌가. 

우리 선인들 지혜롭고 현명했다.


# 김길웅

동보(東甫) 김길웅 선생은 국어교사로서, 중등교장을 끝으로 교단을 떠날 때까지 수십년 동안 제자들을 가르쳤다. 1993년 시인, 수필가로 등단했다. 문학평론가이자 칼럼니스트이기도 하다. 도서관에 칩거하면서 수필, 시, 평론과 씨름한 일화는 그의 열정과 집념을 짐작케한다. 제주수필문학회, 제주문인협회 회장을 역임했다. 대한문학대상, 한국문인상 본상, 제주도문화상(예술부문)을 수상했다. 수필집 ▲마음 자리 ▲읍내 동산 집에 걸린 달락 외 7권, 시집 ▲텅 빈 부재 ▲둥글다 외 7권, 산문집 '평범한 일상 속의 특별한 아이콘-일일일'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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