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작가로 쭉 활동해온 제주 출신 한천민 작가의 첫 시집이 나왔다.

‘형제섬 쑥부쟁이’(아시아예술출판사)에는 오름과 꽃, 바다 등 제주의 자연을 소재로 노래하는 시 작품들이 실려 있다.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노래한 연작시 12편도 함께 담았다.  

형제섬 쑥부쟁이
한천민

“오라
슬픈 것들은 다 오라
맘 상한 것, 지친 것들도 오라.“
저도 슬픔을 가졌으면서
저도 지쳤으면서
그래도 모두 오라고
부르고 있었다

누군가의 목마름을 축여주곤
휘익 버림받아 맘 상한 것
삶에 지쳐 파도에 흔들리던 것들이
가냘픈 저 손짓에 끌려
모여들고 있었다

한 줌 얕은 모래흙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는
슬픈 쑥부쟁이의 발꿈치로
작은 꽃잎들이 의지하고 있는
검붉은 바위 틈새로
날아들고 박혀 들어 숨어 사는
슬픈 군상들

어쩌면
그 슬픔과 아픔들을 가득 품어주기에
꽃 빛깔이 저리도 고운 걸까?
그 속에 누우면
내 슬픔도, 삶의 찌꺼기도
꽃잎 아래 묻힐까?

형제섬 쑥부쟁이는
오늘도
슬프고 지친 것들을 품어 감싸주며
넘실대는 파도 너머
그리운 산방산을 바라보고 있었다.

소개글에서 신상성 전 총장(서울문예대학)은 “한천민 시인은 조용한 자연인으로 나무를 가꾸고 꽃을 심는 시인의 시간을, 잔잔한 바다 같은 시간을, 해녀로서 살았던 어머니 같이 순리의 삶을 일궈내면서 문필봉 돌하르방 큰바위얼굴로 살고 있다”고 소개했다.

한천민 시인은 책머리에서 “앞으로도 시인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바라본 그것들을 시로 표현하는 일에 오래도록 매진하는 시인이 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저자는 1991년 동화작가로 등단해 동화를 써오다, 2002년 한반도문학 시 부문 신인상으로 등단했다. 이번 시집 ‘형제섬 쑥부쟁이’는 첫 번째 시집이다. 

교직에 몸담으면서 모교인 보목초등학교 교장으로 은퇴했다. 현재는 대한예수교 장로회 보목교회 장로로 시무하면서, 한라오름연구소 소장으로 오름을 연구하고 있다. 대한아동문학상, 한국동화문학상, 서귀포문학상을 수상했다.

159쪽, 아시아예술출판사,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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